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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만남
[책의 차례로], [2장으로]

"난 올 봄에 연애를 꼭 해볼거야 ." 풀밭 위로 아지랑이가 가물가물 피오올랐다. 민영은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않아 있다가 지루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나긋나긋한 봄볕이 따스하긴 했지만 아직 바람은 알싸하게 차가왔다. "뭐 그런 귀찮은 일을 해 보려고 그러니?" 하품이 나와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민영은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현숙은 푸념처럼 중얼거렸다. "야. 벌써 졸업반이야. 이거 애인없이 또 봄을 맞이해야 하는 심정이 영 괴롭고 싶구나." 현숙은 춥다는 듯이 잠바 지퍼를 턱 밑까지 올리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도서관 앞으로 뻗은 계단둁 주위에 드문드문 초록 잎새가 삐죽히 몸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난 애인 없는 게 훨씬 홀가분하다. 신경 안 쓰이고 얼마나 편하니? 너 애인 찾는 문제, 자급자족하거나. 나한테 기대지 마, 알았지?"

민영은 작년에 현숙에게 소개해 준 오빠 친구의 일을 상기하라는 듯이 현숙이 코 밑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다짐을 받듯이 말했다. 민영이 오빠가 소개한 사람은 자상했지만 소심하고 수다스러운 성품이라 금세 싫증을 느꼈던 현숙이었다. 어렵게 소개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가는 걸 눈치챈 민영은 현숙이게 연락도 하지 않았었다. 키만 크지 실속없는 동아리 선배 하나가 현숙을 쫓아다녔던 일도 있었다. 처음엔 자신에게 잘 해주는 게 고마워서 몇 번인가 차를 같이 마셨다. 그런데 점점 추근대는 것 같고 부담스러워졌다. 나중엔 쌀쌀맞게 대했는데, 그러다가 그 선배는 군에 입대해버렸다. "왜 난 맨날 좀살스러운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지 몰라. 좀듬직하고 넉넉한 그런 남자들은 다 어딜 갔지?" 민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실룩거렸다. "왜? 이 화창한 봄날 전국으로 유람이라도 하시면서 그 듬직하고 넉넉한 사나이들 좀 낚아 보시지 그래? 이렇게 학교 구석에 쪼그리고 않아 궁상떨지 말고.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이 송민영이 애인감도 좀 찾아보시고." 현숙은 민영을 흘겨보았다. 민영은 현숙을 놀려먹는 게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봄 햇살은 재잘거리며 교정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햇살을 따라 두 사람은 아제 막 자라는 연초록 플섶에도 날아가고, 도서관 지붕 꼭대기에도 올라가도, 오가는 학생들이 어깨 위에도 앉았다. 민영은 문득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어 현숙의 어깨를 쳤다. "야야, 엉덩이 다 젖는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현숙은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나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봄날 오후 햇빛은 이제 도서관 뒤쪽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생각처럼 현숙의 연애 추진 사업이 신통치 않은 채 여름이 다지나가던 어느 날, 민영이가 태식의 제대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청산'애들 몇이랑 태식이 제대기념 등반대회를 열기로 했는데, 어때?" '청산'은 고교시절 동아리 이름이다. 푸른 산처럼 변치 말자고 '청산' 이라고 이름붙였다. 지금은 아득하게 추억 속에나 남아 있는 시간들이다. 태식은 '청산' 회장이었다. 현숙은 태식이와 만나면 앙숙처럼 언제나 으르렁거렸다. 현숙은 태식을 '꼴통'이라고 불렀다. 융통성도 없고 권위적이기만 하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고, 태식은 현숙이 너무 제멋대로에 버릇이 없다고 핏대를 올렸다. "정말 오랜만이다. 잘들 지냈어?" 햇볕에 그을리고 손마디가 굵어진 태식은 건장한 모습이었다. 지나간 시간이 이렇게도 길었나 싶게 몰라볼 정도로 성숙해 있었다. 현숙은 묘한 기분을 떨쳐 버리려고 날 듯이 뛰어 제일 먼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골짜기로 일행의 맑은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땀이 흥건해진 잠바를 아예 벗어서 허리에 두른 태식의 건장한 어깨다 듬직해 보였다. 현숙은 태식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생됐다. 말수가 없는 것은 여전한테, 그게 고집스럽다기보다는 과목하고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늦장마 뒤여서인지 산은 꽤 미끄러웠다. 현숙은 오늘따라, 꼭 태식이 앞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게 낭패스러웠다.

"애인 없어?" 태식의 손을 잡고 일어선 현숙이가 어색함을 메우려고 말머리를 잡았다. "애인? 없으면 왜? 현슥이 네가 애인 되주련?" 태식은 여자 문제에 있어서 그다지 개방적이거나 솔직한 편이 아니었다. 재수시절 그가 생활원칙으로 삼은'삼금'에는 금주, 금연 외에 금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여자란 다 때가되면, 그리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 존재였다.

계집아이들 때문에 술이나 퍼먹는 녀석들이나, '몇 명을 따먹었다.'는 얘길 무용담처럼 해대는 녀석들을 보면 한심하고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 배알도 없나. 창피하다, 창피해.....'

그저 이런 식으로 일관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여자 손목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처지가 되고 말았지만, 태식은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 자신감이 있어서였는지, 군대에서도 그는 동정을 지켜냈다. 가끔씩 고참들끼리 숨을 죽여가며 열중하던 포르노 비디오 따위에는 아예 곁에 가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는 종가집 장손 이였고, 그의 할머니는 태식이가 국민학교6학년이 될 때까지 직접 물을 데워 목욕을 시켜주곤 하셨다. 어머니도, 고모들도 장손인 태식을 애지중지, 오냐오냐하며 키웠다. 그러니 태식의 생각으로는 자고로 여자란 다소곳하고 순종적 이어야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야 손을 주고, 남자가 먼저 이끌면 따라오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고 믿었다. 태식은 가파르고 좁아지는 길로 접어들자 제가 먼저 나뭇뿌리와 돌 사이로 길을 잡으면서 현숙을 돌아다 보았다. 현숙은 다른 쪽으로 길을 잡았다. "이 쪽으로 와. 거긴 위험해."

태식이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현숙은 못 들은 듯이 높은 돌덩이 하나를 훌쩍 넘어 돌아 태식보다 한발 더 앞서면서 태식을 보고 싱긋 웃었다. "저 고집, 넌 여전하구나." 태식이 소리쳤다. 현숙은 깔깔대며 웃었다. "누가 누구더러 하는 소리야?" 태식은 유독 현숙이와 많이 부딪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현숙은 자신이 생각했던 여자의 상이 아니었다. 다른 여자애들과는 달리 자기주장이 강하고 적극적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남학생들이 현숙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놔야 한다며 모의를 한 적이 있었다. "계집애가 너무 말이많아. 한 번 기를 죽여야돼." "똑똑하긴 하잖니?"



"야야, 계집애가 똑똑하면 골치만 아프다." 태식은 친구들의 현숙에 대한 비난은 묵인했으나 현숙의 기를 죽이기 위해 뭔가 합세해서 행동한다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됐다. "난 반대야. 아무리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면 되겠니? 남자인 우리가 아량을 베풀자." 태식의 설득으로 그 음모는 계획하기도 전에 파기되었다. '청산' 의 비사인 셈이다. 현숙은 자존심이 센 편이였다. 현숙의 부모는 현숙을 딸이라 해서 차별하거나 두 남동생을 편애하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밝게 자랄 수 있었던 덕분에 현숙은 솔직하고 용기가 있었다. 그러니 소년들과의 불화는 불가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태식은 옛날 일이 생각나 볼을 실룩거리며 혼자 미소지었다. 별로 달라지지 않은 현숙의 모습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숙은 초가을의 하늘빛처럼 맑고, 그러나, 외로워 보였다. 태식은 불현듯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건 여자들의 기억, 아련하고 신비한 여인들에 관한, 태식 스스로에게도 은밀한 기억 들이었다. 꼬마 적 동네에서 술래잡기를 할 따 땅 속에 들러가 하수도 관안에 함께 숨었던 옆집 정순 누나의 살내음, 중학교 다닐 때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친 독일어 여 선생님의 은은한 미소, 또 등교길 버스정류장에서 가끔씩 부딪치던 긴 머리의 이름 모를 여고생의 청아한 모습.... 그러나 그 기억들 뒤로 고교시절 흉칙스런 친구 녀석들이 몰래 훔쳐보던 음란잡지 속의 벌거벗은 여인들의 괴이한 자태가 따라 나왔다. 태식은 금세 혼란스러워졌다.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본 현숙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사실 현숙은 별로 여자로 느껴본 적인 없는 친구였다. 초가을의 신선한 바람이 현숙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건강하고 씩씩한 현숙의 모습은 왠지 태식에게 상쾌하고 즐거운 느낌으로 안겨왔다. 산 꼭대기에 다다른 일행은 왁자지껄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현숙은 차고 매운 바람을 가슴이 시리도록 들이마셨다. 태식은 왕년의 회장답게 일행을 인도했다. 훨씬 다부진 모습으로 .















'태식인 옛날의 껄텅이 아니야. 아주 의젓한 남자가 되었어.' 이 느낌의 변화는 현숙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현숙은 그런 느낌이나 감정을 부정하려고 애썼다. 예전처럼 말하고 행동하려 했지만 그게 더 어색하기만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더 미끄러웠다. 현숙은 저도 모르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태식과 동행이 되었다. 가끔 태식과 부딪치기도 하고 겸연쩍게 마주보며 웃기도 하는 동안 현숙은 태식이 점점 좋아졌다. 태식이 내미는 손을 잡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산에서 다 내려왔을 즈음엔 태식의 모습만 커 보였고, 다른 친구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태식의 목소리만 귓전에서 윙윙거렸다. 그건 충격이었다. 갑자기 태식은 이전의 태식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현숙에게 불쑥 나타난 것처럼 생각되었다.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보물나라의 왕자님처럼 성큼 현숙 앞에 다가온 것만 같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 산행 이후 현숙은 태식을 애인감으로 점찍었건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전엔 알던 친구사이라는 점이 영 찜찜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연극표 두 장을 얻어 놓고는 전화 수화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가 다시 놓곤 했다. "왠 일이냐, 강현숙! 너 진짜 태식이한테 홀딱 빠져 있구나?"민영은 토/끼처럼 뛰어오르며 현숙을 놀려댔다. "아, 너 장난치지 마. 난 심각하다구. 이거 오늘로 끝나는데 어쩌면 좋지?" 현숙은 날자가 지정되어 찍혀 있는 연극표를 원망스레 내려다 보았다. "야, 용감무쌍한 아가씨가 사랑에 빠지더니 김빠진 사이다 같은 소리를 다하네, 그렇게 표가 아까우면 내가 대신 가줄까?" "관 둬. 너랑 갈 바엔 표가 아까우면 내가 대신 가줄까?" 현숙은 교문이 가까워질수록 절망감이 느껴졌다. 집에 그냥 가야한단 말인가? "안됐구나.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구." 민영인 능청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어스름해지는 초저녁, 교문 밖으로 나오자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민영이가 현숙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처량한 생각에 잠겨있던 현숙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 태식이였다. 비를 촉촉히 맞으며, '꼴통' 태식이가 교문밖에 서있었다.



######첫번째이야기-연애철학(1)

#연애란 무엇인가?

인간만이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과 정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연애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합니다. 동물 등을 발정기에만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교미할 뿐, 연애감정이나 연애에 관한 특별한 문화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남녀관계에 따르는 숱한 사연과 문화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수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 갑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가 없으면 사회가 성립할 수 없고, 사회가 없다면 인간 사이의 관계가 없으면 사회가 성립할 수 없고, 사회가 없다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를 변화.발전시킵니다. 남녀관계는 이같은 인간관계의 하나이며, 연애는 남녀관계의 한 형태인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여자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여자 또는 남자로 자각합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서로의 차이점에 대하여, 점차 서로의 공통성으로, 결국엔 인간이라는 단일함으로 인식이 발전해 나갑니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알려고 하고 관계를 맺으려고 목적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 이것이 곧 연애입니다. 성숙한 남녀는 반드시 이러한 관계를 맞고 싶어 하며 또 맺게 됩니다.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은 각각 전체 여성의 대표이며, 전체 남성의 대표입니다. 여자는 자기가 만나는 남자를 통해 남성을 알게되며, 남자 역시 자기가 만나게 된 여자를 통해 전체 여성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확인하며, 이러한 과정은 점점 인간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연애는 성숙한 인간의 특권이며, 잘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간을 더욱 성숙하게 하고 풍부하게 발전시켜 주는 인간들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임, 그 출처

인간관계, 남녀관계의 하나인 연애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우선 연애는 구체적인 대상과의 현실적인 관계입니다. TV 쇼 프로에는 어떤 남자 가수를 향해 미친 듯 열광하는 소녀들이 나옵니다. 이 소녀들의 특정한 가수에 대한 열광은 구체적 대상을 향한 것이긴 해도 현실적인 것이 아니므로 연애감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 대상과의 현실적 관계인 연애는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감정과는 다른 것입니다. 흔히 연애를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성숙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그 상대는 구체적인, 살아서 움직이고,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판단력을 가진, 생동하는 인간입니다. 따라서 상대가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대로 되리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애감정에 기초해야 낭만도 비로소 빛을 낸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연애는 상대에 대한 개별적 '성애(性愛)'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우정과 구별됩니다. 만나고 싶다, 함께 있고 싶다, 만지거나 껴안고 싶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 주길 바란다 등과 같은 심정, 느낌, 요구가 어떤 측정한 개인에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혼은 이런 성애에 기초한 연애관계가 보다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생활 속에 연장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왜 유독 그 남자, 또는 그 여자에게만 연애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무엇이 서로를 선택하게 만들었습니까? 그것은 운명, 아니면 우연일까요?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사는 존재이므로 그 사람의 연애 감정에도 사회적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 할 수 없습니다. 즉, 연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들, 가족이나 친구들을 통해 형성된 이성에 대한 생각들이 개인적인 연애관, 혹은 남성광이나 여성관을 규정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별적인 차이들, 이를테면 문화적 수준이나 인식의 정도, 경험, 개성, 기질 등도 연애 상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러한 개별적 차이보다 사회적인 규정력이 더 강한 영향을 줍니다. 사회적인 인식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개별적 차이들이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둘만의 관계에서는 큰 테두리가 잘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에 개별적 차이, 또는 공통점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유독 어떤 대상이 마음에 드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게 되는 것은 우연하게,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남자와 여자는 저도 모르게 서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쌓아 가다가 개성이 닿는 어떤 시점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인식인 낮고 부분적일수록 개별적인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해서 상대를 선택하게 됩니다.

#만들어지는 여성상, 남성상

문제를 사회적인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서 생각해 봅시다. 그것이 일차적이고 규정적이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남자와 여자에 대하 사회적 인식은 우선 가족관계에서 형성됩니다. 태식의 경우, 남성위주의 봉건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집안의 여성들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자랐습니다. 따라서 태식에게는 '여성은 남성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남성을 위한 존재'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동의 발달 이론에서는 3세까지의 아이들은 남.녀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성차별적 인식은 그 이후에 '주입'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관계도 사회적 관계의 일부이므로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우리 사회의 남녀에 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남자다움은 씩씩함이나 용감함으로, 여자다움은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것으로 교육되는 현실입니다. TV등 각종 매스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그려내기 일쑤입니다. 이런 사회적 풍토에서는 남녀가 일관되고 인간적인 이성관을 세워 내기가 어렵습니다. 왜곡되고 파편화되기 십상입니다. 이같은 현실이 진정한 연애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는 차별적 의식들이 공연한 자존심을 유발시키고, 차이만을 두드러지게 만들어서 안타깝게도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남녀간의 아름다운 만남, 진정한 연애를 위한 노력은 이러한 현실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연애, 그 비결

온갖 사회적 혼란 속에서 연애를 성공적으로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이 생각하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합니다. 연애엔 왕도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은 '좋은 것만 보지 말고 나쁜 것도 보고, 나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것도 따져 보는' 일입니다. 현숙의 남성관을 살펴 봅시다. 과묵하다는 것은 말이 없다는 것이니 자기 의견이 있어도 음흉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 신중하다는 것은 좋은 면이지만,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우유부단하고 신속한 대응을 잘 못한다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 신중하다는 것은 좋은 면이지만,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우유부단하고 신속한 대응을 잘 못한다는 점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태식의 여성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소곳하다는 것은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지 못한 면과 연관이 있고, 자상하다는 것은 소심하여 대범하지 못하다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모든 남성관, 여성관에는 각각 장점과 단점,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모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만 의지하여 상대방의 어떤 한 측면을 좋게만, 또 나쁘게만 보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성관이나 여성관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람마다 각각 환경과 경험이 다르므로 개인에 따라 보다 선호하게 되는 어떤 여성상, 남성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보통 개성이라 하고, 개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므로 존중해야 합니다. 문제는 개성만을 절대화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형의 남자가, 혹은 여자가 좋다.

그러니 나는 그런 형의 삶이 아니면 안된다.' 고 선을 긋는 게 문제입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 장잠이 되는 경우는 없겠는가, 또 내가 장점으로 보는 것은 옳게 본 것이며, 혹 단점이 되지는 않겠는가를 요모조모 따져 보자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는 사람은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우직하고 과묵했던 사람이라도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 속에서 약삭빠르고 수다스러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으며, 소극적이고 자상한 사람도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이고 거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변화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놓여진 사회적 조건이나 사회적 관계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본인의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 때문입니다. 사람이 그가 놓여진 사회적 관계나 사회적 조건에 의해 변한다는 것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남성관이나 여성관이 변한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가지만 해도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자기 전문성을 지니고 가정생활과 병행해 나가는 여성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았습니다만, 최근에는 여성이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데 대하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다라서 시대가 바뀜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변화 발전하는 존재임을 믿고, 이 믿음 위에서 상대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가? 그러한 조건을 마련하는 데 조력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게 핵심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이때 개성에 따라 선호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판단이 발라지겠지요. 대개의 경우 여기에서 주춤거리다가 실패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으로, 일단 부딪쳐 보는 용기입니다. 성숙한 청춘 남녀가 만나기 시작하면 연인관계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요, 그게 안되더라도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있으니까 말입니다. 젊음이란 '한번 부딪쳐 보자' 는 패기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연애시절에는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 주동적으로 부딪쳐 보십시오. 노래에도 보니까 그런 구절이 있더군요. "사랑을 할려거든 목숨바쳐라" 목숨까지 바친다는 것은 과장되었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자존심은 내던질 줄 알아야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볼 수 있을 겁입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의 장점이 더욱 빛나고 단점은 극복될 수 있다면야 좋은 일이고, 나아가 평생의 동지가 되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게 아니더라도 두 사람은 큰 인생공부를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연애도 역시 하려면 제대로, 확실히, 적극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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