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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차례로], [3장으로]

태식은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자주 난처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가끔씩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탓이다. 오늘도 태식은 어머니가 볼세라 세탁기 속에 벗은 팬티를 돌돌말아 냉큼 던져 넣었다. "어떻게 해결을 해야지 이거 영 낭패군, 낭패야." 얼마 전부터 태식은 가끔씩 현숙을 만나 얼싸안고 좋아하는 꿈을 꾸는 것이었다. 현숙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어, 그때마다 몽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태식은 이렇게 주책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러나 어쩌랴, 이건 도저히 의지로 억눌러지지 않으니. 현숙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했지만 아직 뽀뽀도 제대로 해보질 못한 형편이고 보니 내색은 안해도 속에선 안달이 났다. 현숙은 이런 태식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번 하하거리다가 토라졌다가 다시 낄낄대고는 안녕하고 사라졌다. 현숙은 얼마 전 민영과 구경한 영화가 자꾸 생각났다. "야한 영화래. 이거 요즘 안보는 애들 없다더라. 난 이 영화로 모든 억압된 성적 요구를 해소해 버릴 거야. 어때, 같이 안 갈래?" 현숙은 머뭇거리다가, 그러마고 했다. 내색은 하지는 않았지만 태식과 사귄 이후로 사실 그게 어떤 걸까 자뭇 궁금했던 것이다. 야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싶고, 너무 동물적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현숙의 뇌리에는 영화장면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의 행복해 하는 얼굴이. '태식의 품에 안기면 어떤 느낌일까?' 현숙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온 몸이 간질거리는 느낌 때문에 자지러지듯 몸을 떨었다. 고운 흙이었다. 모래보다 더 고운 흙들이 산비탈에서부터 흘러 내려와 마치 모포처럼 포근히 덮어 있었다. 햇빛은 노랗게 스며들었다. 나뭇가지 사이론 향긋한 바람이 살랑살랑 숨어 다녔다. 현숙은 신을 벗고, 양말도 벗고, 고운 흙에 발을 디뎌보았다. 마치 솜같은, 향긋하기가 이를 데 없는 뽀송뽀송한 흙이 그녀의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견들 수 없이 행복한 느낌으로 현숙은 마침내 벌거숭이가 되어 흙 위를 뒹굴기 시작했다. 얼마나 흙 위를 뒹굴었을까, 보드라운 흙은 현숙의 온몸에 덮였다가 흘러내리고 또 덮이곤 했다. 흙의 부드러움이 그녀에게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갑자기 현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현숙이가 주운 쪽에 남자의 발가벗은 등이 나타났다. 남자의 등은 점점 커져서 숲을 가리고, 하늘을 가려 버렸다. 눈을 뜬 현숙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남자의 등은 없었다. '여긴 숲이 아니야' 지난 밤 잠들기 전에 펴들었던 소설책이 보였다. 몸에 여전히 보드랍던 흙이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숙은 자신의 몸을 더듬더듬 만져보고 쓰다듬었다. 허전하면서도 기분좋은 느낌을 즐기면서 한참동안 그대로 이불 속에 누워있었다. "나 어젯밤에 이상한 꿈 꿨다." 현숙은 태식을 만나 저녁을 먹다가 문득 지난 밤 꿈 생각이 나서 홍두깨처럼 불쑥 말을 꺼냈다. "무슨 꿈?" 그런데 막상 꿈 이야기를 하려니 현숙은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선뜻 말이 나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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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이 었는데?" ".............." "무슨 사람이 이렇게 싱거워?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묻는데 왜 말이 없는 거야?" "자기가 딴 여자랑 놀러가더라." 자신의 꿈은 태식과의 동침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맨 정신으로 어떻게 꿈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숙은 되는대로 둘려대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늘상 보던 거리며 차들이 오늘따라 짜증스러웠다. 태식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현숙을 바라보았다. '뭐? 내가 다른 여자랑 놀러 가더라고? 참내 기가 막혀서.' 태식은 속에 불이 나듯 갈증을 느껴 짬뽕 국물을 보리차인 양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방, 빵집, 술집, 공원 ,극장.... 두 사람은 이제 가볼 만한 데는 다 가본 것 같았다. "우리 시외로 나갈까?" 불쑥 현숙이가 제안했다. 태식은 뜻밖의 제안에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시외로 단둘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두 사람은 은근히 흥분이 되었다.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현숙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태식을 얼굴이 달아오르고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서울로 가는 막차가 저녁 7시인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시간을 질질 끌며 낯선 시외의 한적한 마을을 돌아다녔다. 바닷가 보이는 산꼭대기에도 올라가고, 저녁을 먹고 다시 다방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막차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지 도통 계획이 떠오르질 않았다. "서울 가긴 틀렸지?" 현숙은 속보이는 소리를 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보니 이상하게 용기가 났다. '난 태식이를 사랑해. 사랑한다면 겁날 게 뭐람.' 현숙은 막연하지만 이 숨막히는 긴장이 즐겁기까지 했다. '어쨌든 오늘 집에 안 들어간다. 태식이 하자는 대로 할 거다.' 현숙은 굳게 마음을 먹고 의자에 깊숙히 몸을 박았다. "글세..... 완행을 타고 읍으로 나가서 다시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탄다면 꼭 못 갈 것도 없지......" 태식은, 자신은 끝까지 서울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걱정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를 연애 경험담을 좀 잘 들어둘 걸.' 태식은 현숙이 자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그러나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여성과 이 정도의 모험을 해보니 않으랴 싶어 마음을 다져 먹었다. "그럼 완행버스 타고 나갈까?" 현숙은 태식의 마음을 떠보려는 듯 고개를 세우면서 도전적으로 물었다. "글세.... 완행버스 타고 가서도 서울가는 버스가 없으면...., 택시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용기를 내, 남태식. 용기를 내라고!' 태식은 잠시 어물거리다가 배에 힘을 잔뜩 주었다. 서울 갈 시간 계산 택시요금 계산으로 설왕설래하며 또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일단 포장마차에서 한 잔씩 걸치기로 하고 다방을 나섰다. 그럭저럭 12시가 다 되어서야 어렵고 힘들게 , 서로 겸연쩍 어 하면서, 술기운에 힘을 얻어 객기도 부리고, 떠 서로에게 용기도 주면서 두 사람은 드디어 여관방 하나를 잡았다. 너무나 낯설고 어색했다. 술기운이 다 어디로 갔는지 정신이 말짱했다. 침대는 무슨 괴물처럼 누워 있었다. 현숙은 소파에, 태식은 침대 끝에 걸터 앉았다.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 '이럴 수가.' 둘은 낭패감을 느꼈다. '우리가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참담한 느낌이 엄습했다. '이건 아닌데.' 자신이 없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어색해진 두 사람은 각자 어디에서 잘 것인가로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태식이 먼저, 자신이 소파에서 잘 테니 현숙이더러 침대에서 자라고 했다. 현숙은 반대했다. 침대가 찝찝해서 싫으니 자신의 소파에서 자겠다고 우겼다. 된다커니 안된다커니 한참을 그렇게 우기다가, 태식이 그럼 같이 침대에서 자자고 말을 꺼냈고, 현숙이 순간적으로 그러자고 했다. 참으로 이상한 시간이 흘렀다. "태식아." 현숙은 한 참만에 가까스로 태식을 불렀다.

"왜?" 태식은 멍청한 소리로 대답했다. "자는거야?" "아니." ".........." "왜?" "나, 사실은....."

현숙은 어젯밤 꿈 이야기를 했다. 태식은 아무 말없이 듣기만 했다. 현숙은 태식을 또 불렀다.

어둡던 천정이 희뿌옇게 드러나 보였다. "왜?" "자니?" "아니, 잠이 안와." 잠이 올 리가 없지. 태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 '그냥 자 버릴까보다.' 이러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했다. "태식아." "왜?" "있지, 나, 좀 춥다." 태식은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살며시 현숙을 끌어 안았다. 현숙의 머리에서 기분좋은 냄새가 났다. 현숙의 숨이 멎은 것 같았다. 태식의 몸에선 땅콩냄새 같은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남자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듯하고 푸근했다.

태식은 현숙을 제 몸 쪽으로 더 끌어당기려고 했다. 갑자기 현숙이가 벌떡 일어났다. "나 이상해 태식아. 그냥 앉아서 이야기나 좀 더 했으면 좋겠어." 태식은 엉겁결에 따라 일어나 현숙을 멀거니 쳐다 보았다. 어느새 새벽의 어스름한 빛이 현숙의 얼굴을 푸르게 비쳐주기 시작했다.

###########두번째 이야기-성욕애 대하여

#꿈을 꾸는 여자와 남자.















똑같지는 않아도 우리는 누구나 현숙이와 태식이처럼 그런 꿈을 꾸어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사춘기가 되면 2차 성특징이라고 하는 신체적 특징들이 남녀별로 각각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여자는 월경을 하고 유방이 커지며, 남자는 변성이 되고 음경이 커지는 사정을 합니다., 이러한 신체적 성숙과 변화에 떠라 지금까지는 관심에 없었던, 또는 적대적으로만 생각하던 이성에 대하여 흥미와 관심이 나타납니다. '접근하고 싶다, 몸을 접촉하고 싶다, 키스나 성교를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나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됩니다. 이때부터 남자는 몽정이나 유정 등의 사정현상이 일어나고, 자위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생리적 성장과 현상만으로 여자와 남자가 자유롭게 접촉하거나 성관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적인 조건이 허용되어야 비로소 정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사회적 조건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경우, 법적으로 따지면 18세 이상이 된 남녀라야 결혼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관계는 남녀 두 사람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법적조건이 맞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 일이 아니죠. 짝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짝이 있어도 또 고려할 게 많지요. 두 사람 사이의 합의, 상호 책임문제 등이 그러한 것들이지요. 어쨌든 성관계를 원하는 것을 성숙한 남녀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입니다. 이 욕구를 성욕리라고 합니다. 보통 여자의 성욕은 잘 표현되지 않는 것으로, 남자의 경우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생리적 차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적인 환경에 의하여 그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성욕은 무의식중에 꿈으로도 나타나는데, 남자의 경우 그러다가 몽정을 경험하지요.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녀가 성인식의 차이는 꿈을 꾸는 데 있어서도 현숙이나 태식이처럼 여자는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남자는 보다 구체적 행위로 나타납니다.



#신비하고 두려운 성?

성은 좁은 의미로는 성관계를 지칭하는 생리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이나. 넓게 생각한다면 다양한 성적 표현과 행동 등에 표현되는 심리적, 사회적 현상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과 성욕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식을 성욕을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도, 또한 성욕을 억제하고 승화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성욕이나 성행위 등은 과학처럼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을 옳게 사용하는 것은 인간생활을 풍부하고 행복한 것이 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 됩니다. 무엇이든 올바르게 인식할 때 올바른 사용이 가능하듯이 성문제 또한 더 이상의 신비, 황홀, 도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성욕이 발생하는 육체적, 물질적인 토대는 생식기관, 생식기능 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성욕은 생식기관 및 기능의 발달에 따라 변화합니다. 성욕은 성적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자극이 감각되면 대뇌에 이것이 전달되고, 대뇌는 이 자극을 성적 이미지로 형상화 해냅니다. 이렇게 형성된 성적 이미지는 새로운 자극, 즉 성충동을 일으킵니다. 이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볼까요. '자극 - 감각 - 대뇌 지각 - 성적 이미지 - 자기 자극 - 성충동' 그런데 인간은 육체적. 물리적 존재이자 동시에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극에도 생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은 성적 자극이 반드시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회적인 것에 의한 자극이 보다 규정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됩니다. 사회적인 성적 자극에는 성 도서 및 춘화, 영화, TV, 등의 애정물과 같은 매스 미디어와 각종 유흥장과 술집, 야한 옷차림, 성의 상품화와 같은 사회환경 등이 있습니다. 도한 감각되어 대뇌에 전달된 자극은 대뇌의 발달정도에 따라 성적 이미지에 차이가 나타납니다. 인간은 집단적 노동과정에서 뇌의 비약적 발달과 이에 따른 인식능력의 성숙을 이루었습니다. 그 사람의 성지식, 성에 대한 태도와 판단 등에 의거하여 있느냐에 따라 대뇌지각이 달라져 성적 이미지도 다르게 형상화되고,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성충동을 느끼나,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는가가 무척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성적 자극을 쉴새없이 유발시키는 사회적 환경도 고쳐 나가야 합니다.

#성에 대한 편견들로부터의 해방

이제 우리의 주인공들에게로 관심을 돌려 지금까지의 성욕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두 사람의 상태를 판단해 보기로 합시다. 현숙이든 태식이든 성숙한 젊은이로서 성욕을 느꼈습니다. 일단 두 사람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으므로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이것은 성욕에 대한 두 사람의 혼란한 상태를 반영해 줍니다. 이같은 혼란은 두 사람 경우에만 특별히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들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죠. 성욕의 발생이 사람의 성장과정에 따르는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이라 해도, 처음 겪으면 당황하게 됩니다. 몽정, 유정 등의 사정현상이나 자위행위 등은 젊은이들을 저으기 불안하게 하고 당혹하게 하는 것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이것들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게 하고 처리방법을 가르쳐주는 풍토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생리적인 자연적 현상으로서의 성욕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혼란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겪는 성적 혼란은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불통일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현숙의 꿈은, 꿈 이야기를 선뜻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성욕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현숙이는 성욕을 '수치스러운 것' 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이 형성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이 성욕을 느낀다든지 표출하는 것에 대하여 금기시 해 온 탓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욕에 관한 두 가지의 대립적인 인식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성욕은 동물적인 것이고 더럽고 추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성에 대한 이야기, 성욕의 표현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상당히 고루하고 낡은 생각임이 분명합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라고 볼 수 없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사람은 육체를 지닌 존재이고, 육체를 지닌 한 자연적 속성으로서의 동물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을 부정해 버리면 인간을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고,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육체적 특징과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되며, 또 부정하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또 한편에는 성욕은 식욕들과 같이 본능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욕구가 채워져야만 올바르게 해결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생각은 인간을 또 너무나 육체적, 생리적인 측면에서만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지요. 성욕이 식욕과 같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임은 분명하지만 식욕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성욕은 반드시 다른 인관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식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에 비하여 사회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사고는 인간의 성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구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동물적 성욕의 차원으로 전락시키고 맙니다. 이 사고방식은 서구문화가 우리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 성인식이 음밀한 성격이라고 한다면, 서구식 성인식은 개방적이고 공공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방적인 서구의 성문화는 여성 신체의 노출, 성행위의 공개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깁니다.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성의 성이 차별적으로 인식되고 표현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차별적 대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성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구분합니다. 즉, 남성적이라는 것은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것이며, 여성적이라는 것은 정숙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처럼 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전통적 가치관, 가족과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과 학교나 사회, 특히 TV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된 서구적인 성인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이에서 젊은이들이 방황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젊은이들은 훌륭하게도 그 혼란의 와중에서 현명하게 잘도 버텨온 것 같습니다. 성에 관한 온갖 편견과 혼란을 극복하고 가깝고 따뜻한 성을 위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은 우선 성이란 남녀가 인간으로서 성숙한 만남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하는, 그림으로서 서로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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