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and Brain][Mind & Brain]
[Cyber City][Sexual Violences in Korea]
[Bird Flu][Anti-aging][AIDS & SEX]



4. 새로운 만남
[책의 차례로], [5장으로]



현숙은 급하게 뛰어나왔다. 평소와는 달리 옷차림에 무척 신경이 쓰였다. 곱게 다린 치마가 구겨질세라 전철을 탈 때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자리가 나도 앉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벌써 시작했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 달렸는데도 결혼식은 이미 시작되었다. 식장 문 앞에 나와 서성이던 태식은 현숙을 가볍게 나무랐다. 현숙은 '옷을 골라 입다 보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사실 오늘은 유난히 옷 입는 일이며 화장하는 것이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현숙은 자신이 혹시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그것이 영 마음 쓰였다. 옷을 제대로, 구색 맞추어 입으려니 마땅한 옷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언제나 쪼들리는 집안, 마음놓고 옷을 사입은 적이 없는 자신이 처량해지기까지 하였다. 서울에서 제일 화려하다는 예식장. 태식의 선배라는 사람의 결혼식에 온 축하객들은 현숙의 기가 죽을 정도로 화려하고 정갈한 차림이었다. 현숙은 자신이 누추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식이 끝나고 태식은 몇몇 친구들에게 현숙을 소개했다. 현숙은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부끄러워 본 적이 없었는데.' 왠지 자꾸만 주눅이 드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뒷풀이 자리에서 현숙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었다. 신랑신부다 인사를 하러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란 얼마나 지루하고 불편한지! 사람들은 처음엔 현숙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러나 금세 자기네 학교며 친구들, 졸업해서 자리잡은 선배들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태식은 이야기를 하다가 이따금 현숙을 돌아보고 싱긋 웃었다. "많이 먹어." 현숙은 오늘따라 태식이 남같이 생각되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우린 뭘까?' 현숙은 공연히 외롭고 허전한 마음이 되었다. 왁자한 식당의 흥청스러움이 현숙을 자꾸만 밀어내는 것 같았다. 태식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명아라는 여학생과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명아는 거침없이 당당하게 태식을 '형' 이라고 불렀다. 명아는 생시발랄하고 자신감이 철철 흐르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와 약어, 그리고 영어를 섞어가며 희희낙락이었다. 현숙은 왠지 모욕감을 느꼈다. '태식이 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태식에게 서운하고 야속한 생각이 가슴에서, 그리고 점점 턱밑까지 차 올랐다. "태식 씨, 나 잠깐만 봐." 현숙은 목이 메어 말이 막히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태식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응, 왜?" 명아가 무슨 얘긴가를 한참 하고 있는 걸 정신없이 듣고 있던 태식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현숙을 돌아 보았다. 현숙은 태식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잠깐만." 좌석의 친구들에게 그렇게 양해를 구하고 현숙을 따라 나온 태식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왜, 응? 왜 그래?"

"나 가야겠어." "왜, 왜 이렇게 토라졌어? 이따가 신랑신부 오면 보고 인사도 하고 같이 놀아야지. 끝나면 나랑 얘기도 하구." 토닥토닥 애기를 달래듯 태식이가 말했다. 현숙은 도리질을 했다.

[몸짱][Joy][아름다운 곳][주말여행][맛있는 음식][걱정근심]

"친구들이랑 놀아. 난 갈거야." "너 또 왜 이러니? 오늘 결혼한 선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야. 아깐 네가 늦게 와서 선배한테 널 소개도 못했단 말이야. 그러지 말고 가자, 응?" "왜 날 그 선배한테 소개시킬려구 그래?" 현숙은 태식과 싸움이라도 벌릴 기세였다. " 참 내. 너 또 그 알량한 자존심 시위하는 거냐?" 태식은 현숙이가 스스로를 과도하게 비하시키는 때가 종종 있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 나 자존심 상해. 넌 아직도 여자가 어떤 상황에서 자존심 상하는지 모르니?" 태식은 암담한 느낌이었다. 현숙은 가끔씩 이렇게 자신과 차이가 나는 것을 들추고 확대해서 서로를 갈라 세웠다. "야, 야. 그래 가라, 가! 아주 지겹다. 뭐가 그렇게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니? 하루 아틀 사귄 것도 아니고 참 답답하다." "그래! 난 답답한 여자야. 어디 답답하지 않은 참신한 여대생하고 잘 해보시지!" 현숙은 그대로 가버렸다. 태식은 따라기지 않았다. 현숙은 혹시 태식이가 쫓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늦추었다. 태식을 그런 현숙의 마음을 뒤로 한 채 음식점으로 되돌아갔다. "아, 미안해. 그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아프대서 바래다 주었어. 응, 괜찮을 거야. 신경쓰지마." 태식은 무슨 일이냐는 친구들에게 대충 둘러댔다. '이렇게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다니. 속이 꼭 좁쌀만 해 가지고는, 못 쓰겠어, 어이!' 태식이가 편숙을 선배 결혼식에 오라고 한 데에는 나름대로 속뜻이 있었던 것이다. 현숙은 졸업후 곧바로 취직해서 어려운 집안을 제힘으로 일궈 세우려고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태식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굳세게,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태식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굳세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현숙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태식은 현숙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자신의 신부감으로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속도 모르고.' 태식은 영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야야, 그래두 태식이 같은 친구 흔치 않다, 너." 속이 상해서 견딜 수 없었던 현숙은 민영을 찾아 푸념을 늘어 놓았다. 민영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아냐. 내가 아무래도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애. 걘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 태식은 쫓아오지 않았다. 그건 무얼 뜻하는가? "너희 둘이 『청산』때부터 투닥거렸어. 기억 안나? 둘 다 너무 자존심이 강해. 난 잘 모르지만 그 연애라는 거, 자존심 세우다간 말짱 황되는 거 아니니? 그리구 넌 집안이 어렵다는 것 때문에 너무 기가 죽어 있어. 그게 뭐 어쨌다는 거니? 태식이네가 잘 살며, 그게 태식이 재산이냐? 즈이 아버지 꺼지. 야, 좀스럽게 그러지 마." 민영은 웬지 현숙을 북돋아 태식과 잘 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리구 너 생각해봐. 그 자리에서 네 가 소외감을 느낀 건 이해하지만 그건 또 그럴 만한 상황이었던 게 아닐까? 넌 다른 일에는 다 적극적이면서 왜 그랬어? 아, 그 친구들 얘기에 좀 끼어들면 안되냐?" 민영이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분명 지난 여행 이후 현숙은 태식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의 관심, 생각, 느낌이 긍금하고 안달스러울 정도로 그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야, 당당하게 해, 당당한 여자가 아름답다? 내 말 어때?" 현숙은 민영이가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네 말이 맞아. 왜 이렇게 감정이 잘 조절되지 않는지 모르겠어 애인 있는 게 너무 신경쓰인다, 정말! 물릴 수도 없구. 자유로운 네가 부러워." "웃기고 있네. 왜 물릴 수 없니? 정말 내가 부러우면 지금이라도 물리렴, 이깍정이!" 민영은 현숙을 꼬집으며 사람좋게 웃어댔다. "이 년들이 시집갈 상각들은 안하구 무슨 작당이냐?" 민영은 어머니가 호박죽을 끓여 내오면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앉으셨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렇지.' 태식은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참 여자가 무언지 애를 끓여도 이렇게 끓일 수가 있는지 싶었다. 현숙은 종내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아니, 어쨌든 한 번 만나긴 해야 할 거 아닌가?' 답답하고 애끓는 태식의 마음을 틈쩝하늘까지 우중충했다.

"아, 민영씨 ? 오랜만입니다. 저 태식이에요." 민영은 소식을 알 것 같았다. 현숙이네 집으로는 가능한 전화를 걸지 않았다. 아버지가 늘 집에 계셨기 때문에 그게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하도 연락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집으로 어렵게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저기, 현숙이네 집에 무슨 일이 있나요?" 민영은 아직 몰랐느냐며 놀라와 했다. '계집애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 아니 괜찮다고 했는데.....' "현숙이 아버지가 장출혈로 쓰러지셨어요. 벌써 3일이나 된걸요." 태식은 전화를 끊고 닥달같이 현숙 아버지가 압원해 계신다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무엇보다 현숙의 상태가 어떤지 걱정이 되고 궁금했다. 새삼 현숙의 존재가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니 가슴이 먹먹해 왔다. 현숙은 병원에 없었다. 수척해진 어머니가 중환자실 옆에 딸린 보호자 대기실에서 퀭한 표정으로 않아 있었다. 언젠가 현숙이가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시는 어머니께 인사를 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태식이는 어머니를 금세 알아보았다. 어머니는 처음에 누군가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차츰 기억이 나는지 반색을 하며 맞으셨다. "어쩌나, 현숙이는 집에 뭘 좀 가지러 갔는데...." 어머니는 태식이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기다리죠, 뭐." 태식의 흔쾌한 대답에 어머니는 당장 얼굴이 좋아졌다. 태식은 현숙이 어머니의 거친 손을 잡고 앉아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떤 고생이었을까?' 깊은 주름을 한 현숙 어머니의 얼굴은 태식에게 애틋한 연민의 정을 새록새록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 네가 어떤 자존심으로 내게 화를 내도 좋다. 그건 너 스스로 지켜왔던 어떤 버팀목이었을테니까. 그러나 현숙아, 이것만은 믿어다오. 난 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어떤 때는 너에게 부끄러울 때조차 있다. 내가 혹시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현숙아, 너는 나에겐 겨울의 상록수 같다. 언제나 정신을 맑게 해주는, 그런 존재야." 세 시간이나 기다려 현숙을 만난 태식은 다짜고짜 현숙의 손목을 잡고 찬바람이 부는 베란다로 나왔다. 그리곤 성명서를 낭독 하듯이 고백했다. 현숙은 그날 이후 태식을 새롭게 만날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당당하고 자립적인 사람으로서 자신이 섰을 때 태식 앞에 새롭게 나서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 태식이가 오늘밤 자신을 시험하듯 나타나 큰 기둥처럼 버티고 서있는 것이었다. 현숙은 지금까지 버텨 왔던 오기나 자존심보다 더 힘있고 든든한 그리고 사람을 푸근하게 하는 힘을 느꼈다. 흐렸던 하늘이 개이고 별이 하나씩 빛나기 시작했다. 현숙은 태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믿음과 자신감으로 떨리는 손을.

#########네번째 이야기 - 연애철학 (2)















#사랑의 줄다리기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서 바보가 된다고도 하고 가슴앓이를 한다고도 합니다. 뭔가 서로 척척 맞아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얘기겠지요. 거로의 요구와 기대가 엉뚱하게 빗나가고, 생각지도 않던 말이 툭툭 튀어나와서 감정의 대립을 더욱 날카롭게 합니다. 이런 현상은 결혼 후에도 나타나지만, 연애관계란 결혼관계보다 가변적이고 불안하기 때문에 갈등이 주는 충격이 관계 그 자체를 끊어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연애가 잘 안되는, 연애가 잘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그것은 두 사람의 조건문제를 관계의 중심으로 보는 생각입니다. 조건이란 학력, 경제력, 가족관계, 외모나 나이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이 조건을 참 많이 따집니다. 그래서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도 직업이 뭔지, 잘 생겼는지 등이 중심적으로 비교하는 내용이 되는 세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고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든지, 여자가 남자보다 잘살면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든지. 홀시어머니에 외아들이면 아예 만나지도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남자가 여자보다 더 커야 한다는 등의 사회적 통념을 연애를 잘 해보려는 젊은 남녀들의 발목을 걸어 잡아당기는 밧줄처럼 여기 저기에 널려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거 다 좋은데 얼굴이 너무 못생겼다든지, 마음엔 드는데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망설이고 저울질을 해 봅니다. 그렇지만 이같은 조건들로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짓다 보면 아마 한평생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할게 뻔 합니다. 물론 조건은 중요합니다. 사람은 주위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규정당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조건을 따져 보는 것은 그사람을 알기 위해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가장 결정적이냐는 데 있습니다.

#사랑을 이끄는 결정적인 힘

연애가 잘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두 번째 요인입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그가 가진 인생관, 가치관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표출되는 태도나 자세,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생활력과 자립심 등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연애를 이끄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봅니다. 사람이란 조건이나 환경의 산물이지만 또한 사람이 조건과 환경을 창조하기도 하며, 후자가 사람들의 본질적인 측면이라는 철학적 태도와 관점이 연애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만약 사람이 그저 환경에 의해 규정될 뿐이 그럼 피동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원시사회로부터 지금까지 이룩한 물질적 풍요와 발전, 문화.사상적 발전 등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조건이나 사회적 환경에 의해 규정되고 영향받는가는 사실이 사람이 피동적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 조건과 환경을 스스로에게 더욱 유익한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이 측면이 역사와 사회를 발전시킨 진정한 동력이겠지요. 사람은 조건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주동적인 존재입니다. 이렇게 볼 때 태식은 현숙의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려는 현숙이의 태도를 보고 마음을 정하게 됩니다. 이와는 달리 현숙은 사람을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는 태식의 훌륭한 태도에 감동하게 되었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떨쳐버림으로써 비로소 두 사람이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관계의 질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같은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상대방의 지위, 권력이나 금력과 같은 조건을 앞세워 관계를 했던 사람들과는 불신을 떨쳐버리기 어렵고 늘 경쟁적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아니라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애쓴 사람들과는 눈에 보이는 뚜렸한 성과나 이익은 없었을지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람으로 살아가는 외면적인 것이나 조건이 아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중심을 통해 이 모양도 보고 저 모습도 보아야 조금씩 조금씩 알게됩니다. 그래서 연애를 한 2년 이상을 해보고 결혼하라고들 하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나타나는 사람됨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을 두러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함께 같은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의 됨됨이는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람됨이 기준이 금력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돈이 많은 사람이 제일 훌륭한 애인감이 되고, 명예가 기준면 명예있는 사람을 고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 는 옛 말에 이런 깊은 뜻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그러니 상대방을 구하고 탓하기 전에 사람을 볼 줄 아는 자신의 눈을 기르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젊은 시절에 교양을 쌓아 두는 것은 훌륭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준비한 만큼 일을 하게 되고, 자기의 그릇만큼 사람을 선택하고 사귀게 되는 법입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나기 위하여

누구나 훌륭한 됨됨이의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인생도 성공적으로 살 수 있고 연애도 잘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려면 여러 가지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연애관계와 관련되는 핵심적인 과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별적으로,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연애는 두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에 개별화되어 있고 서로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주관적으로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충고나 비판은 보약같이 두 사람의 관계를 살찌워주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주관에 빠지지 않고 잭관적으로 문제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영이도 현숙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해 주었습니다. 그건 민영이가 잘나서라기보다 당사자가 아니므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불수만 있었다면 태식이와 그렇게 감정적으로 틀어지지 않았겠지만 그건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힘드는 일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연애과정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다수의 현명한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단지 연애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는 모두 가능한 집단적으로 풀고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자세입니다. 두 번째는 다른 인간관계도 그렇지만 연애관계도 두 사람이 서로 성숙해지는 방향에서, 이전보다 서로를 더 자주적인 인간으로 발전시켜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여성들은 연애관계에서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여성다움으로 부추기는 사회적 환경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 환경을 극복하고 변화시키는 것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마냥 환경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현숙의 태도에서도 이런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데에선 안그러는데 유독 태식이와의 관계에서 의존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현숙이가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는 현숙의 태도에 우리는 깊은 공감을 갖게 됩니다. 자신이 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점은 자주적인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증거요, 또한 그것은 스스로가 인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성숙시켜 주는 과정으로 연애가 이루어질 때 이별이나 헤어짐은 단지 슬픔이나 상처만이 아니라 인생을 풍부하게 익히고 배우는 또 다른 과정이 될 것입니다. 이별이란 두 사람이 연인으로서는 헤어지나 사람으로 다시 만나고 협력하는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전체와 철학은 연애를 인간답고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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