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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엄마의 눈물
[책의 차례로], [14장으로]

"여보세요. 아, 네 저 유진이 엄마예요. 고생 많으시죠? 오늘 저녁엔 유진이 아빠가 갈 거예요. 예그렇게 알고 계시라구요. 예? 유진이가요? 그래요. 바꿔주세요."민영은 이젠 전화말도 알아듣는 딸 유진이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엄마, 엄마!" 유진이는 그저 엄마소리만 해댔다. "그래. 우리 유진이 착하다.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잘 놀았니?" 유진이는 알아들은 것처럼 '응'하고 대답했다. "그랬어? 아이쿠 우리 유진이 엄마 딸이네. 오늘 엄마가 밀을 많이 하기 때문에 유진이 데리러 못 가. 있다가 놀이방에 아빠가 갈거야. 아빠랑 손잡고 집에 가 있어라. 응? 알았지?" 유진이는 아무 소리가 없다. 엄마가 제 모양을 보고 있기라도 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양이었다. 민영은 수화기를 놓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유진이가 태어난 후도 무지 하루도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얼마나 좋아진 것인지 모른다.

민영은 유진이를 낳고 나서 출산 휴가만 끝내고 호기있게 출근했다. 유진이는 외가집에 맡겼다. 그러나 유진이는 얼마 안되어 앓기 시작했다. 탈장에다 폐렴까지 겹쳐 3개월 이상을 입원할 정도로 지독하게 아팠었다. 민영은 별 수 없이 휴직하고 집안에 들어 앉았다. 유진이의 병세는 민영이가 곁에 있으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는 사이에 1년이 후딱 가버렸고, 유진이는 민영을 독차지하고서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나 민영은 팔자좋게 유진이의 응석을 받아주면서 집안에만 있을 형편이 못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학업이 끝나지 않은 진섭의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시댁에서 어쩌다 도와주기도 했지만 그것만 믿었다가는 유진이의 우유값이며 생활비를 제대로 댈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민영은 출판사 일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던 것이다. 일을 하려면 유진이를 누군가 봐주어야 했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생각을 해보았지만 오히려 짐이 되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궁리 끝에 동네 놀이방을 알아보았다. "안돼요. 24개월이 되어야 받아줄수 있어요." 그러나 동네 놀이방에선 18개월이 된 유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민영은 일주일 동안 매일 놀이방에 찾아갔다. 설득하고, 애원도 하고, 그때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 눈물이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결국 놀이방 교사가 손을 들었고 유진이는 놀이방에서 최연소 아동이 되었다.

책의 편집이 마무리될 즈음엔 늘 이렇게 퇴근이 늦어지곤 했다. 그럴때면 저녁 일곱 시에 끝나는 놀이방에서 유진이를 데려오는게 큰일이었다. 그러면, 남편과 친정어머니, 친구들까지 동원해야 했다. 오늘은 진섭이가 별 일 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민영이로선 진섭이가 좀 더 도와주기를 기대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일은 밤 열 시나 되어 끝이 났다. 민영은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집은 컴컴하게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진섭 씨가 애를 데리고 어딜 간 건가.?' 민영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침에 어수선하게 나온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혹시 진섭씨가?' 민영은 황급히 놀이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유! 인제 전화하시면 어떻게 해요?" 놀이방 교사의 짜증난 목소리 뒤로 유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민영은 수화기를 놓자마자 문을 박차고 놀이방으로 달렸다. 하얀 달빛이 민영의 뺨으로 흐르는 눈물에 맺혔다가 지워지곤 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여태 오지 않았단 말인가? 이럴거면 약속은 왜 했다지.?' 피가 거꾸로 도는 것만 같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유진이는 민영을 보자마자 품 안 으로 달려들어 '왕'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교사는 달래다 지쳤는지 늘 웃던 얼굴이 무표정한 채였다. "죄송해요. 이거. 퇴근도 못하셨죠.?" 민영은 아이를 끌어안은 채 달래느라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괜찮아요. 어서 데리고 가세요. 다음부턴 신경을 좀 써주세요." 교사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민영은 유진이의 옷이며 신발 등이 들어있는 손가방을 받아들고 유진이를 안고 일어서면서 몇 번 이나 굽신굽신 인사했다. 유진이는 민영의 품에 안겨 자지러지듯 몸을 떨었다. 민영은 아이가 또 병이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유진아. 이제 걱정하지 마. 불쌍하게도 ..... 엄마가 안 올 줄 알았니?" 민영은 유진이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아이의 여리고 작은 몸이 가벼워 왈칵 눈물이 솟았다. '못난 엄마, 아빠 땜에 너만 공연한 고생이구나.'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다 지쳤을 유진이 생각에 더욱 진섭이가 밉고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진섭은 자정이 다 되어 흠뻑 취한 채 들어왔다. 민영은 겨우 잠든 유진이가 깰까봐 큰소리를 치지도 못했다. "정말 미안, 미안 . 갑자기 후배가 연구실로 찾아왔잖아. 3년 만에 본 후배라구. 자기두 알겠다. 내가 한 번 출판사에 데려간 일이 있었는데, 거 왜......." "그만 둬!" 민영은 진섭의 말을 끊고 돌아섰다. 피곤함과 원망스러움이 한 데 범벅이 되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왔다. "미안해. 정말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유진이를 내가 데려올게. 진짜야. 화 풀어, 응.?" 민영은 진섭을 쳐다보지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진섭은 중얼중얼하더니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유진이는 진섭의 코고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도대체 이 남편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는 너무나 무용지물 아닌가?'
민영은 뱃심좋게 코를 고는 진섭을 어이없게 바라보다가 낑낑대며 웃목으로 밀어부쳤다. 그렇게 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한참을 앉아서 궁상스러운 생각을 하다가 피곤에 못 이겨 몸을 뉘였다. 물에 젖은 솜같이 무거운 몸이 고통스러울 정도인데 분하다 못해 슬픈 생각이 넘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새벽녘에야 얼핏 잠이 들었다. 유진이는 버티고 앉아 계속 울기만 했다. 놀이방에 안 간다는 것이었다. 진섭은 일찍 일어나 밥도 짓도 청소도 하며 스스로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유진이를 놀이방에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유진이는 방구석에 주저앉아 한 발자욱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막무가내였다. "이것 봐. 자기가 어제 한 짓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제 알겠어? 아이가 우리를 안 믿는 거라구. 저를 떼어놓으려는 줄 알잖아." 민영은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심정 같아선 유진이와 같이 엉엉 울고 싶었다. 진섭은 기가 죽어 눈만 껌벅거리며 문간에서 있었다. "그냥 가. 내가 알아서 할게." 민영은 유진이의 불신이, 어제밤의 충격이 잦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진섭이가 나가고 민영이가 주저앉아 유진이를 안아 올리자 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민영은 출판사와 놀이방에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했다. 전화를 끊고 아이를 꼭 끌어았다. "유진아 엄마 좀 도와줘. 어젠 미안해. 그치만 이제 화 풀어, 응?" 유진이는 알아듣는 듯, 민영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방긋 웃었다. 아이의 눈가엔 아직 아롱아롱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민영은 오전 내내 유진이와 놀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아이만 생각했다. 유진이는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아이한테 내가 모진 것은 아닐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민영은 자신이 돌봐주지 않아서 아이가 애정결핍이나 정서불안 등의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언제나 좌불안석이었다. '그냥 내친 김에 유진이와 하루를 까먹어?' 그러나 출판사 일은 민영이의 머리 한 끝을 잡아당겼다. '유진이를 놀이방에 데려다 주고 출판사에 가서 남은 일을 조금이라도 보고 와?' 민영은 계산기처럼 시간을 따져보았다. '유진이를 놀이방에서 보통 오후 4시까지 잠을 잔다. 5시까지만 오면 괜찮지 않을까?' 편집부장의 곱지 않은 눈길이 떠오르고, 민영은 퍼뜩 오늘 오후까지 마치기로 한 일이 생각났다. 민영은 유진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 주었다. 녀석은 어제일을 잊었는지, 아니면 정말 제 엄마를 도와주려는지 잠자코 따라나왔다. 놀이방 앞에 가서도 유진이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제 좀 괜찮은가 보다.' 민영은 안심이 되었다. "우리 유진이 왔니? 오늘은 오후에 출근하는구나?" 놀이방 교사는 어제밤 시무룩하니 표정없던 얼굴과는 달리 반갑고 친절하게 유진이를 맞아주었다. 민영은 새삼 교사가 고맙고 또 미안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막강한 지원자 같이 가슴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유진이는 민영에게 바이바이를 하기까지 하며 재롱을 피웠다. "가보세요. 가서 일보세요. 괜찮을 거 같네요. 대신 오늘은 좀 일찍 오시구요." 민영은 놀이방을 나왔다. 그리고 막 큰 길로 들어서려는데 유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와아 앙 - 엄 - 마아." 민영은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유진아, 제발!' 민영은 거리로 놀이방 창을 바라보았다. 유진이의 울음소리가 거리로 쏟아져서 온 거리가 울음바다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아이, 다 그만둘까 봐.' 민영은 스스로 허물어지는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놀이방 창문이 열리면서 교사가 그냥 가라고 손짓을 했다. 자기가 달래보겠다는 뜻이었다. 민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거리 한 가운데서 망연히서 있었다.















############# 열번째 이야기 - 일하는 여성과 육아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난다.

197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전체의 38.5%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9년 통계를 보면 46.8%롤 급격히 상승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기혼 여성의 비율은 약 47%입니다.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인구의 반이 기혼 여성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기혼 여성의 취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턱없이 모자라는 생계비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이 92년초에 발표한 도시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111만 3천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저생계비가 이런 형폄이나 가장의 돈벌이만을 가지고는 식비, 주거비는 물론이요 교육비도 제대로 감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기혼 여성들이 산업 현장으로 나오게 됩니다. 생계비 부족 현상은 저소득층일수록 심각한 실정이므로 이 계층의 기혼 여성은 대개 취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대개의 기혼 여성이 제조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들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조건의 저임금 업종에 다수 고용되어 있습니다. 자본제 취업을 늘림으러써 기혼 여성들의 모성 보호 비용을 개별 가족에게 전가시키는 추세가 학대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본가들의 시간제 취업과 같은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기혼 여성들의 노동조건을 더더욱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성과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혼 여성들의 안정적인 취업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장애가 있다면 그것은 육아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혼 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아이만 맡길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또다시 생각나는 혜영이와 용철이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는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뚵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 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정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지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에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고 강도라도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 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방문은 꼭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도 방안에 꽉 차고

우린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정태춘의 노래 '우리들의 죽음' 중에서)

혜영이와 용철이는 지난 90년 부모가 밖으로 문을 잠그로 일하러 나간 사이에 불장난으로 질식

해서 죽음을 당한 3살과 5살의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같은 죽음은 또 91년 인천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세 쌍둥이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죽음들은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부부가 아이를 맡길 수 없어, 마땅히 맡길 곳을 못 찾아 방 안에 가두고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보사부 발표에 따르면 90년의 경우 탁아수요 아동은 108만 6천 여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92년의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탁아수용 가능성은 수요의 10.6%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는 탁아 현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이들 비영리 민간 탁아서는 현재 전국에 250여 개에 이르며 이 중 100여 개의 탁아소가 '지역사회 탁아소 연합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 또 용철이, 혜영이의 죽음이 가져옴 사회적인 충격과 파장은 정부로 하여금 '영. 유아 보육법'을 제정하도록 강제하였습니다. 이 법은 일하는 여성을 도와주고, 아이들을 올바르고 안전하게 보호, 교육하며, 맞벌이 부부 가정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제정되었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미흡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민간 탁아소의 교사와 부모들은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탁아소가 더 많이 필요하다!

아이들 탁아소에 맡기고 직장에 나가는 기혼 여성들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고 있지 않다는 데서 일종의 죄의식, 또는 초조감을 갖게 됩니다. 이런 의식은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아이는, 특히 유아기에는 엄마의 정성으로 키워져야 정상적으로 자란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생활고 때문에 피치 못해 직장생활 하든, 자아의 성취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든, 일하는 어머니들은 이런 사회적 통념에 시달이면서 직장에서는 직장에서대로, 집어서는 집에서대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돈을 얼마나 벌겠다고 애까지 내버려두고 나다니냐?'는 비난은 남편으로부터도 쏟아지는 개 현실입니다. 일단 이런 통념이란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런 통념이 계속 주입됨으로써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으로 하여금 언젠가 생활이 피면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것은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또 필요 없으면 언제라도 내쫓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육아문제입니다. 즉 탁아소에 보내는 것이 아이의 정상적인 발육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는가, 어린아이는 꼭 어머니가 키워야 제대로 자라는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아이 역시 사회적 존재입니다. 성인들처럼 자립적이면 이성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들도 사회적 존재인 인간임은 분명하고, 가정이든 탁아소든 그곳은 아이들을 사회적 존재로 형성시키는 주요한 사회적 환경이 됩니다. 사회적 환경이 보다 다양한 인간적 유대를 가질 수 있는 조건일수록 아이는 더욱 더 성숙하고 풍부한 인간성을 배우게 되겠지요. 전통적 사회에서 가족과 가정은 대가족적인 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형제가 많을 뿐 아니라 사돈의 팔촌까지가 가족이었고 마을 전체가 식구들처럼 지냈던 시절에는 가정 안에서도 아이들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발전과 함께 핵가족이 보편적인 가정형태가 되면서 가정은 부부 중심이 되었고, 이 때 아이가 집 안에서만 자랄 경우 아이에게 주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님입니다. 더욱이 그저 자신만을 쳐다보면 집 안에만 있는 어머니와 하루종일 지내는 아이들은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집중적으로 받으며 자라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핵가족의 아이들이 심한 의존심과 정서불안을 보인다는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 자신감을 상실해 가고, 소외감을 느끼는 어머니에게 아이는 고독과 불안을 더 많이 느끼게 되기 때문에 아닐까요? 탁아소는 핵가족화하는 산업사회에서 아이들을 사회적인 존재로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교육적 의의와 가치를 지닌 교육환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만나는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양적으로가 아니라, 짧지만 깊은 애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편이 하루종일 아이에게 공연히 짜증을 냈다가 과도하게 애정표현을 했다가 하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이지 않겠숩니까? 탁아소에 다니는 아이들이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사교적이고 집단적 품성으로 자란다는 평가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탁아소의 필요는 아이들의 교육과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혼 여성들의 취업증가로 인해 현실적인 필요가 점점 증대되고 있습니다. 탁아소의 의의는 또한 아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어머니가 자신의 일을 신명나게,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평등하게 사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사실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탁아소가 보다 교육적인 환경을 구비하여 부모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위해서라도 우선 더 많이 설립되어야 합니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더 많은, 더 좋은 탁아소를!' 이것이 현재 엄마들의 간절하고 긴급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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