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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론>

한국여성의 현실과 여성운동
[책의 차례로]

1. 우리사회의 여성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북 여성토론회'에서 생긴일

지난 91년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남북 여성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이 토론회는 우리나나 여성운동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남북의 여성들이 분단 이후 최초로 한 자리에 모여 여성문제와 여성운동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한 핏줄, 한 민족인데도 반세기나 갈라져 살아온 남과 북의 여성들은 이 자리에서 많은 동질성을 확인했습니다.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어릴 적 함께 자라던 추억을 나누기도 했지요. 그러나 또한 서로 다른 관점이나 생각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문제에 대한 관점은 완연히 달랐습니다. 우선 남쪽 여성들은 남한 사회의 여성들이 열악한 위치에 처해있는 이유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문화가 잔존해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이 의견이 남한 전체 여성의 생각을 대표한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하여 북쪽에서는 북한의 여성차별은 제도적으로 이미 해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각각의 주장은 곧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북쪽에서는 '여성억압의 원인을 제도에서 찾지 않고 가부장적 문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남쪽에서는 '사회주의가 되었다고 여성 억압이 없을 수 있는가? 솔직하게 차별 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쪽대표인 여연구 씨는 '사람사는 사회에서는 어디서나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제도적으로 차별의 문제가 해결된 이상 부분적이고 개별적인 차별 현실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통일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남북 여성토론회'에서 벌어졌던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여성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고 기본적인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여성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의 여성문제는 한마디로 '여성차별과 억압의 사회적 현실' 문제입니다.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특히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민중 여성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전반적 영역에서 차별 당하고 억압받고 있습니다. 개별적인 남녀관계나 가정내에서 발생하는 여성차별과 억압의 현상도 사회적 여성차별과 억압의 한 부분입니다. 모든 차별과 억압이 그렇지만 특히 여성차별과 억압은 인간을 온전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해악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고 살아가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든 어느 한쪽이 부당하고 불평등한 처지에 놓여 지낸다는 것은 인간 전체의 풍요하고 자유로운 발전이 지체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마치 쌍둥이처럼 서로가 인간이라는 태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모든 차별을 점차로 극복해낸 평등권 쟁취나 역사이며, 이와 함께 여성해방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별이 자연 때문에 빚어진다면 자연과 싸우고, 사회적 관계의 부당함 때문이리면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발전해 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차별과 억압이 정도는 그 사회의 민주화나 인간화의 정도를 반영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차별과 억압을 극복하려면 우선 그 문제의 원인과 본질적 근원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여성차별과 억압현실이 왜 존재하는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이길래 여성차별과 억압이 생기는가?' 라는 질문에 올바르게 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여성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여성문제가 사회적 현상인 한, 여성문제의 원인은 특별히 다른 어떤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특성과 문제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여성문제가 가지는 특성, 독자성은 전체 사회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제를 내포할 뿐 아니라, 여성차별과 억압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자체 사회의 문제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파악해야합니다. 이것은 마치 인간이라는 보편성이 남나와 여자라는 특수성은 그 안에 인간 일반이라는 보편성을 갖는 것과 흡사합니다. 이렇게 볼 때 '남북 여성토론회'에서 남쪽이 여성문제의 원인을 '남성 중심의 가부장에 문화의 잔존'으로 파악하여 발표한 것은 아무래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 전체의 존재가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문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되므로, 이는 과학적 견해로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여성문제의 원인으로 가부장제 문화의 잔존을 꼽을 수는 있으나 문제가 전체 사회와 구분되고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여성의 문제가 전체 사회와 구분되고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여성의 평등한 사회참여 주장과 요구가 무색해지는 오류를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여성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이나 발전전망에 관한 해명에 기초하여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체적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격변하고 있는 이 상황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성차별과 억압의 제반 형상을 해석해 내고 해결대안을 제기할 것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2.한국 사회 여성의 현실

그러면 실제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어떤 차별 현실과 억압적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여기에서는 여성들이 맺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 중에서 경제, 정치, 문화와 이데올로기적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경제적 사회관계에서

91년 6월만 현재 여성취업인구는 789만 명으로, 총 취업자의 4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5년의41%에서 90년 47.2%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촌의 기혼여성을 포함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기혼여성은 대략 554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갈수록 늘어나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에도 불고하고 고용 관행이나 고용구조상의 불평등과 불안정, 근로조건이 열악함과 차별 현실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관계에서의 여성문제의 해결이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고, 당당한 사회적 일꾼으로서 평등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1) 고용상 불평등과 불안정에 대해서

우선 여성들의 경제활동 영역이나 직종이 여성취업자의 증가에 비해 제한되어 있습니다.
신발, 완구, 섬유나 가전제품 등 경쟁력이 취약한 제조업이나 판매, 보험모집, 은행 등의 서비스업종이 여성취업의 고유한 직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기혼여성을 건설업의 중장비 기사나 조선, 제철, 기계제작 등의 업종에 고용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할뿐더러 거칠고 힘든 노동에 따른 근로조건이나 모성보호 등의 조치가 열악한 상태입니다. 대졸여성들의 경우엔 34%정도에게만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실정이며 실업계 출신 여사무원을 고용할 때 능력보다 외모를 더 중시하는 관행도 여전합니다. 취업이 되어도 결혼 후 퇴직을 강요한다거나, 결혼하면 촉탁(임시)직으로 제계약을 하는일, 한창 나이인 25세나 28세를 정년으로 하여 내쫓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에는 해외자본의 개방화가 이루어지면서 여성중심의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에서 부도, 도산 등으로 휴업이나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경쟁력의 취약을 저임금으로 메꾸려는 기도가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해고, 감원사태가 빈발하고 시간제 고용과 임시직 증가 상용고용 비중이 88년 78%에서 90년에는 75%로 하락하였습니다.

2)근로조건의 악화

고용구조상의 불평등과 불안정은 곧바로 근로조건의 악화로 연결됩니다. 차별적인 저임금, 장기 근속자에 대한 승진, 승급의 불평등 대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모성파괴 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간제 근로제의 확대는 시간제 근로자의 70~8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어 버릴 우려가 있습니다. 즉, 시간제 근로제에 의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 44시간의 70%(30.8시간) 미만인 자에게 주휴일, 월차, 연차, 생리, 산전산후 유급휴가를 부여치 않고, 초과근무수당이나 시간의 수당의 축소 또는 삭제를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국내기업이 도산 및 휴폐업은 여성중심업종에서 빈발하게 나타나 여성들을 실직상태로 내몰고, 일터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저임금과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이 강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어리고 연약한 여성노동자들의 기막힌 저임금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라는 희생을 담보로 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은 이룩했다는 휘황한 영예의 뒤안에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기계에 바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았는데, 이제 또다시 경제의 위기니 뭐니 하면서 여성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어린 여성노동자를 또다시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었습니다. 얼마 전 부산의 신발업체인 주식회사 '대봉'에 근무하던 권미경양은 소위 '30분 일 더하기' 운동을 벌여 생산성 향상 독촉을 당하던 끝에 '더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말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긴 채,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정치적 사회관계에서

정치란 권력을 가지고 어떤 특정한 집단의 요구를 실현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경제적 평등의 실현 여부도 긍극적으로는 여성들이 자신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얼마 만큼 실현시키느냐의 문제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취권력은 경제관계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 여성들의 정치적 지위는 극히 낮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정치적 의회할동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91년 기초의회

91년 광역의회

92년 총선

전체 출마자 수

4,344명

866명

1,048명

여성 출마자 수

122명

63명

지역구 19명

전국구 16명

여성 당선자 수

40명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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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당선율

1%미만

1%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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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물론 의회활동에 국한된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이 정치력이나 정치적 지위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지표는 아니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성의원 수는 현재 우리 사회 여성들의 정치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일정하게 보여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성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여성들의 자신의 요구만을 가지고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정치적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여성의 정치,. 사회적 자각과 진출을 위한 노력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문화적 의식, 관습 등에 의한 여성 억압과 현실

영화, TV드라마, 상품광고, 각종잡지들과 같은 문화적 매체, 교육, 법, 사회제도 가족관계 등에서 여성을 성적 존재로, 가정내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또 하나의 차별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낡은 의식들은 여성 당당한 독자적 인격체요 사회적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됩니다. 여성을 성적인 대사, 성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비인간적인 의식은 매춘이나 인신매매 등과 같은 사회적 성폭력을 빚어냅니다. 광고나 선전 등에서 여성을 성적 노리개나 성품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같은 사회적 의식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깊고 넓게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해 와서 상식과 관습이 되어버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이러한 의식을 상품화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바뀌어 버리는 옷이나 화장품의 유행들을 보십시오. 또한 여성을 가정내 존재, 가사노동과 육아의 전담자로 규정하는 전근대적 의식은 여성의 발목을 잡음으로서 여성들이 정치, 경제적 지위를 계속 하락시키는 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의식은 그 사회의 경제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불평등하고 낡은 의식은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적 경제관계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 의식은 상대적 능동성을 갖기 때문에 역으로 경제관계를 규정하므로 여성차별, 여성비하의식의 확대. 강화는 차별적 경제사회관계를 강화. 유지시키게 됩니다. 여성에 관한 차별적 사회의식은 다른 어떤 사회적 의식들보다 우리 사회에 오래고 완강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자신을 확대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며, 또 그만큼 여성차별을 통한 지배와 통지의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여성을 성적 존재로 규정하는 의식의 문제는 한 사회에서 매춘, 인신매매 등의 문제로 표출되지만, 외세와의 관계에서는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식민지 여성의 성적 침탈이하는 극악무도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강제로 정신대에 끌려가 일제의 동물적 만행에 의해 개인적 삶이 파괴되었던 역사, 지금도 미군기지 주변 곳곳에서 미군에 의해 유린되는 유리 자매들의 통한은 여성에 대한 낡고 불평등한 사회 의식이 최종적으로 어떤 억압현실에가지 닿아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3.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떨쳐 일어서는 여성들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극복하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정립하여 인간답게 살고 활동하려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구석구석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이같은 자주적인 문제 해결노력과 사회적 실천을 우리는 여성운동이라고 합니다. 여성운동의 현황에 있어서 우선 운동과 주체세력으로서 여성운동조직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여성운동은 여성들의 자각에 기초한 조직된 노력에 의해 집단적 위력을 가지고 해결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여성들의 요구가 어떤 내용과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여성차별과 억압의 본질적인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자신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운동과정에서 점차 그 문제들을 표출시킨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접근해가고, 따라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대양한 요구를 표출시키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점차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자랑스러운 주역으로서의 자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여성운동의 조직현황

조직이란 동일한 요구와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계획적이고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 사회적 실천단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여성운동조직도 여성들의 요구와 이해관계에 따라 성립되며. 요구와 이해관계는 사람들의 계급적 처지와 정치, 사회적 자각 수준을 표현하기 때문에 여성운동 조직은 여성들의 계급적 처지나 자각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여성운동조직은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종교적 요구에 따라 독자조직으로, 혹은 일반적인 계층이나 계급조직의 부서조직으로 결성되어 있습니다. 경제적 조건은 노동과정상의 직업적, 경제적 차별을 철폐하고 모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으로 대표적인 경제적 조직인 노동조합, 농민조직, 또 빈민조직 등의 여성부가 있습니다. 지역사회탁아소 연합회와 같은 조직도 여성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적 활동을 보장하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적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가정내 존재로서 규정되어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주부들의 경제적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소비자 조직이나 주부조직들도 경제적 조직입니다. 이같은 여성들의 경제적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사회단체들도 있는데, 여성노동자회, 여성민우회를 비롯한 각 지역의 여성단체들이 그러합니다. 이들 단체는 여성들의 경제적 조직과 더불어 법이나 제도 등의 개정, 제정, 등을 통해 경제적 요구들을 전사회적 요구로 일반화시키려는 노력을 벌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성격의 조직은 여성문제의 해결이 전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체 사회의 과제 해결을 제기하고, 그 속에서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방식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정치적 조직이 대표적 형태는 정당조직이나 통전조직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서구처럼 여성의 독자적 대중정당이 존재하지 않고 일반 대중정당내에 여성부서를 두고 있습니다. 통전적 조직으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있는데, 이 단체는 전국의 22개 여성단체들이 연합한 조직입니다. 민간주도의 민주적성격을 가진 여성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가입한 여성단체들은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향상을 적극 지원하는 활동과 더불어 그것을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활동, 전체 사회의 민주화와 자주화, 통일을 지향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은 민주화의 실현과 같은 우리 사회의 전체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족적이고 민주적인 운동집단들과 연관을 가지고 여성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청년조직이나 학생조직은 그들의 정치적 자각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을 중심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여성부 등이 조직되어 있으며 여대협(여학생대표자협의회)와 같은 조직도 결성되어 있습니다. 특수한 여성적 과제를 제기하지는 않으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전체 사회의 정치적 과제를 제기하는 대표적인 정치적 성격의 조직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있습니다. 이외에 정치적 조직으로는 한국 여성정치연맹, 한국부인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있으나 이들은 관주도인 경우가 많고 대개 부유층 여성들이 중심인 조직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민족미술협의회 여성분과와 같은 문화적 여성조직, 참 교육학부모회와 같은 교육운동적 조직과 공해추방연합 여성위원회와 같은 조직도 있고, 교회여성연합회나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같은 종교적 여성조직도 있습니다. 또 정신대문제나 성폭력과 같은 특수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기구나 여성의 전화나 상담소, 연구소 등 여성들의 요구를 실현하는 지원적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전체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올바른 관점에서 조직해내는 과제는 실로 막중하여 여성조직화의 현실은 아직 그리 만족할 만할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와 그의 실현을 위한 활동들

1) 직업적이고 경제적인 요구

고용안정, 동인노동, 동일임금 요구, 장기근속자우대, 근로조건 향상, 조기정년제 철폐, 모성보호 요구로서의 유급생리휴가, 육아휴직과 수유시간 보장, 탁아소나 공부방 등의 시설확대와 지원에 관한 요구는 이제 여성 대중의 전반적 요구가 되고 있으며, 이는 개별적 노력을 비롯하여 항의시위, 집회, 파업투쟁과 같은 조직적 활동에 의해, 남녀고용평등법의 재정이나 영유아 보육법 등의 제정 실현으로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제정의 효과는 아직 미흡할 뿐 아니라 법 자체의 결함으로 인해 개정요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2)기타 생활상의 경제적 요구

가족관계에서의 상속이나 재산분할상의 차별철폐 요구,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에 관한 요구, 소비자로서 질좋고 값싼 상품에 대한 요구, 각종 잡세철폐 및 인하에 대한 요구, 공해문제에 관한 요구, 과도한 교육비 경감 요구 등, 실생활에 밀착된 일상적인 요구들은 여성들 스스로의 자구적인 노력에 의해 작은 모임이나 사회여론 형성에 의한 압력, 가족법 개정과 같은 법개정으로 표출되기도 하였습니다.

3)인권적 요구

최근 빈발하는 성폭행과 관련하여 여성운동은 억울하게 회생당한 여성들을 인권적 차원에서 구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김부남 씨, 김보은 씨, 김진관 씨와 같이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들을 살해한 여성들을 돕기 위한 구명활동이 그것입니다. 이들 활동은 사회에 활동을 통해 여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 주고 성폭력방지법과 같은 법제정운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4)정치적 요구

신문 지상에 발표된 92년도 여성계의 공통된 사업계획에는 여성의 정치권 진출이 들어있습니다. 민주적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경우 여성유권자 의식 교육을 통해 여성의 요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했고, 여성노동자나 농민 등 정치적 소외계층의 정치참여를 확대시킬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각 정당에 촉구하며 후보들에게 올바른 여성정책을 요구하는 활동은 경제적 권익 확보의 연장선상에서 제기되는 수준이며, 그나마 아직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지 못한 형편입니다. 이는 여성들의 정치적 무권리나 정치적 자각의 수준을 반영함과 동시에 여성의 열악한 경제적 지워와 생활조건을 해결하는 것이 여성의 열악한 경제적 지위와 생활 조건을 해결하는 것이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획기적인 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서라도 여성의 정치적 역할의 증대가 더욱 요청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5)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여성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

이 요구는 여성운동의 성숙정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요구의 대중적 전개는 바로 여성문제가 어디로부터 파생되는지를 대중 스스로가 깨달아 가는 것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발족된 '평화를 갈망하는 어머니모임'과 이 모임이 주도한 군사, 전쟁문화의 확산방지 및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평화군축운동, 그 대중적 형태로서의 '여성평화한마당'과 '여성평화제'로 나타났습니다. 여성들이 외세에 의한 분단과 그로 인한 전쟁위기 상황으로 인해 더욱 예속적이고 굴종적인 삶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여성운동에 있어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아울러 서울에서의 남북 여성토론희에 이어 평양 토론회의 실시 계획과 매년 열리는 9월 여성대회에 북한 여성대표 초대계획은 통일운동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본을 상대로 국가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활동을 일제 잔재의 청산과 아울러 반외세 자주화의 과제가 여성문제 해결의 근본적 과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엿보게 해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여성차별적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움직임들

각종 문화활동 속에서, 학교나 사회 속에서, 혹은 문학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의식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평등한 남녀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들이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관계

4.남은 이야기

여성은 세계 인구의 절반을 구성하는 역사의 당당한 주인입니다. 자연과 사회적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스스로를 해방시켜온 인류의 역사는 기필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예속을 무너뜨리고야 말 것입니다. 그래야만 인간 전체의 해방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그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사의 주인으로서의 자각과 굽힘 없는 인간해방 실현의 질긴 실천이 있을 때 더욱 빛나고, 더욱 앞당겨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여성들은 스스로 자립적 태도와 의지를 가져야만 합니다. 이것이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힘입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그로부터 해방되려는 , 그리하여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주동적 의지를 가지고 집단적으로,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의 미래를 밝은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를 테면 잘나고 유능한 남성들이 도와주겠거니, 전체적인 사회의 문제는 그들이 맡아 해결할 것이려니 생각하고, 여자들은 그저 자신의 처지에 맞게, 수준과 조건에 맞게 여성적 요구에 집중하면 된다는 안이하고 의존적인 사고방식을 과감히 떨쳐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세상 한복판으로 들썩거리며 어깨걸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 힘차고 가슴벅찬 역사의 한 가운데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 대열에 함께 어우러져 예속과 굴종, 의존과 안일을 박차고 꿋꿋하게 살아갑시다. 인간이 되기 위하여,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말입니다.
[책의 차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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