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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7일자 27면

성희롱 징계 '헷갈려' - 처리기관따라 누군 '면직' 누군 '면죄'

지난 8월 부하 여직원(23)을 성희롱했다가 신고당한 모기업 대리(31)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노동부가 아닌 여성특별위원회에 사건이 접수돼 징계를 면했다는 안도감에서였다.

그는 여직원에게 성적인 농담을 지속적으로 건넨 것은 물론 사무실과 엘리베이터에서 기회만 닿으면 상대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 죄질이 나빴다. 그러나 사건을 접수한 대통령직속 여성특위는 『 두 사람이 서로 화해했다』며 사안을 종결했다.

여성특위의 한 관계자는 『 만약 이 여직원이 노동부에 신고했더라면 그는 화해 여부와 관계없이 부서전환이나 징계를 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직장내 성희롱 사건이 어느 기관에 접수되느냐에 따라 가해자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성희롱을 금지한 두개의 법률이 가해자를 제재하는 강도가 각기 다른데다, 관련 기관마다 적용 법규를 달리하고 있어 생겨난 난맥상이다.

지난달 노동부에 신고된 모 대학병원 과장의 성희롱 사건은 위의 사례와는 사뭇 다르게 처리됐다. 성적 농담과 여직원의 몸을 강제로 만지는 것 등은 비슷했으나 노동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바람에 파면조치된 것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같은 차이가 빚어지는 것은 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법(개정법률)」을, 여성특위는 「남녀차별금지 및 규제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가해자에게 처분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법률 모두 지난 7월 시행됐지만 전자는 성희롱 가해자에게 「부서전환」이나 「징계」를 하도록 강제규정을 두고 있으며, 후자는 우선적으로 「시정권고」를 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때 「검찰고발」하도록 규칙에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한쪽은 처벌에, 다른 한쪽은 피해자구제와 당사자간 화해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이후 지금까지 여성특위에 접수된 9건의 성희롱사건 가운데 5건은 종결됐지만 검찰고발은 한건도 없이 모두 시정권고나 사전화해로 매듭지어졌다.

반면 노동부측은 『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면 예외없이 법률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근로여성정책과 한흥수 근로감독관은 『 두 법은 처음부터 내부적으로 「이중규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면서 『 가해자 처벌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현재 입법추진중인 인권법에서도 성희롱 금지규정이 들어가고 인권위원회가 이를 다루게 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3개 기관과 3개 법률이 제각각 다리를 걸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법의 명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