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과학] 응급 피임약 시판에 낙태논란 팽팽

"원치않는 임신 방지"-"엄연한 생명 죽이기"…찬반론 맞서 .

♧ 여성들에겐 늘상 '원하지않은 임신'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국내에서도 전국 5대 도시에서 16∼60살 여성 1천2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약 47.6%가 원하지 않았던 임신 경험이 있으며,이때문에 한번 이상 임신중절을 한 여성이 88.3%에 이르렀다는 결과가나오기도 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이란, 꼭 영화나 사회면 뉴스의 한 장면처럼 '성폭행'이나 '강간' 등에 따른 부작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부부나 연인간의 피임 실패에서 비롯된다. 남성용 콘돔이 찢어졌다든지, 생리 주기를 잘못 계산했었다든지 하는 경우다. 미처 피임기구나 약을 복용하지 못한 채, 로맨틱한 분위기에 빠져 실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미국에선 매년 270만명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며, 이중 절반 이상이 피임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원하지 않는 임신때 복용할 수 있는 '응급 피임약'이 미국에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피임약으로는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이달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일명 '모닝 애프터 필'은 사건이 있은 다음날 아침 먹는 피임약이라는 뜻이다.

●성행위 있은 후 3일동안 복용 자이네틱스라는 뉴저지주의 자그마한 제약회사가 만들어낸 상품명'프리벤(Preven)' 피임약은, 성행위가 있은 후 3일(72시간)내에 우선복용해야 한다. 최초 72시간내에 2알을, 그리고 다음 12시간내에 또 2알을 먹어야만 한다. 알약의 색깔은 연 푸른색.

프리벤 속에는 피임약 이외에 즉석 임신진단 키트(소변으로 부터 임신 유무를 쉽게 알아내는 막대형 진단시약)가 들어있다. 사용 여성들은우선 본인이 임신인지 여부를 알아낸 다음, 임신이 됐을 경우, 주치의나 담당 의사와 상담을 거쳐 프리벤을 복용하도록 되어 있다.

약국에서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자이네틱스의 로데릭 맥켄지 회장은 "약 20달러 수준으로 임신의 공포나 낙태 위험에서벗어날 수 있다"며 "실험 결과 약 75%의 확률로 임신을 예방해 준다"고설명했다.

프리벤의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사실 프리벤은 현재 시중에서 사용 중인 보통 피임약을 고농도로 제재, 효과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보통 피임약으로 쓰이는 프로제스틴(황체 호르몬)이나 에스토로젠보다 약8배정도 농축한 것이다.

보통 피임약들은 배란을 늦추거나 막아서, 또는 난자의 성숙을 막아임신을 제어한다. 프리벤은 더 나아가 비록 성숙한 난자가 정자와 수정이 되었을 경우에라도 수정란이 미처 자궁벽에 착상하기 전에 이를 방해해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아이디어다.

의사들은 이미 20년전부터 현재의 피임약들을 강하게 조제하면 아주짧은 기간 안에 작용하는 '모닝 애프터 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애프터 필은 낙태와 다르지 않다는 사회적 압력과 고농도에따른 부작용 여부 때문에, 유럽내에서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구할 수있었던 '응급처치용 피임약'이 미국내에서는 쉽게 허가가 나오지 못했다.

미 FDA는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기 위해선 '응급처치용 피임약'의판매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력히 일자, 지난 97년 초부터 의사들에게꼭필요할 경우, 고농도 피임약을 응급처치용으로 사용토록 허가했다.약6종류의 현행 피임약들이 모닝애프터 필로 사용되기에 안전하다는 결론도 내렸었다.하지만,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실제 상업제품으로 시도한것은 자이네틱스가 유일했던 것.















자이네틱스사의 임상실험 결과, 프리벤의 부작용은 크게 높지 않은것으로 나타났다. 약간의 현기증이나 구토증 등이 있었을 뿐이었다. 영국에서 사용된 약 4백만명의 여성 중,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는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어지러움이나 구토등은 대개 1∼2시간만에 그쳤고,며칠씩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프리벤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효과는 75%. 예를 들어 원치않는 성행위를 한 1백명의 여성 중 8명꼴이 임신으로 이어지는데, 이들이모두 프리벤을 복용한다 해도 2명은 여전히 임신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프리벤 이전에 공식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비슷한 유형의 피임약으로는 프랑스제 RU-486이라는 게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낙태 알약. 이미착상 상태의 수주일된 수정란을 죽이는 약이다. 그러나 RU-146와는 달리 프리벤은 이미 임신을 해버리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고있다.

프리벤의 출시가 알려지면서 일단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가족계획 관계자들이나 공중 보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환영 일색이다. 펜실베니아대학의 바이오윤리센터 소장인 아더 카플란 박사는"이것은 과학적으로 뿐만아니라, 윤리적으로도 큰 진전"이라며 "여성들은 또 하나의 선택사항을 갖게 됐다. 미계획된 임신을 막으려는 권리가너무 오랫동안 유보돼 왔다"고 주장했다.

프린스톤대학의 인구연구소 제임스 트루셀 소장은 "완벽한 계획은없다"며 "미국내에서만 하루밤에 2만7천개의 콘돔이 찢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계획 관계자들도 "여성들에게 새로운 마음의 평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반기고 있다. 찬성자들은 프리벤이 앞으로 미국내 임신중절 수술을 50%이상 격감시킬 것이고, 또 그만큼 여성의 건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 "성문화 왜곡되게 흐를 가능성" 일부에서는 현재 프리벤의 판매방식과는 달리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프리벤의효능이 높을 뿐 아니라, 아주 안전하기 때문에 의사의 조언 없이 모든여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임신한 상태에서 복용하더라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 "의사들이 얼마나 바쁩니까. 자신이 뜻하지 않은 상황을 발견하고 이 약을 복용하려 해도, 의사와 약속을 잡으려면 1주일 이상 걸립니다. 약사의 양심적 판단에 따라 팔수 있도록해야 합니다." 프리벤 환영자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프리벤의 판매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반낙태주의자들은"프리벤이나 RU-486이나 이미 임신된 상태에서 '낙태'를 일으키기는 마찬가지"라며 "프리벤의 효과가 듣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한 태아가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도한 생명의 시작은 이미 수태된 순간부터이고, 어떤 이유에서든지생명을 죽이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프리벤 같은 사후 피임약이 보급된다고, 성폭행을 줄일 수는 없다고 반발하고있다.

국내에서 언제 프리벤이 팔릴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이같은 논란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보건소와 가족계획협회 산하에 '모닝애프터 필'을 배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낙태반대운동연합과 종교계 관계자들은 모임을 갖고 "모닝 애프터필은 피임약이라기보다는 조기 낙태제이며, 무분별한 청소년들의 성 행태를 더욱 문란하게 조장할 위험이 있어 반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청소년들이 성을 귀하고 성스럽게 다룰 줄 아는 인식을 심어주고 성폭력범죄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의 법률을 강화해야지, 사후약방문격의 알약은 오히려 성문화를 왜곡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놓고도 말들이 많지만, '프리벤'도 이래저래 한동안 세간의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