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LIFE] 의료계 성추행 논란


정상적인 진료와 성추행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대법원이 최근 경남 거제시 의사성추행사건에서 의사의 손을 들어주자 여성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판 「요람을 흔드는 손」으로 불린 이 사건은 96년 5월 의사 J(40)씨가 복통을 호소하던 주부 C(35)씨를 진찰하면서 강제추행했다는 것. J씨는 아랫배 부위를 진찰하다가 실수로 손가락 한 마디가 팬티 속으로 들어간 사실은 있으나 추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강제추행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C씨를 지원해온 경남여성회 성·가족상담소는 사건 진행상황을 자료집으로 정리하는 한편 J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주로 다루는 진료과는 물론 한의원 소아과에서까지 성추행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는 의사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건 아닌데」라는 불쾌한 느낌이 강하게 들면 성추행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해 6건이던 의료계 성추행상담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접수됐다. 내용은 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유방 음부등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지나친 촉진을 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물리치료를 하며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소아환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있다.

여성계는 앞으로 성추행을 둘러싼 의료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불합리한 진료관행이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중신상담실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진료의 특성상 성추행의 증거를 피해자가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의료진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성추행 분쟁을 미연에 막기 위해 ▲의사는 환자에게 진료의 성격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간호사등 제3자를 입회시킨 뒤 진료에 임할 것 ▲소아환자라도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진찰내용을 미리 알려줄 것 ▲환자는 의사가 불필요한 곳을 만진다고 생각될 땐 즉각 항의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인 김현식산부인과의원 김원장은 『의사는 주의·설명의무와 함께 간호사 입회 하에 진료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단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사전 고지의무가 잘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