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 '야한女-엉큼男' 24시간 감시


이 남자는 지하철 역사에서 산다. 그러나 노숙자는 아니다. 책상도 있고 컴퓨터도 있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주 업무는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여자를 `감상'하는 것. 주로 야한 옷을 입은 미인만 집중적으로 살핀다.

남자를 눈여겨 볼 때도 많다. 그러나 여자와 달리 `손'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수사대 사당 제2지구의 유해승 경사(37).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9시, 오후 5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만원지하철을 오가며 성폭력 및 절도범들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인다.

지난 8일자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산 지 꼭 100일째를 맞는다는 유경사는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소탕하는 일을 맡고 있다.

실적은 주로 절도범 검거에서 올린다.

IMF 사태 이후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사당 제2지구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만도 350여건에 달한다.

"카드 도둑이 특히 많습니다. 땅 위에서 카드를 훔친 뒤 상대적으로 감시망이 소홀한 지하로 내려와 이곳의 현금출납기에서 돈을 뽑다 저희 안테나에 걸려든 거죠."

성폭력 범죄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역내에서 성폭력 및 추행을 경고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낸 뒤 범죄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단다.

여자들의 `간'이 커진 것도 성 범죄가 줄어든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이 남자는 풀이한다.

요즘에는 남자가 뒤에서 추근덕 거리면 큰소리로 무안을 주거나 주윗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다부진 여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그러나 `노출의 계절'이 된 만큼 철저한 `옷 단속'을 할 필요가 있다며 신신당부한다.

"최근들어 가슴에 `뽕'을 집어넣은 채 쫄티를 입고 핫팬츠 차림으로 다니는 과감한 여자들이 부쩍 눈에 띠는데 야한 옷차림은 치한 출현을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로 경찰 생활 12년째를 맞는 이 남자는 그동안 서울시경 경무과에서 일해오다 지난 3월 지하철 수사대로 옮겨왔다.

범죄자들과 부대끼는 경찰 본연의 일을 하고 싶어 늦었지만 자원했다고 한다.

"치기범 일당을 검거할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생계 때문에 도둑질을 하는 소년을 잡을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불편한 점은 수갑을 감추기 위해 여름에도 잠바를 입어야한다는 것. 하루 종일 햇빛을 못보고 산다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새내기 수사대원의 한사람으로서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던지는 충고 한마디.

"범행 대상이 되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지갑은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가급적이면 차내에서 졸지 마십시오."

[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