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동네 '꼬마'가 어린 딸을 노린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세원(가명)이는 아직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잠을 자다 갑자기 일어나 엉엉 운다. 혼자 밖으로 나가기를 겁내 하루종일 멍하니 방 구석에 박혀 있기도 한다.

세원이는 지난 7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오빠(중1)에게 강제로 성추행을 당할 뻔했다. 때마침 비명을 듣고 한 아주머니가 달려와 화를 면했다.

이런 딸을 보는 어머니는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 어린 딸의 장래를 망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가해 학생의 부모는 “별 일 아니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원망스런 뗌슉?든다. 이웃들이 이 일을 놓고 수군대는 것처럼 느껴져 얼굴 대하기도 꺼린다.

어머니는 고통을 참다 못해 얼마전 한 상담소로 전화를 걸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에는 요즘 어린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강제적 성추행 사례에 대한 학부모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담사례 934건 가운데 13살 이하의 어린이가 피해자인 경우는 215건(23%)에 이른다. 상담소는 이런 피해자 중 30% 정도는 어린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우일 것으로 추정한다. 상담소 책임연구원 이경미씨는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놀다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어린이들 사이의 성폭력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어른들의 그릇된 성문화에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최근 서울 ㅊ초등학교 컴퓨터 실습실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자 포르노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떴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들어가 음란물 사이트를 찾아가 내려받은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설치해 놓은 것이다.이 학교 이아무개(39) 교사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어른들의 그릇된 성문화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 감짝 놀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조숙한데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른들의 성문화를 `흉내'내면서 어린이들 사이의 성폭행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말 서울 ㅅ초등학교 부근에서는 하교길에 5학년 아이가 중학교 1학년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중학생들은 “포르노를 흉내냈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학부모는 `운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린이 사이의 성폭력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게 더욱 문제를 심각하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피해를 입은 아이를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가해 어린이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폭력상담소 최 소장은 “어린이들 사이의 성폭력이 일어나면 대개 가해자 어린이의 부모는 `사내 아이가 한번쯤 그럴 수 있다'고 두둔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태도는 피해 부모에게 큰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가해 어린이로 하여금 더 큰 폭력을 저지르게 만든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