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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의학 이야기]


외도(바람 피우기)란 무엇인가?

자료제공: '99년 1학기 강원대학교/한림대학교 봉사활동 학생


또하나의 여성억압 -외도

어디서부터가 외도인가?

외도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분명한 듯싶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성경에서는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하여 마음의 외도까지 말하고 있다. 이렇게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마음의 행동에서 시작하여 이성을 성적 시선으로 쳐다보는 비접촉의 행동, 나아가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등 접촉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외도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행동들이 있는데 어디까지 안전지대이고 어디서부터가 외도인지 선을 긋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혼을 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외도

1994년 '한국판 카사노바'라고 불린 남자가 백 명도 넘는 여자와 성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그 남자를 도덕적으로 맹렬히 비난하며 법적으로도 처벌하기를 원했지만, 경찰도 그 남자를 성 범죄자로 몰아 처벌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선 그 남자 자신이 결혼하지 않은 미혼이었으며 관계한 상대들이 성년의 미혼 여성이나 독신 여성(과부, 이혼녀)이어서 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는 강제에 의한 강간이 아니라 상대 여성들의 선택에 의한 자유로운 관계였고, 화대를 주는 매춘이 아니라 선물을 주는 연애 관계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한 남자가 평생 성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자연스럽게 결정되어 있다는 듯이-백 명 이하로-당당하게 한국판 카사노바를 비난했지만 아무도 그 수를 정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 남자에 대한 비판은 매우 막연한 감정적인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수에 대한 공인된 제한이란 결혼한 사람은 한 사람의 배우자에게 성적으로 성실 하라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자발적으로 결혼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제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남자에 대한 온갖 비난의 말 가운데 '외도' (간통)라는 개념은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 등장하지 못했다.




이렇게 우리 나라의 일상 언어사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도는 결혼과의 관계에서만 성립하는 개념인 것이다. 성관 계를 가지는 두 사람 모두가 기혼자이던가 적어도 한 사람은 기혼자여야 그 관계를 외도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한국판 카사노바가 기혼자이고 상대 여성이 미혼이라면 그가 외도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고, 그가 미혼이고 상대 여성이 기혼이라면 그는 외도 상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양쪽이 모두 기혼이라면 남녀 모두가 외도의 주체자가 된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미혼일 때는 난잡하다는 속된 표현을 써서 비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외도했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혼인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외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외도의 사회학적 개념

외도가 결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은 확실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모든 면에서 합의를 한 외도의 개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도에 대한 중요한 연구서인 '간통의 실태 및 의식에 관한 연구'에서 심영희 교수는 연구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간통의 법적, 사회적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간통의 법적 개념은 혼인한 사람이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이성)과 성관 계를 가지는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간통의 사회학적 개념을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첫째 간통자가 결혼한 사람일 것, 즉 유부남이거나 유부녀일 것. 둘째 간통이 강제적 관계가 아니라 자발적인 관계일 것. 셋째 간통이 정신적 관계가 아니라 육체적 관계일 것. 넷째 그 육체적 관계가 결혼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관계일 것. 심영희 교수가 정의한 간통의 개념은 기혼자의 강간(강제적 성관계)과 매춘(결혼에 위협을 주지 않는 성관계)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즉,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을 강간한 것은 외도라기보다는 강간으로 보자는 것이고,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을 돈으로 산 것은 결혼을 위협하지 않으니 외도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정서적 관계도 외도인가

그런가 하면 미국의 셜리 글래스 교수는 <혼외 관계의 정당화>라는 논문에서 외도의 개념에 결혼 밖의 성 관계만이 아니라 결혼 밖의 정서적 관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외도 연구는 혼외 성교만을 외도의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 그것은 남성적 편견이 반영된 기준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에게는 성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여성에게는 성보다는 사랑이나 감정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갖는데, 성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남성의 가치관만을 수용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현시점까지 자라 온 환경의 차이를 논외로 하고 현재 성인이 된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남자들은 정서적 교류 없이 혼외 성 관계를 하는 편이고 여자들은 성 관계없이 혼외 관계를 맺는 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외도에서 남녀간의 성 차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외 관계에서의 남녀간의 성 차는 혼전의 관계와 결혼 내의 부부 관계에서의 성 차와 일관성을 가진다고 한다. 즉, 미혼 남성들은 사랑 없이 혼전 성관 계를 갖는 편이고, 미혼 여성들은 사랑할 때 혼전 성관 계를 갖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편들은 결혼의 성적 측면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편이고 아내들은 결혼에서 애정의 측면(동반자 의식, 의사소통)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편이어서, 아내들은 결혼에 만족할 수 없을 때, 결핍된 정서적 친밀감을 찾아 외도하는 반면, 남편들은 결혼에 만족해도 자유주의적 태도가 신나는 성생활에 대한 욕구로 외도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에서도 남녀간의 성차는 존재하는데, 남녀 모두 남편의 성적 외도를 더 잘 수용해 주고 또한 남녀 모두 아내의 정서적 외도를 더 잘 수용해 준다는 것이다.

글래스 교수가 결혼 밖의 정서적 관계도 외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래야 여성들의 결혼 문제와 외도의 실상이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배우자 아닌 이성과 정서적 관계를 가지는 것도 외도로 보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 성적 관계 못지 않게 정서적 관계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또한 일반적으로 남녀가 비교적 자유롭게 정서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개념이라고 하겠다.



매매춘도 외도

외도에 매매춘이 포함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매매춘이 결혼을 파기시킬 위험이 없다 해도 부부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신뢰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혼외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매춘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기에, 그것이 부도덕한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는 외도-'사회적 합의를 확실하게 얻은'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는 '남자가 외도도 할 수 있는 거지 뭐'라는 말이 아직 버젓하게 유통되고 있으니 말이다. -에서 매춘을 제외시킨다면 남편들의 매춘을 간접적으로 정당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관계가 있어야 외도

그리고 외도에 정서적 관계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이성관계까지 외도로 본다면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이성관계란 부부로 국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제한은 결혼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서적 인간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생물학적 성적 특성을 중심으로 남녀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별해 온 유교의 전통 자체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남녀관계를 성적 매력의 관계로 보는 그 관점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부부유별'이라는 인륜은 이성적으로 가르쳤다면 상업주의는 '사랑 받고 싶다'거나 '인기 있고 싶다'등의 감정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인격 구조를 빌어 이야기해 보자면 유교는 초자아를 형성시켜 행동을 지배하려고 한 것이고, 상업주의는 인간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원본능 특히 성본능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훈련으로 형성되는 초자아와 달리 원본능은 누구나 상당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또 잃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기에, 원본능에 호소하는 상업주의는 유교뿐 아니라 그 어떤 이념과의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유교의 이념이 지배하던 조선시대를 체면을 소중히 여기는 초자아들이 걸어다닌 사회라고 한다면,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원본능들이 돌아다니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여성의 취업률이 늘어가도 인간적인 차원에서 남녀간의 우정이 늘어가지는 않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를 인간으로 보려면 지금까지보다는 다양한 정서적 교류를 해야 하는데,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정서적 관계를 가지는 것까지 외도로 본다는 것은 남녀관계의 범위를 오히려 좁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외도에 정서적 관계를 포함시킬 수 없는 한국적인 이유 하나를 덧붙인다면 우리 사회에는 정서적인 교류만을 하는 외도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남녀간에 인격적인 관계를 즐기는 훈련과 경험 - 인격적인 관계를 즐기려면 성 이외의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하고 농담이 아닌 정신적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 이 별로 없어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게다가 공공 장소에서 인격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호텔이나 여관에서 남몰래 성적 관계를 가지는 것보다 더 남의 눈에 띄기 쉬운 법이고 아직은 그런 관계가 이해를 받기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크고 보니 화려한 보상도 없는 그 위험을 무릅쓸 사람이 적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친하게 지냈지만 - 함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았을지라도 -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이 배우자로부터 "어떤 사이냐?"라는 추궁을 받게 될 때, 보통 하는 대답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또는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이지 "우리는 정서적 교류만 하는 특별한 사이이다."는 아니다. 즉, '외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답은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고 또 받아들여지는 것인데, 그 대답은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고 또 받아들여지는 것인데, 그 대답이 전제하는 것은 남녀 사이에 대화가 오가고 친밀한 감정이 오가는 것은 이름을 붙일 만한 특별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은 성적 욕망이 오가고 성기가 접촉사는 사건뿐이다. 성관계를 가졌다고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이 아직 당당하게 인용될 수 있는 사실이 말해 주듯이, 여러 낮의 정서적 교류보다는 짧디 짧은 하룻밤(때로는 낮)-우리보다 성의 즐거움을 더 추구하는 미국 남편들의 평균 성교 시간이 10분 정도라는 말이 있다.-이 남녀를 더 특별하게 묶어 준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이성애자의 관계여야 외도

지금까지 외도에 성관계가 필수적인가를 살펴보았는데, 외도 개념의 다른 부분, 즉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관계를 가리킨다는 점을 살펴보면 외도가 이성애와 관련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자신의 배우자가 동성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직은 '나의 배우자가 외도한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배우자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배우자의 상대를 질투하기보다는 배우자 자체를 거부하기 쉽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결혼한 지 16년이 되고 자녀가 둘인 한 남편이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고 고백하자, 그 아내는 "나의 첫반응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분노였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놀아났더라면 오히려 남편의 '외도'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과 남편의 동성연애 상대를 비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이 동성애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에 외도의 개념에서 배제해도 무리는 없다고 본다.(우리 나라 현행 가족법에서는 배우자의 동셩연애를 이혼의 사유로 보고 있다.)

한편 쌍을 이루어 동거하는 동성애자 중 한 명이 다른 동성애자와 관계를 하는 경우도 그것을 동성애자의 외도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의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외도를 결혼과의 관계에서만 정의하는 일반적인 인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동성애자들은 동거는 하더라도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거를 법률용어로 사실혼이라고 하는데, 사실혼 상태에 있는 이성애자라 하더라도 동거중인 사람 이외의 이성과 성관계를 가진다고 해서 간통죄로 고소할 수는 없다. 즉, 외도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은 외도란 개념을 결혼한 이성애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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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허락이 없어야 외도

마지막으로 보통 외도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배우자의 허락이 없다는 점이 들어가야 한다. 외도를 허락하는 배우자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내가 아들을 얻기 위하여 남편에게 외도를 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아가 남편이 불임인 경우 대를 잇기 위하여 아내의 외도를 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70년대에 유행했던 '개방 결혼'을 한 부부들은 부부 각자가 다른 이들과 성적으로 교제하는 것을 허락했다. 물론 부부의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것과 그 밖의 다른 관계들은 부부관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보조관계로 여긴다는 것을 조건으로 달고서이지만, 개방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의 자발적 성관계를 허락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외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간통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다시 말해 6개월이 지나도 고소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도를 적극적으로 허락하지는 않는다 해도 소극적으로 묵인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도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의 허락 없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매춘자 포함)과 성관계까지 가졌을 때 그 사람은 외도를 했다고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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