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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Food


아내들이 외도를 시작한다.

자료제공: '99년도 1학기 에이즈퇴치 봉사활동 학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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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외도, 소극적 외도

지금까지는 아내의 외도를 경제계층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다양한 외도의 외적 형태가 아니라, 아내의 외도가 '남편의 외도를 낳은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남편의 외도는 가부장제 결혼제도가 허용해 주었던 것이지만 아내의 외도는 가부장제 결혼제도가 절대 허용해 주었던 것이지만 아내의 외도는 가부장제 결혼제도가 절대 금지해 온 것이다. 아내의 외도는 그것이 어떤 형태를 가지더라도 가부장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내의 외도를 가부장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외도와 그런 문제의식 없이 가부장제 결혼이 가져오는 정서적 외로움이나 성의 일방성에서 도피하려는 소극적인 외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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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외도의 모습은 「시를 쓰듯 죄를 짓다」에 나타난다. 주인공은 남편의 권위의식을 거부하며 외도를 통하여 자아를 찾고 싶어하는데 그 마음을 '간음은 혁명이 될 수 있다'고 표현한다. 남편의 권위에 직접 도전하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그 권위의 허구를 드러내는 셈이다. 또 다른 모습은 이경자의 「살아나는 시간」에서 볼 수 있다. 맏며느리가 되어 시부모 모시고 남편 섬기고 아이 낳아 기르고 시동생 시누이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보내는 등의 여성의 역할을 다한 주인공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남편의 외도도 남성의 권리쯤으로 인식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역할의 차이가 `서럽고 억울하여`옛 남자친구를 만나 성관계까지 갖게 된다. 그런데 그 행위는 마치 그것이 제자리인 듯이 열등한 위치에 붙박혀 있던 주인공을 남편과 동등한 자리로 움직여 가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늦게 귀가한 남편의 옷을 받아 걸면서 주인공은 남편에게 "내일부터 옷은 당신이 걸어요!"라고 말하며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또 다른 종류의 외도인 소극적인 외도의 모습은 이경자의 「빈털터리」에서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남편의 경제력으로 안락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외도를 하는 남편이 아내와의 성관계를 잘 가지려 하지 않아 외로움을 느끼다가, 아들의 과외선생님과 외도를 한다. 남편의 경제력에 만족하는 주인공에게는 부부간의 힘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중 하나인 성적 소외가 불만이 되었던 것이다. 남편의 경제력을 배경으로 외도를 하던 주인공은 남편이 아내의 자리를 빼앗아 버리자 그제서야 자신은 빈털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집이 남편 것이며 아들도 남편의 성을 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유권의 문서로 되어 있는 모든 것은 남편의 성을 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재물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이름도 남편의 밑에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 주인공은 "......빈털터리...... 내가 가졌다면 믿었던 것이 허구라면, 다시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허구의 의미를 정확하게 깨닫는다면 주인공의 소극적인 외도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소극적인 외도가 적극적인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가부장제 결혼이 아내를 정서적으로 또 성적으로 소외시키는 것을 견디다 못해 외도를 하였다가, 이를 발견한 남편이 격분하여 구타하고 학대하면 아내는 가부장제 결혼에서의 남녀의 힘의 불균형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편의 외도는 용서받을 수 있는 실수로 인정되지만, 아내의 외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낙인찍히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아내는 죽을 죄를 지었다면 숨죽이고 살 수도 있지만, 가부장제 결혼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전받는 가부장제

그리하여 가부장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의 아내들은 외도로 인해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를 해오던 저소득층의 기혼여성의 입장에서 남편의 성역할 수행이, 즉 남편의 권위의 행사로서의 학대가 싫을 때, 비교적 쉽게-남편의 수입이 큰 상류층의 아내나 중산층의 아내와는 달리-남편의 수입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의 외도를 금기시하는 가부장제 가치관으로 피해를 보는 남성은 저소득층의 남성들이 되고 만다. 가부장제는 소속한 계층이 무엇이든 직업이 무엇이든 무릇 남성은 가정이라는 왕국의 왕이라고 가르쳤다. 나아가 가부장제는 아내의 외도를 모든 계층의 남성이 가지고 있는 '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여 용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내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할 경우 그결과는 무엇인가. 상류층이나 중산층의 경우처럼 남편의 혜택을 많이 보는 아내들은 쉽게 이혼하려 하지도 않지만, 만일 헤어진다 해도 좋은 조건의 남성들이 새아내를 만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소득층에서 아내가 가출할 경우 남편은 '신하 없는' 허울좋은 왕이 되는 것으로 끝나기 쉽다. 수입이 적은 저소득층의 남성이 새 아내를 맞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가 자녀를 두고 가출하면 남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하여 가사노동까지 담당해야만 한다. 가부장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일, 즉 아내의 외도를 용서하지 않는 일이 가부장의 존재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마는 것이다.

이런 사회현상이 널리 퍼져 간다는 증거로는 '부자가정보호'라는 국가의 사업이 1995년 2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사회의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통하여 어머니 없는 가정의 자녀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정 및 지역환경 조성'이고, 그 대상은 '어머니 없거나 있어도 가사노동 능력이 없어 실제적 가계운영을 아버지가 담당하는 가정 중 18세 미만(고등학교 재학시 20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저소득 부자세대'이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사업은 '모자가정보호'였다. 어떤 가정이 모자가정이 되는 이유는 대체로 가장의 죽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에 '부자가정'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가 등장하고 있으며, 부자가정이 되는 이유도 주부의 죽음이 아니라 주부의 가출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주부의 가출은 외도에서 출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아내는 한눈을 팔기 쉬운데, 외도로 남편이 더욱 우습게 보여 가출할 수도 있고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학대하자 남편이 두렵고 싫어서 가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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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가족에게 한 번 '시집'가면 그 집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강제력을 가지지 못하자, 남성과 여성을 역할로 구분할 뿐만 아니라, 우월한 존재와 열등한 존재로 나누는 구분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성의 우월은 여성의 열등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여성이 열등하기를 거부해 버리면 남성우월은 그 존재기반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저소득층 여성이 가정내의 열등한 존재로 남기를 거부하고 가출해 버리면, 남성은 우월함을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아내가 담당하던 가사노동이 남성의 수입으로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주부의 한 달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80만∼100만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따라서 가정의 주인인 가장이 존재하고 일정한 수입이 있어도-집에서 노는 것으로 보이는-주부가 없으면 하나의 가정으로 기능해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셈이다. 이런 사실을 직시한다면 가장은 아내의 외도 앞에서 관념과 실리의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남편의 외도에 대응하는 아내들에게 실리를 냉정하게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아내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의 권위'같은 것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는 남편들도 실리를 외면하고 남편의 권위만 내세우기에는 실질적인 피해가 너무 커지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외도하는 아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상담을 청하는 외도하는 아내들은 외도하는 남편들의 대다수처럼 뻔뻔스럽지 못하다. 그들은 외도를 하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내의 외도를 금기시해 온 문화의 영향이라고 하겠다. 또한 그들은 들키지 않았다 해도 남편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점이 괴로운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감정을 숨기는 것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외도하는 남편들의 대다수는 외도 사실을 숨기면 불편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드러났을 때에도 할 수 있는 한 부인한다). 남편의 외도를 겪는 아내는 피해자의 감정만 느끼면 되지만, 외도하는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성적으로 소외시켰다는 피해자의 감정과 함께 남편을 배신했다는 가해자의 감정을 느끼기에 훨씬 마음이 복잡하게 된다.

그런 아내들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도하는 아내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다. 그것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가치관의 답습밖에 안 된다. 물론 남편이 외도하니까 아내도 외도하라는 발상도 곤란하다. 외도가 '간음의 혁명'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혁명의 수단이 되기에는 혁명가 자신이 받는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아내의 외도로 가정뿐 아니라 아내 자신도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위에서 지적한 대로 아내의 외도에는 분명한 동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은 아내로 하여금 외도라는 출구를 찾게 하는 가부장제 일부일처제 결혼의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분업화된 성역할에 기반을 둔 남편과 아내의 인간관계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상세하게 분석해 보는 일이다. 그리고 아내가 원하는 남편과의 관계는 어떤 것이며, 그것은 결혼내에서 충족될 수 없는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아내의 외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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