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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금 안에서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언제나

그것이 문제다 오늘은 저물고

내일은 다시 오리 시계 속의 버꾸기는

또 오고,어제의 아나운서는 같은

목소리로 오늘의 뉴스를 방송하고,너를

찾는 전화벨은 울리고,

해는 떨어져서 동으로 가리

잘못 길을 든 것 같은데, 해는 중천을 지나

이제껏 온 길이 아까와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로 위안을 삼으며,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길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제 등을 밀듯이

남의 등을 밀어주며 저도 모르는 길을 만들며

이제 조금 더 가면 새 길이 나오겠지

제대로 된 이정표가 나타나겠지, 혹은

끝2km-- 라는 화살표를 따라가면

잘못된 길도 끝이 나겠지, 빗금을 친 칸 속에

들어와 앉은 생각을 자꾸 흔들어 떨어뜨리는데

서해해역에 떨어지는 미사일과 뚫어진 오존층

핵먼지 아래를, 어디서 시작할까 자꾸 생각하다가,

길도 생각도 정말 해도 멈추어서

금을 그은 칸 안에 혼자 남아서

빗금 바깥의 누구도 내 말을 들을 수 없는

빈 밤에, 늦었지만, 이제

지금, 시작해야 하는 것을 알기는 알까

몰라, 너는 혼자 동으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