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VR AR & MR

코를 기다리며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나는 안다,늪이든 수렁이든

해진 짚신을 끌고 눈도 코도 없는

단세포,짚신벌레처럼 예까지 와서

내부수리 중인 찻집,복구공사 중인 다리

또는 언젠가는 오고야 말 운명 앞에서

전국운수노조가 총파업을 않는 한

영하 13도의 길바닥에 내 발가락이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가는 38번 버스를

기다리며,그것이 끔찍한 불운인 줄도 모르고

성냥개비를 한통 다 부러뜨릴 때

마지막 불을 문 한개비 속에

한꺼번에 피어나는 세상이 있을지도

몰라,기다리며 밥을 먹고,노래를 하고

재판을 받고,그것이 내 무덤의 묘석

앞으로 가는 길일지라도,너덜거리는

짚신코를 단단히 꿰고 그의 코 앞으로 바싹

다가가,내 코를 벨 때까지 시를 기다릴 때는

아 알 수 없는 매정한 그대

문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을 몇겹씩

실반지처럼 두른 내 핏줄의 형기가

다하기까지 내 삶의 어머니,

이 환난으로부터 나를 거두소서,또는

환난이 끝나기까지 가두소서 이 유형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