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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역에서



by 고현수

대합실의 아침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텅 빈 자리로
차 있었다
표를 파는 여자는
말간 안경을 끼고
느릿느릿
성에가 낀 입구의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첫 차표를 받아든 나는,
춘천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을 적셔오는
사랑의 이름들을 불렀다
추수려 감싸안는 그 마음 마음
너그러운 외로움도
하나씩 간직하는 비밀스런
슬픔들도
훨훨, 새의 날개짓 마냥
털어내지 못하고
허허롭게 둥지를 틀고있다.

밤은 흔들거렸다.
취함속에 그냥 연기처럼
나는 너울너울
밤하늘 속을 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