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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할머니


by 김조숙

담벼락은 흙부스러기 떨어뜨리며
자빠질듯 땅으로 꺼져내릴 듯
포장길 갈라져 곰삭은
이야기로 그르렁거린다.
거기 붙박힌듯 앉아있는
상(像) 하나
힘껏 구긴 종잇장같은
할머니 잦바듬한 담에 기대어
흐린 하늘 해바라기한다.

뼈가 무른 아이들 퐁당거리며
저만치 뛰어달아나고
물없이도 그 자태 도도히
세월 비껴가는 종이꽃처럼
가들막거리며 처녀애들
젖가슴 내밀고 한껏 샐룩샐룩

할머닌 조리개가 풀어진 눈으로
세상을 본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젊음으로 보이는가

몇해나 새끼를 냈는지
젖퉁이 땅에 끌며
개 한마리 어슬렁거리면
끈끈한 눈빛으로 핥아내린다.

쿵쾅대며 허문 집 쓸어담은
트럭 지나가고 거기 매달려 꼬리치는
암암한 기억 몇 웅큼
뭉게뭉게 번지던 먼지구름 걷히면
여전히 도탑게 벗해온 삶
지팡이 삼아 쥐고 빚은듯
앉은 할머니
성그레 웃는 눈
젊음을 어쩌지 못해 질정없이
내닫는 거리 바라본다.

비 머금은 먼지 소복이 덮어쓴채
이승과 저승이 따로없음을
알아버린 혼백처럼
소리없이

이윽고 부푼 하늘 뚫리어
비 한방울 떨어지면
그저 손바닥 벌려
손금에 고인 빗물에
비추인 얼굴
이게 뉜가 참 친근도 허네
고개를 갸웃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