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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그림


by 김조숙

가을 무우 뽑을 무렵
금산에서 소양뱃터로
가는 배는
그득 찬다

며느리만 밭에 내보낸다는
가을볕에 갈라진 손등
하루 품삯과 튼실한 무우 너덧개 담은
괴나리 보따리
포장을 친 배안
틈새마다 끼여앉는다.

여깨는 쑤시는데
내려놓을 남은 힘없이
무겁게 들러맨채
오분 뱃길을 단잠에
빠지는 아낙네들

눈을 감아 더 또렷이
드러나는 얼굴
새벽에 발랐을 흰 분
주름살 골골마다 검게
모여
거기
신산스러움이
있건만
고단한 하루
녹녹하게 다독이는
따사로움
무명포대기 같은
저녁이내 두른 강에
풀어져 녹아내린다.

배 다가들면
온 힘으로 날개짓해
금새 제자리로 돌아와
물살굽이에 노니는 오리떼

흐르는대로 흘러가는
삶의 하루
뱃길로 고요히
어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