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열매

by 이인자




자고로 열매가 實하려면
씨앗이 좋아야 한다는데
요놈의 열매는 애시당초 어떻게 생겨먹은
하나님의 씨앗이었길래
허구헌날, 물렁 물렁 터지지 않으면
덜 익은 과일처럼 시금떨떠름해

가만 보면 수박 씨앗처럼
한 입에도 수 십개씩 오물 우물 거리다가
후두둑 뱉어버린 것들 중
제일루 납작하고 빼빼한 씨앗이였을 것 같기도 하고
복숭아 씨앗처럼 정 한가운데서
터줏 대감처럼 들어앉은
욕심덩어리 씨앗이였을 것 같기도 하고
얼렁뚱땅 삼켜버려도 그만,
혀끝으로 어렵게 골라내도 그만인
포도 씨앗이였을 것 같기도 하지만

골똘하게 생각할 줄도 아는 걸 보면
세상에서 제일로 귀하디 귀하다는
사람의 씨앗이 분명한데
요, 사람의 열매는 도통 익어갈 줄을 모르니
씨앗 뿌리시던 하나님
아무래도 사람 농사 마지막 날에 지으셨다 하시더니
긴 宇宙의 시간이 하도 지루해서,
농사일도 꾀를 피우시다
시원치 않은 놈까지 섞어 부리셨나 보다.
그래, 좀 늦게 익을려는가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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