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葬

by 이인자


영감, 나 왔수.
좀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그래도 큰 손주놈 대학 들어가는 건
보고나 오려고 좀 늦었지.
그런데 왠일이유?
살아생전 이부자리 한번
먼저 펴 주지 않던 당신이
염라대왕 호령에 이제사 철이 들어
이렇게 흙이불 먼저 펴고
기다리고 계시니
그래 어디 ...
내가 시집 올때 해 가지고 오던 비단 이불
그 놈의 담뱃 불에 홀랑 태어 먹고는
이런 홑겹데기 흙이불이 춥지는 않았수?

......

영감 벌써 자우?

......

나 참, 당신이 먼저 이리로 온 후 몇일 동안은
당신 코고는 소리 들리지 않아 좋다 했는데
어디 허전해서 잠이 와야 지
그래, 뒤척이다 뒤척이다
에미 새벽밥 짓던 소리 날 때쯤에서야
선잠이 들었다우.
그렇다고 살아서처럼 코만 곯아 보슈
내, 영감 두 코구멍을 닭모가지 비틀듯
베틀어 버릴테다.

아니,
이놈의 마누라 탱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잔소리뿐이니
어서 냉큼 잠자코 잠이나 자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