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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선>
02-543-9876, 0361-241-5198, 012-1301-2228
(200-060) 춘천시 교동 85-2 12/1

    
     물고기에 대한 명상




소양강 앞 횟집 '동해바다'
하루가 죽고 태어나는
시간에 수족관 속
활어(活魚)들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는 발걸음에도
심장이 쿵덕쿵덕



나는 속으로
'물고기가 불쌍하다'고 뇌까리고
그 속의 속으로
'비싸서 탈이지, 생선회가 맛있지'하고
생각하며,
그 옆집 '해우소' 소파에
거만하게 몸을 기대며
'동해바다' 활어들의
         불알친구이거나
         동창생이거나
         애인이거나
         연적이었을 수 있는
새우의 껍질과
      살과
      육수가 담긴
4천원짜리 해물우동을
아귀처럼 해치웠다


    기억과의 이별




하필이면 보도블럭 사이에서
태어나 수없는 발길에 채이는
아기 민들레,
아물지 않을 하늘의 상처같은
먹구름,
꼼짝없이 산에 붙들린 채 날개만 펄럭이는
나무들,
누군가 비워줘야 가벼워질
꽉 찬 쓰레기통,
수화기가 부러진
공중전화



그리고, 이제는
부르지 않아도 될 이름
같은 것들



슬픈 운명같은
그것들이 순간순간
나를 얼음판 위에 세우는
형벌을 내리는
이 여름, 나는



나의 기억들과
운명과
죄와 이별하기 위하여
축축한 햇살 아래
온몸을 떠는 나무처럼
눈물 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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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느질




실패에 감긴
색실같은 자음과 모음들



바늘귀에 실을 꿰듯
글자를 꿴다



요즈음은 떨어진 양말조차
기워 신지 않는다는데,
그까짓 바느질 열심히 해서
무얼 하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바느질이 취미냐며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 꿈은
가난한 노동자, 삯바느질꾼



가끔은 바늘에 찔려
가슴에서 피가 나도
헐벗은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옷 한 벌 지어 바칠 수 있는
삯바느질꾼














    머리 자르던 날




당신이 좋아하던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천일이 넘는 당신과의
시간이
뭉턱뭉턱 잘려
심란하게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너무 길어버린 머리카락은 때로 나를
불편하고 답답하게 했습니다
국을 먹다가
어느새 국그릇에 빠진 머리카락을 걷어 올려야 했고
가방을 맬 때마다
가방끈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일일이 빼내야 했고
당신이 팔베개를 해 줄 때도
나는 잡아 당겨지는 머리카락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긴 머리를 좋아했지요



이제 당신을 위해 기르던
그 머리카락을 자르고
머리를 자르는 것처럼
단 한 번의 울음으로
당신이 잊혀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나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기도를 하며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소원 1




내 머리에 펌프질을 해
뇌수를 빨아내고 싶다



내가 눈으로 먹은 지식들
머리 속에서 무성한 이끼로 자라
피라미 새끼 한 마리 살지 못하는 탁한 뇌수엔
이끼들이 뿜어대는 이산화탄소
살아 있는 것은 그,
교환되지 못한 공기뿐.



환기되지 않는 관 속에도
바람 불어오는 곳이 있는가.



희망은 오직 바람 일으키며
걸을 수, 뛸 수, 땀 흘릴 수 있는
발바닥에 매달려 있다.



굳은 살이 박히도록 맨발로
맨발로 세상을 걷고 싶다.
내가 본 것, 들은 것, 아는 것들
머릿속 감옥에서 숨막혀가는
그것들과 함께
걷고 싶다.












    
     독작(獨酌)




그대
시간과 술 마셔본 일이 있나요



어떤 사람은
거울을 보며
거울에 비친 자기와 한잔 한다던데,
그래서 꼭 자기처럼
울고 웃는 거울을
슬프게 애무하며
술을 마신다는데



나는 오늘
시계를 보며
시간과 술을 마십니다
소통이 안되는 시간과……
한 순간 만이라도
한 웅큼 만이라도
잡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무심히 제 갈 길만 갑니다
목표없이 내달리는 찢어진 깃발처럼
머물 곳도 없으면서
이렇게 간절한 나를 두고
이렇게 살아 있는 나를
자꾸 과거 속으로 밀어넣으며
그저 지나갑니다



혼자 마시는 술이
빨리 줄어드는 건
시간이 지워가는 나를
기억하고 싶어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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