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1. 5
제3병동에서
- 許 琳



조금 전에 잠이 들었다.
햇살 따듯한 유리창 너머
새들은 떼지어 날아가고
빈가지에 쌓인 눈은
반짝이며 바람에 날렸다.
305호실의 유리창 너머로 다가서는
겨울빛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손발끝에서 찬바람이 난다고
양말이라도 두툼히 기워야 한다고
목소리 낮게 말씀하셨지만
간밤에는 오한이 나고 고질적인
천식을 쿨룩이더니
어느새 잠든 새벽녘 눈발이 멎고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베개를 고쳐 베이고
가슴까지 이불을 덮어드리며
야윈 주름살 깊이 짚어보는 이마,
신열을 앓던 유년의 이마를 짚으며
시퍼런 청무우를 긁어주시던 어머니
밤으로 지새우던 들녘의 오십평생은
모질고 추워야만 했을까 고개 숙일때,
305호실 유리창 너머 스며드는
맨션아파트 단아한 불빛은
달그늘에 잠긴 강물에 잔잔히 부서지고
기억속에 진한 아픔으로 앙금진 눈물이
시대정신에 익숙한 오늘의 살림살이에
알지못할 눈물이 흘러
깊이 잠들지못하는 어머니 머리맡에서
내심 부끄러운 눈빛은
사과껍질처럼 안으로 안으로만 모질게 꼬였다.
쉽게 지쳐버리는 오늘의 생활위에
고향을 바라보는 캄캄한 하늘의 산마을에
눈물고인 별빛으로 뜨는 그리움이여,
제만큼 찾아가는 그대들의 목소리는 쉬 잠기고
어느새 취해버린 얼굴들이
어둠을 접으며 사라지는 지평에서
죽어도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에 잠들어야 하는
빈곤한 밤, 꿈속에 어머니가 보이고
피곤한 이마를 짚으며
힘으로 안되거든 깊은 믿음으로
일어서라고 넉넉한 가슴을 마조하던
305호실의 새벽,
호밋자루에 새긴 손금위로
투명한 햇살이 비껴드는
혼돈의 시간을 넘어 잠이 들었다.

許 琳
1959 강원도 홍천 출생
강릉대 영문과 졸업
당시 강원도 홍천군 동면 후동리 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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