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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김 원 국

나의 모든 정신은 동일하다
물고기처럼…….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재학(97학번).








할머니 2


오늘은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요 참 편안했어요
시냇물들은 어딘가 자갈처럼 빠져나가고 있어요
그런 중이면 나는 같이 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나는 나뭇잎 하나 입에 문 물총새예요
가시처럼 물을 쏘아 보낼 때면 다시 내 입에
그리움이 뭉쳐져요 새로운 시냇물 속에서
나는 거칠게 바위에 부딪히죠 오늘도 다친 다리를 이끌고
마른 바위에 올라 석양을 봅니다 발 밑이 온통 붉게 물든 고무신 같아요









냇물


깊이 없는 냇물을 걸었다 그 흐름은 발목을 베어갈 듯 싶었다
천천히 미끄러지는 모습이 잎사귀에 비춰졌다 발목과 냇물과 나는
다른 세상에 있었다 햇빛에 데어 냇물은 점박이가 되었다
나는 물빛에 반사되어 물자국을 새겼다 발목은 깊이 잠수 중이다
미꾸라지가 발목을 스쳐 지나갔다 발목의 눈과 발목의 마음으로
잠시 진흙 속을 보았다 무엇을 보았는지를 잊어버리면서
나는 다시 본래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 공간은 물끄러미 있으며
무엇 하나도 변화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나는 슬라이드 기계 같은
공간을 이용해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씩 찍어보곤 했다
유난히도 선명하여 조금 미화된 그 과거들은 어쩐지 남의 나라
영화처럼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그러나 조각처럼
속이 비치지 않는 소리를 내었다


Press the photo
Press th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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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검은 색 잉크 위로도 선연히 별이 드러난다
그러나 어두운 여행자처럼 더듬거리곤 한다
나의 기대와 그들의 기대를 떠올리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깊이 젖어 있고
어느 곳 위로 떠올릴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다
기대는 홀로 자란 우주선과도 같다
차라리 하루 이틀 새에 사라져 버리기를 그리고 있다
빛의 주위에 잉크처럼 튀어지는 어두움을 보면
무언가 젖어 반들거리는 새끼 새가 떠오르곤 한다
어떤 눈으로 사물이 나를 보아주든지 간에 이제는
디딜 곳을 찾아 어둠에 잠들 수 있는 낙엽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바람에 날리지 않는 고요한 밤을 꿈꾸어 본다








바람

바람이 부르는 만큼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에 들어 앉아서 기다리는 방문은 전화벨처럼 초인종처럼
소리로부터 시작될 듯
선풍기로 통화하려 애써 본단다 이미 들어와서는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바람에게 대화를 신청하려고 한다
그 동안만큼의 예민해진 어깨를 떠올리며 버튼을 쓰다듬는다
새로 도배를 치른 둥근 방을 둘러보면 더욱 바람을 가뿐히
받아들일 만한 마음이 고여 있음을 느낀다
검은 비닐의 부스럭거림이 신사처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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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

라디오를 잃어버린 채로 하얀 방에 앉아서
나는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은 들리지 않고
창문은 작았다 옛날의 친척집에 갔을 때처럼 어색하기만 했다
어디선가 똑 똑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음악은 계속해서 들려오고는 했다 그러나 귓가에만 들릴 뿐
마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소리는 그 텅 비어버린 곳에서부터
퍼져 나오는지도 모를 것이었다 방을 기어다니고 싶었다 무엇을
흉내내려하는 마음인 것일까 언제나 궁금함만이 낙엽처럼 쌓이고
또 날아가 버린다 엎드린 채로 똑똑 울리는 소리는 가슴을 친다
무엇 때문에 떨어져 내리는 소리인 것일까 나는 미처
집에다 정신을 두고 떠내려온 지도 모르는 거다








아직은 겨울 속에서

중요한 것이 있을 것 아닌가
쥐와 함께 앉아서 고민했다
우리는 서로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 무엇을 알 수가 있겠는가
쥐는 가 버렸고 바람 한 줄기 꼬리와 같다
저수지에서도 물결이 인다
저수지의 모래 위에서 어디까지 밟아갈 것인지 생각했다
친구들의 발자국은 정다웁지만
아직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확실히 모든 건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추운 겨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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