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웹사이트들][시모리]
[Home][생활의 지혜][가상여행][시인의 마을]

360 VR AR & MR



'93 이 수 정

몸이 피곤하면 ‘레모나’를 먹으면 되고
갈증이 나면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 되지
가슴이 조여오면? 詩를 곁에 두면 되지.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3학번).





자석을 찾아라

분명, 분명해
어디지?

종로서적 지하인가
코아 아트 스크린 속인가
그도 아니면
시사영어사 옥상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수많은!
분명, 분명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두 눈이 탁구공만 해질 만큼
거대한 검은 자석이 숨어 있을 거야

사방팔방 젊은이들이 그 녀석의 엄청난
힘에 이끌려 종로로 종로로 몰려든다

툭툭 어깨와 어깨를 부딪치며
찌릿찌릿 눈과 눈을 마주치며

젊은이들은 기꺼이
자기장을 만든다
종로 골목골목에 이리저리 쏠리는
철가루들의 행렬

꼭꼭 찾아내야지
끙끙 짊어지고 몰래 훔쳐와야지
방학동 한가한 우리집 옥상에
숨겨놔야지
사방팔방 젊은이들로 가득 차겠지?









하늘탕

국자로 슬쩍 검은 구름 걷어내면
통통 살오른 달걀 노른자 있을 텐데
내 손엔 그만한 국자가 없으니
후우 입으로 불어나 볼까?

후우후우, 어지럽다. 하늘탕이 끓고 있다
하늘탕 속으로 풍덩 빠져나볼까?
손큰 주인장의 넉넉함에
하늘탕이 넘쳐 국물이
뚝뚝,
하나도 뜨겁지 않아
깜짝 놀라 펼쳤던 우산을 접어 버릴까?

하늘탕은 옛날에도 지금도
내 머리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맨, 식어빠진 넘친 국물이나
받아먹는 걸,

날개가 있다면
하늘탕을 먹을 수 있을 텐데
누가 새들이 먹는 탕인줄 모를 줄 알고?
새들이 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지
누가 모를 줄 알고?

Press the photo
Press the photo!
360 VR AR & MR



늙은 회화나무

안국동 정독 도서관, 옛 경기고 자리.
매점 우동 뚝딱 해치우고
저녁 바람 숭늉 삼아
모퉁이를 도는데

흉물스런 늙은 회화나무 보았다
다섯 개의 버팀목으로 턱을 괴고
군데군데 시멘트로 틀니를 낀
산 송장을 보았다

내일을 사랑하는 숨결 가득찬
도서관
그 모퉁이 늙은 회화나무는
눈을 꿈벅이며 오늘도
도서관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본다

도서관에 불이 들어오고
등나무 아래 벤치도 작은 연못도
내일 보자 인사하고 여행을 떠났다
밤바람은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끄응끄응 밤새 신경통이 도졌는지
매점 모퉁이 늙은 회화나무 앓는 소리가
볼펜 끝을 툭툭 친다
집에 가기 전 늙은 회화나무 시원찮은 허리나
콩콩 두어번 두드려 주고 돌아가야지


[연결 웹사이트들][시모리]
[Home][생활의 지혜][가상여행][시인의 마을]

360 VR AR & 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