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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 수 정


詩는 나를 안다. 나는 詩를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나는 詩와 친하다
그 우정이 변할까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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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화롯불에선 무엇을 굽나

화롯불은 쉬이 꺼지지 않지
꼬챙이로 휘휘 저으면
가물가물 죽은듯 누워있던 불씨들이
'파닥파닥' 튀어오르지
화롯불에선
흰눈 탁탁 털며 문지방 들어설 남편 위한
대구포도 구웠을 테고
거뭇거뭇 구수한 군밤이 입을 탁탁 벌리며
고물고물 꼬마녀석들 군침 꽤나 흘리게 했겠지
그 옛날 둥그런 화롯불에선

서울엔 네모난 화롯불이 너무도 많지
검은 재 사이사이 가물가물 불씨가 많이도 살아있지
여의도 63화롯불이 제일 크다지
한밤중에도 저 화롯불은 누굴 위해 불씨 밝히나
서울의 화롯불에선
지쳐 하품하는 넥타이 군밤들이 탁탁 입을 벌리고 있겠지

"재도약! 다시 서는 경제"
종로 한복판 커다란 화롯불이 펄럭이는 플랜카드

서울의 화롯불 위에선
경제포가 구워지는구나










사랑니

욱씬 욱씬
어금니 옆 빈자리가 발갛게 부풀었다
며칠을 끙끙 앓았더니
빼꼼히 하얀 것이 송긋 올랐다
사랑니.

아무짝에도 쓸데없다고 모두들 뽑아버리라 한다
옆 어금니까지 썩게 하는 골칫거리라고
눈 딱 한번 감고 쑥 뽑아버리라고
채 세상구경 못한 사랑니 구박하느라 야단들이다

난 사랑니 뽑지 않을 테다
비좁은 잇몸 비집고 나오는
주책없는 늦둥이.
사랑니라고만 부르지 않았어도 당장
치과에 달려가 없애버렸겠지만

하필 사랑니라 이름하기에
그의 성숙을 지켜볼테다
아프게 그리고 서로를 상처주지만 꿋꿋이
일어서는 사랑니.

오늘도 아픈만큼 훌쩍 자란 내 입 속의
비밀스런 성숙을 혀끝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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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th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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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

"세상은 끝난다. 부귀영화가 무어냐"
사이비 교주 핏대 세우며 도포자락 펄럭 펄럭

풀풀 먼지이는 도포자락 속으로 겁먹은 인간들 숨어든다
"끝장인데 이딴 게 무슨 소용야"
명함, 통장, 부모 자식 다 털어버리고
찢겨진 낙엽처럼 데굴데굴 굴러들어 간다
도포자락 속으로. 펄럭거리는.

"너희는 이제 안전하다. 내 품안에서 평온을 찾아라"
쿠릿쿠릿 냄새 나는 도포자락에 빈대마냥 붙어
"살았구나 살았어" 기쁨의 눈물 콧물 뚝뚝
도포자락 끝으로 땟물이 뚝뚝

째깍 째깍 3초 2초 1초
"종-말"
이 아닌가?
째깍 째깍 시계는 여전히 돌고 세상도 돌고
도포자락 속 불쌍한 이들 머리도 돌고

돌고 도는 세상살이
"이건 실수야. 다음 번엔 진짜야. 나를 믿으라."
사이비 교주도 어느새 또다시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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