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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02-3492-3818, 018-250-6975
(131-021) 서울시 도봉구 방학1동 655-20


    태풍 '올가'




그날밤
창틀은 부들부들 떨었고
지붕위에선 뚝닥뚝닥 도깨비판이 벌어졌다



온 도시는 올가의 들이닥침을 두려워하면서도
나 같은 철부지들은 묘한 흥분에 쌓여가고 있었다
TV 앵커의 격앙된 목소리는
적당히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앳된 기상캐스터의 잇따른 실수도
'기상특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었다



마닐라에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삼키고
한반도를 돌진하고 있는 기세등등한 올가는
야심찬 징기스칸과도
정복마니아 나폴레옹과도
같이 한반도 정벌을 꾀하는가 싶었다



새벽
올가의 승전가가 슝슝 귓등을 치고
올가는 이미 이 도시의 잠을 일단 삼켰다



제주도 상륙, 서해안 근접, 인천을 지나 서울 스치고 북쪽으로 슈슈슈
올가는 순식같에 달음질쳐 한반도를 훑어 올라갔다

다음날
'천만다행'을 연발하는 앵커들의 안도에
어머니는 '아이구 다행이다'하셨지만
철없는 나는 '올가 너 별것도 아니구만 까불었니'
싶어 조금 맹맹했다




    너의 뒷모습은 너무 많은 말을 내게 하려 한다




어금니까지 보이며 활짝 웃는 사람아
두 눈을 반짝이며 삶이 너무 당당한 사람아



제발, 등을 내게 보이지 말아라
내게 등을 보이면
난, 차라리 눈감아 장님 되어버리고 싶다



눈도 입도 없는 너의 뒷모습인데
네 뒷모습은 내게 너무 많은 말을 하려 한다



너의 머리카락이 너의 어깨와 등선이
그리고 너의 뒷목덜미가
내게 너무 많은 말을 하려한다



외롭다고, 지친다고
너의 어깨가 한숨짓고
너의 머리칼이 지쳐 운다



난 너의 우두커니 앉아 있는 뒷모습이 몹시 보기 싫다
네가 숨기고 싶어하는 너의 속엣말임을 알기에 듣기 싫다
나도 네게 나의 뒷모습을 차마 들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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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 다섯 현정씨




눈이 크고 웃는 얼굴이 참 맑은 현정씨



연극배우가 꿈이라는 그녀는 멋내기도 좋아하던데

현정씨는 지금,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하는가
그녀는 중환자실에 있다
쑥스럽게 모자를 벗으니 동그란 민머리에 검정펜 십자 표시가
여기저기 그어져있다
그녀는 애써 웃어보이며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 몇 일만에 깨어난 현정씨는 큰 눈의 쌍꺼풀이 풀렸다며
요리 저리 거울을 돌려보는 천상 스물 다섯 아가씨
그녀의 연극은 아직은 비극
양성이길 바랬지만 그녀의 종양 조직은 악성으로 판명됐다
그녀는 아직 모를거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현정씨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쌍꺼풀이 돌아왔다고 혀를 쏙 내밀며
현정씨는 립스틱 뚜껑을 연다
수술자국의 민머리를 예쁜 레이스 모자속으로
집어넣고 그녀는 잠시 병원을 떠난다
병원 앞은 젊음의 대학로 거리
현정씨에게는 병원보다 이 거리가 훨씬 잘 어울리는데



그녀의 연극은 아직은 슬픈 비극
하지만 그 끝은 비극이 아니기를
그녀의 미소는 눈이 시리도록 예뻐서
차마 그녀의 아픔을 볼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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