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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이 승 수

오년 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있는
피렌체
아카데미아 박물관에 갔을 때
만들다만 흉상과
팔과
다리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던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내 마음은 탈골이라도 된 듯
심하게 삐걱거렸었다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수천 번씩 나를 탈골시켜 보리라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4학번).








호두

거리에 웬 금이 이리 많을까
길바닥은 손바닥처럼
바라는 것들을 모두 금 그어 놓고
그어 놓은 것을 따르라
운명지어 놓고
사람들을 이리저리 내몰고 있다
적당히 때묻어 어두운 저녁
멈추시오
건너시오
내리치시오
신호등이 아니라 쇠망치였나
나는 아직 내 속도 다 모르는데
부숴뜨리고
부서져버리고
끝내는 까맣게 타버린 속내가
훌훌 한 입에 털어 넣어져도
가둘 것은 가두어야 하는 것일까
점점 더 단단해져서는
누구도 꺼내어 가지 못할
얼굴이 있고
이름이 있다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호두 껍질 하나

늦도록 이 거리의 금들을 지우고 있다








졸업


어제의말들이오늘의말속에삼켜진다 깜짝 놀라 얼른 뱉아낸다 뱉아낸말들끼리가지를엮는다 잎새들이돋아난다 아니야 이게 아니다 매섭고차디찬바람으로잎새들을모두발라버려야지그러고나니 커다란 둥우리가 하나 보인다 이젠새들을날려보내야한다 새 들 이 날 아 간 다 이내 머릿속은 한 떼 잘 차려 먹고 나간 잔치상으로 변 해 버 린 다 그 한가운데로 무 너 져 내 린 케 이 크가 자리잡는다

어디다 초를 꽂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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蟲 日記


1
모눈종이같은 망을 뚫고
벌레들이 깝친다
창을 닫으면
바람이 통하지 않아
내 안에 벌레가 생길 일
바람이나 실컷 쐬자
아예 창을 떼어 버리니
피 빠는 녀석
기는 녀석
벽을 타고 오르는 녀석
신세계인양 燈을 향해 달겨 드는 녀석
어수선한 무법천지
그래도 나는 詩를 두드리는데
어라?
꼼질꼼질
내 손가락들
갑자기 녀석들 발 같단 말야


2
아침에 눈 떠 보니
베개 옆에 나방 한 마리가
그녀같이 잠들어 있다.
주변엔 슬그머니 분가루를
떨어 뜨린 채
장난삼아 쿡쿡 찔러 보는데
시치미 딱
미동도 안해
제껴보니
벗어 놓은 껍데기였다.











종로에서


신문처럼 아침이 오고 보도 위의 살얼음들은 아직 잠이 덜 깼다

달아나는 버스를 잡기 위해 달리는 버스가 되는 사람들

회색 양복을 입고 회색빛 고층 건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높다란 나뭇가지 위의 자벌레마냥

나도 이 도시에 걸맞는 보호색을 하나쯤은 지녀야 되는 것일까









불 면

모오스 부호처럼 옆방 처녀가 기침을 한다
잠들만하면 생각난 듯 나를 깨우는 그녀의
기이침, 소리와의 하룻밤
벽지 위의 꽃들이 마구 꺾였다 다시 심기며
섣부른 마음들을 빨아들인다 그녀의
기침 소리, 박자 일정하니 어느덧 가락까지 실려
그에 맞춰 이리저리 몸
베베틀다 지쳐 버린 그녀의 기침
소리와의 하룻밤, 후우 - 새벽녘
서서히 날은 밝아 오는데
그녀는 이제야 잠이 들었다
그녀와 내 입김이 모두 모여 뭉쳐 버렸나
너무나 얄미운 그녀의 전갈

오늘 아침 안개 정국




대학 시절

나무들이 모여 있으면 어디든 숲이라 여겼던 시절
왜였을까 짐짓 죽은 나무들에만 매달려 있었다
공들여 샘을 파고 헛된 망상들을 길어 올리며
나만이 생명수를 갖게 될거라 믿고 있었다
내게로 발걸음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길목마다 돌아가는 불칼을 숨죽여 세워 두고
작은 침범에도 기겁하며 줄을 당겼던 서툰 나날들

어느 역풍 불던 날
시원스레 잘 탈 줄도 모르는 나무들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네 해가 그렇게 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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