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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02-456-2026, 018-308-9601
(143-191) 서울시 광진구 자양1동 768-1 동부파크 B2


    눈먼 시인




비가 온다 맨 바닥 위에
흔들리는 발걸음이 온다 짝발로 걷는 어설픔이
도로변이며 홈통 속이며 담장 위며
세상의 좁은 길 따라 찰방찰방 맨발로 걷는다.



비 비가, 더듬으며 말 배우는 비가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 詩를 읊는다.
올록볼록 맨 바닥 위에 맨발로 詩를 쓴다.



잠시잠깐 지상에 펼쳐진 잃어버린 세계
들어가기 위해 난 아주 눈이 멀기로 한다.
거리를 凹凸하는 빗방울의 말을 더듬더듬 흉내내기로 한다.





















    水 沒 地 球




아직 새벽인가, 생각하며 나는 누워 있다.
굳게닫힌 窓으론 빗방울이 탁. 탁.



긴 수면의 터널을 통과하는 나의 머리는 젖은 고목처럼 무겁고 차갑다.



거리는 젖어서 서늘한 검정이고
나뭇잎의 피곤한 녹색, 벽돌의 미칠듯한 붉은색, 스레이트 지붕의 눈을 아프게 하는 파랑색, 예민하게 신경을 긁으며 떨어지고 있는 젖은 대문의 주황색 녹이,
독버섯의 빛깔처럼 선명하고 생생하게 돋아나고 있다.



모두들 놀란 눈을 하고 물 속에 비추어진 제 모습을 바라다본다.
비안개 속에 어린 지상의 그림자 진자보다 정밀한 모조품이다.



..라고 나를 속이며 가라앉는다 나는, 뿌리뽑힌 내 생각은
컴컴한 지하로 스미고 있다.

 얼마나 더 가야 나의 진짜가, 세상의 진짜가 자리하고 있을까



              ㅗ ㅗ ㅗ 외로운 고민 중 ㅗ ㅗ ㅗ


                     
 물 속에 갇힌, 고대의 도시다 잊혀진 기억, 폐허의 도시
한 귀퉁이에 누워 있다 나는 물 속에 잠긴 폐가의 방 한구석에
누워 있다 나는 손도 얼굴도 눈동자도 기억도 녹아들며 사라진다.



빠른 속도로 용해돼 배는 침몰한다 엎어져서 물밑에 가라앉는다
비에 맞은 지붕들이 모두 엎어진 배의 모습이다.



나는 침몰한 배 안에 갇혀 버린 항해사 되어 방바닥에 종이 한 장을 깐다 내가 지나온 항로를 더듬어 본다 사라진 지상의 문자로 표시한다.

아, 그러나 모두 다 끝난 일이다 글씨가 물고기 되어 헤엄치다 사라진다





    꽃이 자라는 아침




꽃이 자란다.
흔들리는 꽃 울면서 훌쩍훌쩍 자라는 꽃
죽은 것들도 보듬어 키우는 꽃이, 울안에서 함께 키워온 꿈이
창문을 넘어 빌딩과 산을 넘어 자란다.
비바람 속에 자라서 꽃잎 이파리 하나 없는 꽃이 누구보다 높게 자라 하늘까지 닿는다.



땅속으로 파고드는 내 방 창턱에서 나는
흔들리는 꽃을 바라본다. 꽃도 나를 내려다 볼 때,
나는 가슴까지 눈이 부시다.



그 때, 눈시울 반짝이며 커가던 꽃
지나간 자리를 따라 참새들 일제히 날아간다.



여기는 밤새 자란 꽃의 둥지
나도 죽었다 살아난 한 뿌리로부터 날아간다.
새로 돋아난 해의 작은 꽃잎들이 빛살지우며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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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마를 타다




가르마를 타 주세요, 엄마.
악몽으로 엉클어진 빳빳한 머리에
어린 손으로 삐뚤빼뚤 그어놓은 가르마를 다시 타 주세요.



예리하게 날이 선 진녹의 풀들이 춤추는 들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길을,
희고 부드럽고 달무리처럼 둥근 숨소리의 길을
펼쳐 주세요.



푸른 날과 어두운 기억이 각인된 도끼빗으로
제 머리를 쪼개어 주세요, 제발
그 빛나는 공백 속으로
걸어가게 해 주세요. 살게 해 주세요.



그 빗으로 제 몸을 갈라 주세요.
머리에선 흰 꽃이, 흰 배꽃이 피었다 바람에 날리며 흩어지고
목으로부터는 나팔꽃이 몸을 뒤틀며 감겨 올라요.



나는 좀더 작은 내가 되어,
내 몸을 들판을 달리고 싶어요 달리고
달리다 숨이 막히면 천국이
천국이 보여요



숨막히도록 영원한 진공의 천국!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방안에서, 비좁은 방안에서 살아왔죠.
이곳은 조금만 움직여도 지상의 먼지가 몰려와 쌓이는
좁고도 낮은 곳이였죠.



이곳을 청소하며 우린 살았고 내내 생각했어요,
           어디에 門과 窓이,
길로 향한 문과 창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만 우리는 길 아래 있었고, 지붕 위로는 아스팔트가,
그 위로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다니고,
주위에는 건물이 수십 층까지 쌓아 올려 있었죠.



저는 항상 꿈을 꿔요, 엄마
제 머리 위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 무너지는 도시가 놓여 있어요.
그것들은 너무 무겁고, 우울하고, 쓸쓸해.



이제는 엄마가 돋보기를 걸치고, 제 정수리를 들여다보는 거예요.

우리에겐 이제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없고,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온 거울은 흐릿한 눈을 감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단 한번으로 양미간과 정수리 사이를 갈라야 해요.
그래야, 확실히, 끝낼 수 ---- 있죠.











    파리 대왕




아까부터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머리 위로
파리 한 마리가
둥근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밤새도록
도시를 맴도는 폭주족처럼
나의 머리 위 고가도로를 질주하는 파리
광기 어린 영혼의 고독한 울림이
천장으로 소용돌이친다. 검은 소용돌이의 테가
층층이 나선형의 계단을 이룬다.



나의 생각이 하나씩
그 선을 밟고 올라가면
내 몸을 통과하고 있는 핏줄을 낱낱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울리겠지.



모든 게 뒤집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선이
이루는 검은 후광을 바라본다.
파리의 우울하고 투명한 날개가
나의 전신을 뒤흔들었을 때,
낡은 의자만이 간신히 내 육신을 잡고 있었다.



세상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정말 무너지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면서 모르는 체 했다.









    밀림에서




방학 후 홀로 남은 자취방
나는 하이에나처럼 몰려드는 잡념을 없애려
라디오를 틀었다.



방안에서는
Queen의 노래가,
싸구려 라디오의 잡음이
으르렁거리는 재칼의 울부짖음이,
내 안에서 풀을 뜯던 한 마리 톰슨 가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둠은 빽빽한 삼림이 되고,
읽다 펼쳐둔 책이며 습작의 종이에서
작은 글자들이 쏟아져 광활한 스텝을 만들었다.



책상에 엎드린 나는



문명의 껍질을 뜯기우는
커다란 덩치의 톰슨 가젤
내 머리 위로 뿔이ㅗㅗㅗ
끝없는 나선형의 무뉘가,
거칠게 구부러진 야자수가 자란다.



붉은 피가 번지는 하늘에서는 아까부터



날카로운 눈동자를 번뜩이던
독수리가 나의 정수리로
내리꽂힌다.



아, 근데 그건 형광등의 깜박이던 불빛



나만이 여전히 피 흘리는 톰슨 가젤로
밤을 노래하는 약한 짐승인 채
먼 밀림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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