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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 인 자

더러는 그 산에서 다시 태어났다하고,
또 더러는 그 산 속에서 한번쯤 울어 보기도 했겠지만
빛깔도, 모습도 드러내 보인 적인 없어,
그래도 이 세상 한 켠에 꼭 있다고 믿는
산, 시모리
시의, 우리들의 , 하나의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3학번).
1996년 7월 현대시학으로 등단.










나무들의 아침

세상 빗줄기가 온통
나의 귓속으로 내리는 듯
긴 밤의 빗소리 가득한
두 귀로, 아침 공원에 나오면

어미젖 같던 단비 마신 후
여리고 약한 뿌리
한 뼘 더 자라는 소리,
어린 나무의 목젖에서 올라오는
새큼한 젖비린내와 함께
끄윽, 끄윽
아기 트림 소리 들린다.

배냇저고리 같은 잎사귀들
알 수 없는 옹알이로
첫 말문이 터지고
그런 나무들의 소리들로
먹먹했던 나의 두 귀가 트일 때

한쪽 구석에서는
이제 겨우 제 몸의 척추를 가누는
어린 풀잎들이
푸른 똥을 싸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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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꽃을 피우며

편도선에 염증이 났다.
벌써 몇 일째, 몇 날밤
따끔 따끔, 불쏘시개로 지지는 듯
목구멍 속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겹겹이 먼지 쌓인 세상이
들숨 날숨처럼 들락거리는
목구멍에 놓인 편도선이
한 번 삼키면 되돌릴 줄
모르고 떠나가는
쓸쓸한 길처럼 느껴질 때
축축한 생살을 뚫고
아프게 뿌리 내리고서
한 번 피면 좀처럼 지지 않는
꽃들로 만발한
꽃피는 한쪽 길목
그 어귀가 되어버려

생활의 무게처럼 부어오른
목덜미 매만지면
소리들도 가끔씩 울리고 지나가는
목구멍, 후두 속에
몽우리 몽우리마다 꽃이 핀다.
후두꽃이 핀다.





봄·봄

찰랑찰랑, 빗소리
닳고 닳은 양은 냄비 밑바닥을
수없이 두드리며
출출하게 내리는 삼월 봄비
겨우내 소복 소복
쌓인 쌀알들 모두 모아
경칩, 입춘 다 지나도록
허기에 지친 채 꽁꽁 숨어있는
생명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 지어 줄까?

찰랑찰랑, 빗소리
밥물 맞추는 소리.
어느새인가
그치듯, 잠잠할 무렵
때 맞추어, 끓어오르는
아궁이불 위에서는 뜸이라도 들었는지
멀리서 모락 모락 아지랑이
봄끼니 한때가 맛있게 익어간다.

이제 밥 다 되었다고
밥냄새, 이 나른한 봄냄새에
꼬르륵 꼬르륵 주린 배 움켜쥐며
허기진 끼니 채우고

봄채비 서둘러 시작하는
삼월 봄비 내린 후에
따뜻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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