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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 인 자

고슬고슬 아침밥이 참 맛있었습니다.
아침공기도, 따뜻한 차 한잔도, 밀린 일들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요즘 전 맛있지 않으면 힘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세상을 꼭꼭 맛있게 먹으며 살 작정입니다.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3학번).
1996년 7월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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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별신굿

지상의 동쪽 끝
몰래 숨겨둔 하나님의 여자
하나님과 첫 혼례를 올리던
그 다음날로
강물을 낳고, 샛강을 낳고
개울을 낳은 여자
가끔 대륙을 낳으려다
落島같은 섬들을 무수히
落胎해 버리고 울어버린 여자

어느날은 하나님 몰래
가슴털처럼 부숭부숭한
나뭇잎사귀들을 어루만지다가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육지 저 밖으로 쫓겨난 여자

그래도 그 여자, 한 번 토라지면
제 허벅지의 물살을 치며
파도를 일으키는
뭍의 사내들을 불러내리는 여자

오늘, 뱃사공의 아낙네들
둥둥둥 북을 치며
그 여자의 외로움을 가까스로 달래 놓고 있다.









빗살무늬 토기

강물과 강물 사이
전생과 후생 사이
모래 둔치의 빗살무늬 상처들
빗살무늬 토기같은 나의 전생

수만 번의 바람이 불었다 잠잠해지고
잘게 잘게 부서진 모래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생겨났던
까마득한 전생의 나날 속에
한 때 내 몸 속에
빗살무늬 상처를 내던 사람

한 줄 두 줄 읽어도 알 수 없는
그 상처, 은밀한 상형문자처럼
다음 세상 어디쯤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었을까?
전생의 모래알같은 기억들
샅샅이 뒤져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
잠시 잠깐, 모래 둔치 위에
나를 꽂아놓고 사라진 사람

영영 돌아오지 않는






얼음강물 위까지 밀려왔다.
새들의 발자국
얼어붙은 유리창 위에 찍혀진
손도장처럼
입김으로 불면 금새 지워질 듯
시렵고 가벼운

언제였던가 얼음장같은 지상 위를
맨발로 걸어야 할 때,
발 밑에서는 얼음비늘이 돋아나고
얼어붙은 수도꼭지처럼
눈물 한방울도 흘러내리지 않던 기억
그때 나의 발자국들도
저렇게 힘없이 가벼웠을까?
冷冷한 지상의 길
그래도 다시 걸어야 할 때

이제 그만
눈부신 털실로 짜여진 햇빛
그 빛 한 줄 풀어
따뜻한 덧신 한 짝 뜨고 싶다.
새들과 나누어 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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