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이상문

강둑의 키를 훌쩍 넘어 솟아오르는 안개와 함께

시린 무릎팍으로부터 새벽이 오고

화톳불을 쬐며 제 몫만큼의 따뜻함을 안고

병풍처럼 둘러선 모두 말이 없다

몇 잔 찬 술에 뎁힌 가슴들이

마주잡는 손마다 지나간 추억들을 건네주며 웃지만

미명의 일찍부터 분주한 새소리를 따라 흩어지는 눈길들

한무리를 이루어 강둑을 지키는 달맞이꽃,

일제히 닫힌 노란 봉우리 위에

한 방울 이슬로 맺히던 전생애가 위태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