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위의 삶

-유태안



누가 나를 빨아 꿈이 좌초되는 수평선 위에 널어 주었으

면, 지는 태양이 나를 살펴 아직은 쓸만 하군. 한 마디를

남기

고 어둠 저 쪽으로 사라질 때 찾아오는 따뜻한 손길

느껴 보았으면

우리집 옥상에는 오늘도 눈부시게 빨래들이 펄럭인다 비

둘기장 같은 3층 옥상 위에, 빨래하고 밥짓고 아이를 돌보

느라 퇴화된 아내의 날개들이 집게에 집혀 파닥이는 소리

길을 간다. 바람을 빼면서 멀리 달아나다 바람이 빠져

떨어지는 풍선처럼, 빈 껍질만으로 아우성치는 우리네 삶

이 바람에 불려 다녀도 빨래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집게

에 매달린 채 곡예를 한다.

어느날은 그 빨래줄 위에 이슬이 앉고, 새가 앉아 똥을

싸고, 잠자리가 앉고, 텅 빈 고요가 앉고, 빨래를 걷으러

오는 아내의 시선이 앉는다. 그리고 아내가 빨아 준 껍질

을 입고 출근하는 가벼운 하루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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