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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신 해 욱

정착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정착 앞에선 또 떠나고 싶었다.

◈ 본명: 신지연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93학번).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번지점프를 뛰다



포물선의 바람소리

초록초록 술렁거리고

물구선 나무들

거꾸로 흔들렸다

나무들 틈새로

그대의 얼굴도 흔들려

저절로 안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억의 숲 속에서


내가 만지고 싶은 것은 그대 머리카락이 아니야 나의 무른 손끝 그대 두꺼운 두개골을 뚫었음 싶어 구불구불한 대뇌 피질의 길 어두운 숲 속 같은 길 그 깊은 곳에서 숨쉬고 있을 그대 오랜 기억의 나무들을 만지고 싶어 그 잎잎에 나의 입을 맞추고 싶어 내게 그곳은 처녀림이지 아마

길 따라 늘어선 나뭇가지 끝에서 그대 꿈 떨어져나간 생채기를 보네 아직도 맑은 고름 솟는 상처 내 손이 어루만질 수 없는 슬픔이네 이 숲길은 얼마나 끝없이 갈라진 걸까 이토록 숨길 것이 많은 그대, 그대는 누구일까 그러나 그대 붉은 뇌의 미로 따라 비릿하고 끈끈한 추억의 열매들 한아름 따들고야 돌아오겠어 아니면 이 숲길에 쓰러져 내 꿈의 분비물 남김없이 토해 내겠어 알고 있니 사람아 그대 안에 나를 꼭 섞어버리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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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 세상 속으로

사서가 건네준 古書를 편다 글자들 내 몸으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어떤 루트를 따라 움직이고 있을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책장 사이에 숨죽여야 할 순간 그들은 날렵하게 몸을 빼내어 나의 몸 안으로 숨어드는 것이다

글자들의 이전 거주지는 도서관의 책 낡은 페이지 다소 유곽을 닮은 곳 케케묵은 냄새가 진동하는 곳 그들은 내 몸에만 매달리는 순정파가 아니다 죽기를 무릅쓰고 빠져나온 영혼, 그러나 덮인 책 속에 죽은 듯 숨어든 빈 껍데기 공허한 육체 속에는 어느 틈엔가 떨어져 나간 그들의 생채기에 새 살 새 영혼이 돋고 있다 그 어느 설레일 날 누군가의 손에 잡혀 푸른 하늘 흰 구름에 숨 토하길 기다린다 내 안의 글자여 그대들은 몇 번째 복제영혼인가 얼마쯤 나의 육체 속에 기식하다 사라져 갈 이들이여 一體多魂의 생명이여

내 안에 숨어든 그들이 다시 육체를 빚고 있다 붉은 벽의 정신병원 창문 없는 독방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몸을 잣는 것이다 그대들 혹여, 잠시동안 어머니로 있던 나를 추억하는가 만남이 필요하리라 또각또각 끊어진 그대들 문 없는 방 문을 열고 나와 사랑을 나누어야 하리라 하나의 몸이 되어 분열의 포자를 안고 세상 속으로 세상 속으로 흩어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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