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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구렁이 뱃속




 그날 저녁은 날이 흐리고 무더웠으며 마른 입 속에선 에이스 크래커가 모래처럼 부서졌습니다 그 물기없는 모래밭에서 내 마음의 물뱀 한 마린 힘겹게 뒤척이다 뒤척이던 모래밭에 모래 그림을 그리며 하초의 숲속으로 사라졌지요 두터운 잎의 그늘을 지나 들어온 이곳은 깊고 축축한 동굴 나는 아무래도 천천히 소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검은 모래비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고인 빗물의 바닥에 누워 밑그림 그린 환형의 세월, 세월의 무늬 따라 어느새 나는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오선지의 되돌이표를 건너뛰어 겹줄표 앞에 닿는 길을 몰라 언제나 피아노 선생님에게 손등을 얻어 맞곤 했었지요 날이 흐리고 무더운 이 저녁 나는 모래비가 키운 石筍의 검은 떡잎들 사이에서 잠들며 모래알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검은 모래의 빗물로 스며 딱딱한 새순도 얼마쯤 키우고 고인 빗물의 물줄기 따라 흘러 이 밤의 긴 여로를 끝맺으면 다시 아침의 환한 햇살 아래 내 마음의 물뱀 한 마리 그냥 말라버리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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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르소




 바람의 집을 지어요 오랫동안 탐닉하며 머금었던 바람 소금물에 절여 올올이 뽑아내고 있습니다 바람이 되어가는 몸 내 몸을 변주하던 바람 몸을 비워 짓고 있는 굴곡의 이 둥근 집, 비우고 또 비워 진공이 될 때까지 바람의 곡선 섬세하게 조형할 건데요 얼굴 묻고 사지 묻고 아직은 그저 乙夜 속에 또아리고 있습니다



 이 깊은 적요, 적요한 어둠, 오랫동안 들어온 속눈썹의 마찰음은 아직 남은 내 마음의 모르스부호일겁니다만 비우고 또 비워 텅 빈 몸 되어 이목구비며 팔다리며 바람의 무늬가 되면, 그대 혹 이진공의 몸을 더듬어 내 마음에 동그라미칠 숨은그림찾기는, 설마 하지 않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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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쌍둥이




 쌍둥이 아버지가 쌍둥이 큰아버지랑 찍은 사진을 재범이는 내게 보여준 적 있다 토마토색 빵모자에 얼룩 양말의 재범이 오동도 동백 옆에 나란히 선 두 아버지 어른이 쌍둥이라니 말도 안 돼 제길 그러면 쌍둥이는 어른도 못 되냐 니가 찍은 진아도 윤아랑 쌍둥이다 임마 진아는 달라 다르긴 쥐뿔이 다르냐 쌍둥인 다 똑같아 넌 새끼 진아보고 어른 되기 전에 죽으라는 거냐 뭐냐 개새끼 이게 진짜 미친 소리 하고 있네
 나의 멱살을 먼저 잡은 재범이의 손에서 늙은 쌍둥이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흙바닥을 뒹굴며 나는 진아야 죽기 전에 오래오래 살아야 해, 라고 입속말을 했고 그리고 어느날 진아는 죽었다 꺾어 신은 운동화 속에서 나는 귀뚜라민지 새끼거민지 모를 양계장 주인은 훌쩍 던져버렸다 검은 새가 하늘에 그은 검은 선을 목에 둘러 커다란 리본 묶고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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