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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유 혜 영



내 정서의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자라
싹을 내고 꽃 피워
그 꽃잎
낱장으로 하나씩
하늘로 피어올라
꽃향기 뭉친
향기로운 비 내리고
단 열매 맺어
조심스레 따먹던
기억의 땅

강원도, 춘천

◈ 한림대 국어국문학과 재학(95학번).








詩낚시



PC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아있다 혹시 뭐 하나 건질까하고 앉아 있지만 피라미 새끼 한 마리 잡히질 않는다 지리한 가뭄 벌써 몇일째 허탕이다 방금 전, 잡힐 듯 하다 놓쳐 버린 놈 때문에 안절부절 자리를 못 뜨고 있다 고놈만 잡으면 그런 대로 제법 얼큰하고 먹음직한 매운탕거리를 만들 듯 싶은데... 고놈인지 딴놈인지 계속 낚시대 주변에서 맴돌며 얄궂게 입질만 해댈 분 그 실체가 떠오르질 않는다 메모해 두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게 이렇게 아쉬울 때가 있네 아, 파닥파닥 숨쉬는 싱싱한 언어를 잡고 싶다 도저히 힘으로 가눌 수 없을 만큼 당차고 힘찬 신선한 놈 한 마리 잡고 싶다 크기와 무게,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새해 신문
월척 하나 옆에 끼고 방긋 웃는 내 사진 그려보며 오늘도 지리한 낚시는 계속된다









사람을 잃고서



당신에게 그 흔한 라면 하나 끓여주질 못했어요 요 앞 꽃가게에서 환하게 핀 장미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을 하네요 이상하지요, 왜 장미꽃을 볼 때마다 당신에게 한 끼의 저녁을 지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당신이 제 생일날 주었던 장미가 이 가슴 속 텃밭에 씨를 뿌려 그런 걸까요 마음 먹은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주며 키워야 했고 유독 가시 많은 장미여서 누가 건드리다 다칠까 봐 되도록 혼자서 지냈네요 어느새 자라 올 6월에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피어났어요 참, 무얼 드시고 싶으세요 어젯밤에도 그 생각으로 내 방 천장은 온통 요리책이었네요 당신, 고기 빼고는 뭐든지 좋아했지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동물이 아니고 식물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네요 너무 질겼어요, 난 동물이었기에 당신 가슴으로 가지 못하고 위 속에 얹혀 게워 내야만 했었네요 소화해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던 당신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복판에서 붉게 울던 장미도 당신을 위한 저녁상 한가운데 정성스레 꽂아놓을 거여요 볼품없다고 하지 마세요, 당신으로 인해 피어난 장미이니깐요 아, 아 벌써부터 당신과의 저녁이 기다려지네요

조심하세요, 가시는 날카롭게 살아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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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그날 따라 비는 내렸다 오랜만에 친구 자취방을 찾아가 늦게까지 이야기 하던 날 새벽이 다되어 그녀는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쉽게 잠을 못 자는 내 오랜 습관 속으로 빗소리는 가늘고도 날카롭게 파고 들어와 그 동안 무뎌졌던 내 신경들을 하나 둘 깨웠다 그녀의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알리는 숨소리 그리고 고르게 움직거리는 아랫배의 평온함 방안은 온통 양수로 가득 찬 듯하다 흡, 흡 가끔 숨막히게 만드는 어제, 오늘의 기막힌 일들은 없었다 이제 막 태반에 자리 잡은 태아가 되어 그녀의 숨을, 움직임을 하나 하나 따라해 본다 손가락 발가락이 꼼질거리며 피어난다 온통 어둠으로 감겼던 눈 안으로 환한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 아 시간이 없다 그녀가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 모든 걸 배워야 한다 그 평온함까지 배워야 한다









호랑이 장가 가는 날


말짱한 하늘 아래 환한 거리를 걷다 갑작스럽게 만나는 빗속에는

대낮에 벌거벗긴 채 대문 앞에서 벌받는 아이의

부끄러운 눈빛이 반

흰 속살의 맑은 빛이 반








잠 오지 않는 여름밤


갈 곳 못 찾고
몇 시간째 어둠 속을 헤매는 동공
새카만 재를 쌓아가며 자꾸만 커져 가는데
윙 윙 윙

선풍기의 프로펠라 돌아가는 소리
잠 속으로 빠지는 구멍 막아
더욱,
갈 곳 못 찾게 하네
후∼∼
잠 오지 않는 여름밤은 상상력의 백과 사전 같아
프로펠라는 선풍기의 몸 어디쯤일까
바람의 강, 약을 조절하는 곳은 머리가 될 테니
프로펠라는 선풍기의 가슴쯤이 되려나
아, 사람에게도 프로펠라 같은 가슴이 있을까
누가 잘못 그 가슴에 끼어 들기라도 하면
단번에 깨버리거나 튕겨 나가게 하여
상처를 주는
날카로운 끝과 매운 먼지가 쌓인 프로펠라 가슴
나, 난
그 가슴 속 깊이 손 놓어
쌓인 먼지를 닦아내주고 싶었어
내 손이 잘려 못 쓰게 되더라도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닦아주고 싶었어

겁 없이.

Press the photo
Press th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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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4


뙤약볕 아스팔트 위

깨알 만한 빵부스러기에 몰려

제 몸이 검게 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억척스레 매달리는

까만 개미떼들의

집요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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