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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by 김광민

시로 오랜만에
우리들이 모였다, 그러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 본다.

언제가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수많은 새가 날아가는 소리,
기차가 터널에 스며드는 소리,
소나기가 떨어지는 소리.

우리는 공원 한 쪽을 차지하고 앉아 술을 마셨지,
술잔 속에 흘러가는 눈빛들.
너는 어디에 있었던가,
아무도 현명하지 못한 서러움으로 우린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언젠가부터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멀리 떠나왔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던,
우리는 얼마나 능숙한 항해사인가.
외롭다는 것은 그리고 고독이라는 것은
우리를 얼마나 당황하게 하던가.

언젠가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깊은 숨을 뽑아내던 여린 소리,
나무에서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던 마음 뒤척이는 소리.

이제 다시는 우리 이렇게 만나지 않으리라
허튼 약속이 귓가에 걸려있다.
귓바퀴를 돌아 고막을 뚫고, 달팽이관을 휘돌아서며
아, 이 길은 세포 끝으로 마음에 닿아 있었구나.
내 맘이 이리도 허술했던 것은 너희가 내 귓속을 항해하는 탓이구나.

우리가 흩어진 뒤로 귀 끝이 아련하다,
그네들은 어디즘 가고 있을까.
언젠가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라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