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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그리다


김광민

우리 처음 그림을 배울적에, 기억하고 있는지 연필보다 긴 붓을 처음 뒤었을 때 커다란 흰 도화지를 바라보던 막막함을 기억하고 있는지, 물감을 짜내던 우리 빨강과 파랑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비법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내가 너를 그리고 너는 내 얼굴을 그리던, 이제 우리 무엇을 그리고 있나 붓을 다시 잡을 수나 있는지, 그때는 두눈을 마주보고서 거짓말 없이도 큰 도화지 메워내던, 너는 기억하고 있는지 우리 서로 흉터를 그리지 않아도 삐뚤거리는 코 아래로 입술 만큼은 웃음을 지켜주던, 너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지 내가 너를 그리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