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과 수평의 만남, 십자가

신형철 교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1996년 7월 18일

어느 한 날 하늘이 노하여
수평선 아래로 바다를 내다 버렸다.
천둥소리, 번개, 검푸른 바다를 때린다


끝없는 파도의 배앓이
바다는
누런 땅 덩이를 배설해 왔다.


몸을 세워 산등성이
나무들이 피부 밖으로 밀려 나와
녹의를 흩날리며 수직승천의 미친 몸짓을 했다.


언젠가 부터 하늘 향해
갈라진 혀 날름
배암이 나무를 감고, 몸을 끌어 땅에 금을 그었다.


나무는 잘리어 울이 되고
천년 빛바랜
십자가 되어 저만큼 높이 서있다.


수직과 수평의 선상에 못박혀
체온을 잃고 있는 하늘
오늘도 핏빛 석양을 흘렸다.


흐느끼는 빗물
어둠에 갖혀 잠든
바다, 육지 그리고 나무를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