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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다
by 송지나

부어도 부어도 넘치지 않는 바다.
일렁거림과 곱씹음에 연속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바다.

산 속 깊은 외로움에서 그린 적이 있었다
파랗지도 푸르지도 않을 바다를
(누가 바다는 푸르다고 가르쳤는지)
무릎팍에 생채기를 곧잘 만들던 내 피부같은
시멘트 바닥에서 울먹였던 적이 있다
심장 모퉁이 수 없이 일렁이며 밀리고 당기던 그 얼굴이
바다를 닮았다는 말에
삼백예순다섯날을 매일 같이 삼백예순다섯조각으로 부서져도
갈라지지 않음으로 버티는 바다는
바위보다 강했고, 바람보다 빨랐다는 말에 철렁거림이 있었다
통통이며 떠나가는 오징어 배에 짧은 안김을 남기고 가는 파도는
불빛을, 오렌지빛 그 유혹을 조시하라고
빛을 사랑하는 오징어 떼들에게 말하지만, 파도는 이미 거품이 되버린 후.

바다는 삶이라고 가르치던 어리숙하던 사람의 목소리는
목젖의 떨림과 함께 움직이던 바다 만큼 저 만치 흘러 갔고
남은 건 믿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배반에 짓눌린 입술 하나, 조리고 조리다 얼룩 덜룩
타고 남은 재가 되버린 손발, 그리고 오그라든 심장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