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늘소, 96.11.2, by 차수정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정신이 팔린다.

병상에서 마취되어가는 환자처럼
몽롱한 의식을 남기며
몸은 굳어가고
팔려간 정신은 여기 저기 떠돌다가
밝은 진열대에 놓인 표본상자를 본다.

장수하늘소의 촉수는
하늘을 향해 더듬다가 멈추고
산제비나비의 날개 편 자태는
꽃꿀을 따던 그 모습이 아니다.

컴퓨터는 모니터를 통해
나의 하는 양을 꿰뚫어 보다가
문득 흔들어 깨운다.

모니터 밖으로 나온 나는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팔을 움직여야할지
목을 돌려야할지
그저 마음만 조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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