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누렁이
97. 3. 25, 차수정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더니
뜯긴 상처를 ?으며
먹지도 않고
벌써 사흘째 업드려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10 년 전 그때
그 광주리 속에서
한배 형제들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물어뜯고 극성부리더니
옳다 이놈이다 싶어 사들고 온
그놈이다.
제깐엔 진도 핏물이 섞였는지
두 귀는 쫑긋하고
눈초리도 초롱하고
더구나 하는 짓 보면
제법 기품이 있어
제 눈에도 내가 가장으로 보이는지
나나 밥주는 애 에미에게나
겨우 꼬리칠 뿐
낮선 사람은 물론
우리집 큰 애 작은 애
그 애들의 동무들 할 것 없이
그저 두려움과 외경의 대상이다
동네를 나서면
개든 사람이든 모두 그놈 앞에서
오금을 못피니
당당하게
동네의 암캐들은 모두 제가 거느리고
간혹 어설픈 풋내기가
춘정을 못이겨
제 암캐에게 수작을 부렸다간
경을 치곤 했었지
한 5 년쯤 전이었나
이웃 동네에서 제 몸보다 한배 반이나 될
세파드와 한 열흘 두고 싸웠지
대갈통에 흰 뼈가 드러나도록 싸웠지
저러다 죽지 않나 싶어

약 발라 주려고 가까이 가면
흰 이빨을 드러내고 내게까지
신경질을 부리더니
대제국은 그렇게 평정되고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고
암캐들은 새끼 낳고 새끼들은 젖을 빨고
누렁이는 어디서 무얼하는지
집 한 번 나가면 사나흘은 일쑤이고
그렁저렁 몇 년이 지났다
손오공의 분신술인지
홍길동의 조화인지
누렁이 닮은 놈이
이마을, 저마을, 앞집, 뒷집에 나타나고
아랫집 복실이가 낳은 워리는
커가면서 어찌나 누렁이를 빼닮았는지
담배집 아저씨는 아직도 헷갈린다니
누렁이가 아무리 욱박질러도
제 애비임을 아는지 그저 꼬리내리고
눈길 피해 다녔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끔 경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이번에 기옇고 사단이 나긴 난게지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더니
늙어버린 누렁이
살점 뜯긴 상처를
암캐 제 새끼아우르듯
?으며,
?고 또 ?으며
벌써 사흘째 업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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