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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를 생각하며



유혜영

오늘처럼 궂은 비가 오는 날에는 여기저기 짓밟힌 채 빗물에 말없이 떠 내려가는 사랑받지 못함에, 저 숨막히는 땅속에서 죄 하나 없는 몸뚱아리 숨기며 사는, 어둠속 흙 갉아 먹고 살아가는 그들의 생을, 그들의 영혼을 생각한다. 어쩌다 이 땅에 비 내리면, 꾹꾹 막아 두었던 숨통 한번 트기 위해 미안스럽게 아주 미안스럽게 눈치보며 기어나오는, 이들의 밝음에 대한 북받치는 서러움을, 삶다운 삶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우리는 알지 못했네 알려하지 않았네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진정 몰랐는가

이들의 생살을 짓이겨 버린건 그대들의 발이었음을 그것이 살생무기였음을.....
한맺힌 이드의 영혼 그 어디 가서 풀 수 있을까 내 발이 무섭네,
나 걸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