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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빨래골

存在論

by 유혜영




눈 먼 돈이 생긴 선배가 큰 맘 먹고 회를 사준다기에 팔딱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단 돈 삼만 원에 모시는 모듬회를 시키고 푸른 바다에 빠져든 기분에 맑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얼마 뒤, 대서양 바닥으로 담겨져 오는 회 한 접시를 반기며 반사적으로 젓가락을 든 순간, 필사적으로 숨쉬고 있는 검붉은 아가미가 눈에 감겨왔다 두 눈은 놀라 툭 튕겨져 나오고 선홍빛 살갗은 그대로 벗겨진 채 아직도 할딱거리고 있는 광어 그 눈물나게 눈부신 자태 가져온 상추위에 살점을 떼어내고 초고추장을 흠뻑 발라 피를 숨겼다 씹지 못해 꿀꺽 삼켰다 질끈 감은 눈으로 들어오는 푸른바다

아, 인간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광어의 꺼져가는 한숨을 단 번에 쌈싸먹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