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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고 싶은 날은,

by 유혜영




맥주 마시고 싶은 날은
씨알의 터에 앉아 거품 내며 이야기를 해댄다
나라가 어떻고 인간이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하는 것들은
인생이라는 찌개의 재료가 되어
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
간도 맞추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끓어대기 시작한다

어느새

해가 얼큰히 취해 붉은기운이 돌 때면
김빠진 맥주처럼 쓴 맛이 배어 나오는 내 입구멍
( 내가 지금껏 무슨 말을 한 거지? )
데굴데굴데굴데굴데굴
깡통소리 내며 굴러다니는
머리속의 빈 맥주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