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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대포(大抛)들



대포란 '대학입시 포기자'의 준말이다. 대학입시를 포기한 학생들이란 뜻이다. 그들의 은어치고는 어딘가 좀 어색하고 생경해서 그 뜻을 얼른 알아차릴 수가 없다. 남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그렇게 조립한 것 같진 않다. 그런데도 이 엉뚱한 신어(新語)가 세력을 얻어 퍼지게 된 까닭은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힘을 가지고 우리들의 가슴속을 후벼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분석을 하듯이 대포란 말에 대해 연상해 본다면 대뜸 떠오르는 것이 전쟁과 파괴다. 또한 큰 사발로 한 잔의 막걸리를 대포라고도 한다. 철지난 우스개 소리지만 이북에서 내려온 간첩이 우리나라 막걸리집 포장에 쓰인 대포란 글씨를 본다면 남쪽엔 대포가 여기저기에 깔려 있어서 간담이 서늘할 거라고 농담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만큼 대포는 전쟁을 상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연상은 큰 거짓말장이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거짓말을 들으면 "대포까지 말라." 또는 "대포 틀지 말라"고 했다. 그러한 의미들이 한데 어울려 대포라는 새로운 말이 득세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대포들은 받아줄 곳이 없는 패잔병들이다. 학교에서도 거부하고 가정으로부터도 내쫓긴 신세다. 물론 2년 반이란 포로수용소 생활을 거쳤다. 고등학교라는 이름의 포로수용소였다. 그래도 수용소에서는 먹고 자는 일은 걱정이 없었다. 3학년 2학기가 되면서 교실의 뒷자리로 밀리다가 드디어 교실 밖으로의 추방이다. 집으로부터는 자식으로서의 자격상실과 함께 방기(放棄)되어 버렸다. 밥은 라면으로 때우고 간혹 자금이 생기면 술로 대신한다. 잠자리는 심야 만화가게다. 그곳은 만화라는 공부책도 있고 비디오도 있다. 운동은 비록 손가락만의 운동이지만 전자오락실에서 보충한다. 이따금 딱 하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질서를 깨버리는 당구도 신나는 운동이다. 더구나 그 세계엔 서로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서로 속이고 치사하게 경쟁해야 하는 그런 상대가 아니다. 딛고 올라서야 하는 그런 대상도 아니다. 상대방이 못되어야 내가 잘 되는 그러한 적수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위로해줄 줄 아는 진짜 친구다.

대포들이 가장 괴로운 것은 그들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일이다. 학기 초에는 선생님의 꾸중에 반항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포기했는데 웬 잔소리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2학기가 되어 교실의 뒷자리로 밀리고 선생님의 관심도 앞좌석에만 집중될 때엔 참으로 편했다. 그러나 대포들은 "엎어져서 자도 좋으니 조용히 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게 되자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런 모욕적인 환경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학교에서도 합격권 내에 드는 애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면서 학교앞 오락실은 高3으로 꽉 찬다. 죽치고 앉아 시간을 죽인다. 그 소음 속에선 부모님의 목소리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철저히 차단된다. 그래서 그 소음이 편하고 평온케 해준다. 여기서만큼은 최고점수에 마음놓고 도전해볼 수 있다. 기록 갱신을 해내고 맨 위에다 내 이름을 적어 두고 싶다. 마치 수석합격자처럼. 그러나 그 때 뿐이다.

학교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이쯤 되면 집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 갈 곳이 없다. 그러니 방황이다. 누군가에게 용돈이 생기면 들어갈 수 없는 그대학의 근처 카페에 가본다. 돈만 있으면 반겨주는 곳이다. 최소한 차별은 없다. 술을 마시면 우리를 버린 이 세상을 마음껏 요리할 수도 있다. 대학입시제도를 우리 마음대로 고치고 선생님의 교육방침도 우리 마음에 맞출 수 있다. 부모의 잘못된 출세관도 고쳐 놓는다. 그것으로 부족하면 좀더 오래 간다는 환각제에 유혹된다. 본드는 이미 어린애들의 것이고 유경험자를 통하면 대마초도 구할 수 있다. 간혹은 우리 같은 여자애들도 만난다. 우리는 금새 통한다. 서로의 좌절감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이미 참고서 값이나 독서실료로는 충당할 수 없는 큰 돈이 필요하다. 빈 집이나 창고 같은 데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하고 손쉬운 방법은 부모가 외출했을 시간에 자기집을 터는 일이다. 어머니의 금고를 익히 알고 있으니까.

며칠동안 아무 소식없이 가출한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둘이서만 빵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어머니가 그 빵집으로 나오는 사이에 아무도 없는 자기 집에 들어가 어머니의 비밀지갑을 털어 달아났다가 드디어 아버지한테 잡혀 정신과에 입원된 아들이 있었다. 이 아들에게 죄책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정신과에 입원시키는 일을 처벌로 생각하는 부모가 더 큰 문제였다. 며칠 후 아들이 충분히 뉘우치고 벌도 그만하면 됐다며 막무가내로 퇴원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말았다. 언젠가 그 아들을 버릴까봐 두렵다. 문제 있는 아이에겐 문제 있는 부모가 있기 쉬운 법이니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우발적으로 저질러지는 학생들의 범죄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기 중에서도 유흥비 마련이란 항목이 어른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는데 그 까닭은 어른들의 단순한 생각과 상상력 때문이다. 왜 아이들한테 유흥비가 필오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건강하든 병적이든 아이들의 행동은 간단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어른들처럼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고 비비 꼬여 있지도 않다. 자기 집을 턴 그 학생의 절도행위는 친구들과 함께 쓸 용돈마련에 연결된다. 큰 용돈을 필요로 하게 된 이유는 가출과 연결되고 가출은 부모의 무관심과 연결된다. 애들은 간혹 매맞을 짓을 해서라도 부모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한다. 비참한 시도의 하나다. 그 정도까지 으르렀다면 그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알만 하다. 이미 쾌락을 지닌 행동으로 학습된 후라면 그 치료의 하나인 탈학습(脫學習)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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