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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심리


















그것을 보상심리라고 해두자. 말하자면 '내 한을 풀어다오'이다. 내 자녀를 통하여 나의 가난하고 고통스럽던 지난 날이라든가 못 배운 한을 보상받으려고 하는 마음이다.

지금 대학입시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의 어머니는 8.15해방 전후로 해서 6.25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 나라가 가장 핍박한 시기에 출생했다. 그 당시엔 농촌 인구가 절대다수였으니까 대부분이 농민의 자식인 '촌놈'이다. 요즘 애들은 출생지가 병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산파의 도움도 없는 가정분만이었다. 집에서 쓰던 가위로 탯줄을 가르고 삼신할머니께 무병장수를 비느라 지푸라기 위에 올려진다. 그래도 파상풍 같은 병도 안 걸리고 용케도 살아 남았다. 그 뿐이랴, 호열자, 장질부사, 이질에도 살아 남았던 역전의 용사다. 반타작일 때 살아 남은 반절에 들었다. 그런 다음 6.25동란이란 혼란 중에서도 굶주려가며 살아 남았다. 운이 좋았든가 천지신명의 보살핌이었으리라.

그 당시 아이들은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구분하는데에 비상한 지혜를 발휘했고 일년 내내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한겨울에는 땅 속에 묻어둔 배추 꼬랑이와 무를 꺼내 깍아 먹든가 쪄 먹는다. 정이월이 다 가면 달래와 냉이를 캔다. 논에 나가 우렁도 캐고, 풀이나 나무의 새순도 따온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먹을 수 있는 꽃을 찾아낸다. 아카시아 꽃과 감꽃은 그 으뜸이다. 보리가 익기 전이 가장 힘든 시절이다. '보리고개'라고 하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지도책에서 찾아보려고 할런지도 모른다. 덜 익은 보리와 밀을 어른들 몰래 꺾어서 불에 익혀 보지만 너무 성급해 실망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메뚜기도 아직 일렀다. 다만 개울가의 우렁과 다슬기가 조금 있었지만 하루종일 그걸 잡을 수는 없었다. 그 만큼 집안 일이 많았다. 못자리며 밭일이 어른들을 꼼짝 못하게 얽어매면서, 집으로 갔다 와야 하는 심부름은 애들이 도맡아서 했다. 겨우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 그 길목의 개울가를 눈여겨 봐둘 정도였다. 보리베기가 시작되면 배가 부르다. 보리밥을 배 터져라 먹을 수 있고 또 그 때면 하지감자가 제법 굵은 알을 매달기 시작한다. 며칠 전만 해도 감자줄기를 살짝 들어 보고는 얼마나 실망했는데, 그러다가 어른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불벼락이 떨어지곤 했으니까. 모내기하는 이웃집이나 친척집에 가보면 하얀 쌀밥에 김치에 콩나물, 침을 꼴깍 삼키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풍성함은 너무 짧다. 단수수도 단물이 아직 오르지 않았고 옥수수도 익지 않았고 콩을 만져봐도 껍질뿐이다. 하지만 잠깐씩 틈이 난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개떡과 시렁 위에 올려진 삶은 감자가 있어서 좋다. 아이들한테 여름방학은 풍성하다.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든 것들이 익어가기 시작하니까. 방학이 끝나면서 배고픔은 또 시작된다. 점심으로 몰래 숨겨온 손가락만한 고구마가 아직 맛이 들지 못했다. 이러한 쓸쓸함은 추석 직전까지 계속된다.

추석빔으로 사다준 검정 운동화 한 켤레와 검정 교복을 얼마나 아꼈던가. 추석날 아침 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신고서 성묘길을 따라나서면 발이 공중으로 날랐다. 겹으로 된 검정 옷이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 더웠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그 아까운 운동화가 얼마나 허약했던가. 검정 천 밑에 고무가 구부러지는 부근부터 갈라지면서 곧장 천까지 터지게 된다. 하얀 실에 먹물을 먹여 정성껏 기워봤자 바늘이 지나간 자국에서 또 터진다. 겨울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고무신을 꺼내 신는다. 썰매 타러 가는 논길이 질어 고무신을 새끼줄로 묶어 신을 때마다 운동화 생각이 난다. 다음해 엔 틀림없이 아껴신으리라 결심하면서.

먹고 입고 신는 일만 어설픈 게 아니었다. 그 당시 아들도 가르치기 어려웠는데 딸들은 오죽했을까. 딸의 진학을 반대한 것은 아버지보다는 오히려 할머니와 어머니라는 여자들이 더 심했다. 더구나 중고등학교는 걸어서 이삼십리는 충분히 될만큼 먼 거리에 위치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 먼 길을 다 큰 딸애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어른들한테는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글자나 깨쳐서 자기 이름이나 쓸 줄 알면 되고 셈이나 할 줄 알면 됐지 더 배워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글공부를 뭣하러 더 시키느냐는 주장이었다.

그런 딸들이 이젠 수험생의 어머니가 됐다. 이 어머니의 궁극적인 목표야 자녀들의 대학입학이지만 그 과정은 누구보다도 더 잘 먹이고, 더 잘 입히고, 더 좋은 신발을 신기고, 더 편히 해주고, 아무리 가까워도 차가 있으면 실어다 주고 싶은 것이다. 자기자신보다도 더 좋게 더 편하게 해주고 싶다. 어머니 자신이 자기 아들,딸만 할 때 꿈꾸어 봤던 모든 걸 다 해주고 싶다. 마음속 깊이 무의식 세계에서 자신의 어머니한테 품었음직한 그런 원망을 자기 아이들로부터는 받지 않으려는 듯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부모에게 품었던 원망을 자기 아이들이 자신에게 품을까봐 두렵다. 그러한 두려움이 아이들을 과보호하게 만들고, 무조건 잘 먹이고, 입히고, 편하게 해주려는 시도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맺혔던 한을 아이들을 통해 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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