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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광대들


탈춤을 추려면 역할 놀음에 알맞은 탈을 써야 한다. 탈이나 가면이란 말은 언뜻 듣기로는 별로 좋지 못한 느낌을 주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어떤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란 의미로 쓰이고 싶다. 한때는 프로이드의 제자였다가 몇 가지 의견 차이로 프로이드를 떠나 독자적인 학문 체계를 세웠던 융 박사의 정신 구조에 대한 설명 중에 페르조나(persona)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해야 하는 外的 人格을 뜻한다. 그런데 이 용어의 유래가 재미있다. persona에서 a를 빼 버리면 person 즉 사람이란 뜻이 된다. 원래 페르조나의 뜻이 가면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어떤 사회적인 역할을 하려면 그 역할에 알맞은 가면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역할이 많은 사람은 가면도 여러개 준비해 둬야 한다.

탈을 쓰고 춤추는 배우를 광대라고 한다. 광대란 말은 '광대뼈'라는 우리말에서 볼 수 있듯이 얼굴의 낮춤말이다. 그런데 이 탈이 없으면 그 역할을 맡아 할 수가 없다. 이 탈을 쓰고 맡겨진 역할을 하려면 그 탈이 딱 들어맞아야 한다. 탈이 딱맞지 않으면 불편하다. 언젠가는 벗어 던지려고 할 것이다.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씌우고 있는 탈이 과연 아이들에게 잘 들어맞는 탈인지 궁금하다. 아무리 잘 들어맞는 탈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그 탈을 쓰고 싶어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 써서 어떤 이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구분은 부모들의 문제일 뿐이다. 너무 무거운 탈바가지 속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지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탈바가지가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맨 먼저 쓰게 되는 탈이 조기교육이란 탈이다. 대여섯 살이면 벌써 땅에 끌린 학원 가방을 겨우 들고 유니폼을 입고 피아노 탈이라 든다 태권도 탈을 쓴다. 리듬을 터득하는 것은 지능 개발에 좋고 또 피아노는 모든 음악의 기본이다. 그래서 "가르쳐야"한다. 더군다나 그 학원에서는 국어와 산수도 함께 가르친다. 초등 학교에 입학해서 시작하면 이미 늦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가르쳐야 한다. 애들 기죽이지 않으려면 태권도쯤은 배우게 해야 한다. 또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아이라면 일찌감치 있는 소질을 발굴하고 계발해 주어야 한다. 학과 중에서 산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그러니 주산 학원엘 보내야 한다. 그 어렵다는 산수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다. 그래서 주산 탈을 씌운다.

좀더 여유가 있고 가까운 곳에 수영장이 있다면 운동 중에서도 가장 좋다는 수영을 시키고 싶다. 아니 우리 애가 한국 수영의 대표 선수도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아시아의 물개라는 조아무개 선수보다, 최아무개 선수보다 훨씬 나은 선수로 자랄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수영 탈이 필요하다. 이사도라 같은 무용가로 키우고 싶다. 텔레비젼에 나와 춤추며 노래부르는 어떤 가수보다도 더 멋진 춤을 추는 아이니까. 그렇다면 무용 탈을 씌워서 무용 학원엘 보내 봐야 한다. 미술 탈도 씌워 보고 서예 탈도 씌워야 한다. 특히 서예 학원은 애들한테 그 어렵다는 한자 공부에 가장 효과적인 학습 장소라고 한다. 그러다가 소질이라도 발견되면 서예도 좋고 한국화를 시켜 볼 수도 있으니까.

더구나 중고 교에 가면 전인교육(全人敎育)이라 해서 음악, 미술, 체육, 뭐든지 다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내신 성적도 잘 받을 수 있다. 그때 가서 국어, 영어, 수학만 가지고도 벅찬데 어떻게 음악, 미술, 체육을 따로 공부할 수 있겠느냐. 그건 과외도 없다는 데. 수채화 정도는 초등 학교 4학년 때 이미 마스터 해 놔야 한다. 피아노도 "은파" 정도를 쳐야 한다. 특별한 재질이 없는 한 은파 정도를 피아노로 치려면 적어도 오륙 년은 배워야 한단다. 그러니 유치원부터 피아노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바쁘다 바빠! 하기 싫다고 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원망하기 전에 억지로라도 가르쳐야 한다. 조기교육이란다. 어릴수록 좋단다. 외국어는 어떻고, 아비 따라 외국에 가서 외국어 하나쯤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익혀 오지 못할 바에야 빠를수록 능률적이라고 전문가들이 떠들지 않았던가. 바쁘다 바빠. 애들도 바쁘고 부모들도 바쁘다. 시기를 놓치기 전에 배워 놔야 한다.

학원에서도 부모들의 비위를 맞추려면 아이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테크닉 위주다. 기본이야 저절로 생기면 좋고 안된다 하더라도 그건 상관없다. 학교에 들어가서 점수 잘 받아 부모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것으로 OK다.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시시한 과목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내신 1등급이 나와 주는 것이다. 아니면 대학 가기가 힘들 때 음악, 미술, 체육 중에서 조금 나았던 분야를 과외 시켜 그 쪽으로 진학시킬 수만 있다면 그건 순전히 어렸을 때 학원에 보냈던 덕분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그건 선견지명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알뜰한 지혜다. 성공한 자랑스런 어머니다. 제발 그렇게라도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자니 아이는 만능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하루가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지나간다. 놀이가 없고 친구가 없다. 모두가 바쁜데 어떻게 쓸데없는 놀이로 시간을 허비할 수가 있겠는가. 어른스럽다. 애늙은이만 있을 뿐이다. 기껏해야 늦은 저녁밥을 먹고나서, 어머니와 함께 TV연속극을 본다. "잘났어. 정말!" 이 정도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한마디쯤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반쪽의 실패"를 거듭하는 부부 관계에 대해서도 촌평할 수 있어야 하고. TV는 아이에게 뭔가를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다. 마치 늙은이 역할만 하던 젊은 처녀 탤런트가 원래의 고운 모습으로 되돌아갔을 때 당황하던 시청자들처럼 우리의 아이들의 늙은 탈을 보는 일이 이젠 익숙해졌다. 아이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늙은 탈을 쓰고 있다. 아니 그게 탈이 아니고 진짜 제 모습이라고 우겨댈까 봐 두렵다. 애는 젊지 않을 것이 아니라 젊어야 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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