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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증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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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진 옥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2006-11-30 내일신문 [칼럼

20세기가 낳은 신종전염병인 에이즈에 대한 반응은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중요한 거울 중 하나였다. 명예와 부를 안겨줄 에이즈의 원인 병원체를 찾아내려고 연구자들은 혈안이 됐다. 1984년 이후로 거의 10년간 프랑스와 미국 간의 HIV발견에 대한 우선권 주장싸움이 계속됐다.

모든 HIV검사는 발견자에게 로얄티를 지불하므로 바이러스 발견특허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제약기업은 정부에 대해 “약을 개발해야 하지만 우리 약을 사줄 환자수를 보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며 “정부가 일정량 이상을 소비해 주겠다고 약속하라”고 주장하며 의약품 개발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에이즈는 곧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HIV약을 먹을 환자 수 걱정은 제약사의 기우였다. 제약사는 자신들의 특허 받은 고가의 약을 사먹을 중산층 에이즈 환자들이 일정 수에 이르자 활발히 약을 개발했다. 개발된 약물은 대부분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저소득 계층에 집중된 에이즈

하루 1달러로 살아가며 전 세계 에이즈 환자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들은 제약기업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의 소망이 질병으로부터 인류가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제약기업은 그 ‘모든 사람’ 속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에이즈는 절호의 기회였을지 모른다. 이들은 동성애와 성매매 그리고 마약의 부도덕성에 대해 더욱 힘주어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가난한 사람들은 약을 못 먹어 죽어가고 자녀들은 고아가 되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생계를 위한 길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매우 한정된 소위 ‘위험한’것 뿐이다. 동성애자와 마약사용자들은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탄압받았다. 보수주의자들의 ‘순결 우선, 그리고 최후에는 콘돔’ 정책은 감염인에 대한 공포와 편견을 부추겼다.

에이즈가 ‘사회적 질병’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HIV는 교묘하게도 사회적으로 가장 억압받는 지역과 계층에 축적되고 또 에이즈에 의한 영향도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 치명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질병의 모든 역사이기도 한다. 위생개념 부재와 만성적 영양결핍의 시대에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한 사회의 존폐를 좌우하던 시절에도 질병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전염병의 시대를 지나 만성질환의 시대에 이른 지금에도 대다수 만성질환은 저소득 계층에 집중됐다.


감염인의 인권보호는 격리가 아니라 참여

이번에 에이즈 감염인들과 보건의료단체, 그리고 인권단체들이 함께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의 전면개정안을 발의하고, 12월 1일 국제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증진의 날’로 선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의 예방법은 감염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함으로써 건강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강박증적 사고에 싸여있었다. 정부는 인권을 말하지만 이것은 격리와 감시, 차별이라는 ‘채찍’에 대한 ‘당근’으로서 사용해 왔을 뿐이다.

질병의 역사, 무엇보다 에이즈가 보여준 질병의 진정한 원인은 불평등과 차별 그 자체이다. 따라서 감염인의 인권증진과 차별철폐, 사회적 약자를 만드는 한국사회의 정책과 제도를 고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의 수단이다.

이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권증진과 차별철폐가 곧 예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법과 정책을 개선해 감염인들의 정책참여를 보장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켜나가는 실제적이고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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