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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지서 11년째 사랑실천 마더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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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회, 생활/문화]  2006.09.09

잘 나가던 약대 학장직 버리고 선교 선발대 자원  

아프리카 남단의 입헌군주국 스와질란드 수도 음바바네에서 대중교통편으로 한나절 걸리는 해발 1100m의 산골마을 카풍아. 한국은 여기서 ‘시아봉아 코리아(고마운 한국)’로 통한다. 그 중심에는 1995년 원광대 약대 학장직을 내던지고 아프리카로 날아가 11년째 구호활동 중인 원불교 여성교직자 김혜심(62) 교무가 있다.
자선단체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모임’을 창립해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 문맹 퇴치에 헌신하는 김 교무. 그는 ‘마더 킴’으로 불린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자애로운 어머니란 뜻이다.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김 교무는 7일 “이제 많이 늙어 ‘꼬꼬(할머니)’로 불린다”며 싱긋 웃었다.

자선단체는 제법 큰 규모가 됐다. 처음에는 원불교 자선단체에 그쳤지만, 이제 불교·천주교 등 모두가 참여하는 종교를 초월한 기구로 성장했다. 고사리 손길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답지하는 성금과 성원이 김 교무에겐 가장 큰 밑천. 그 밑천을 담는 그릇은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모임’이다.

이 그릇에 벌써 많은 결실이 쌓였다. 식량 배급을 비롯해 유치원생 교육, 중·고생 장학금 지급, 컴퓨터·영화 등 문화보급, 구충제 투약, 무의촌 순회진료 등 전방위적이다. 6년 전부터는 직업기술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자동차 정비, 전기 배선, 농업 기술, 컴퓨터 기술 등을 가르치며 취업을 돕고 있다. 내년에는 여성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에이즈가 매우 심각해요. 정부 통계는 ‘에이즈 의심자’를 국민의 60%가량으로 추정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더 많은 것 같아요.”

지난해 말에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지원으로 에이즈 환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에이즈가 창궐하는 이곳에선 여성이나 산모 대상으로 상담과 예방사업이 이뤄진다. 일부다처제에 교육수준까지 낮아 성문란이 극심한 사회구조다. 김 교무는 청소년 성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그가 카풍아에 설립한 ‘엔콩가니(최고) 유치원’은 국왕이 이름을 붙여줬다. 유치원을 돌보는 교무는 4명. 여기에서 1년만 교육받고 나면 예의와 염치가 없던 아이들이 반듯해지고, ‘때깔’도 달라진다. 유치원은 정원 60명이 늘 차고 넘쳐 모집 때면 홍역을 치른다. 국왕 와티3세가 이 유치원에 다녀가면서 김 교무는 전 국민이 기억하는 인물이 되기도 했다.

원불교 선교를 위한 ‘아프리카 선발대’를 자원, 애초 우여곡절 끝에 첫정을 붙인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그러나 남아공 비자 기한이 만료된 97년 비자 갱신이 잘 안 되는 바람에 임시 방편으로 인접국으로 나가야 했다. 그것이 스와질란드와 연을 맺게 된 이유 아닌 이유다. 현재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모임’은 남아공 흑인지역인 라마코카와 스와질란드 카풍아에서 각각 보건소와 유치원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처음 몇년 동안 말도 안 통하고 문화적 차이도 커 막막한 적이 한두번 아니었다고 털어놓는 김 교무. 그런 마음을 씻어버린 전기는 99년 11월 무렵 스와질란드 시골길에서 당한 교통사고였다.

장대비를 무릅쓰고 장을 보러 길을 나섰다가 타이어가 터지고 차는 전복돼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나타난 흑인 청년 3명. 혹시 강도가 아닐까 불안해했던 그를 위해 이들은 차를 바로 세워주고 타이어도 교체해 줬다. 선입견과 편견을 일순간에 지워내는 순간이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그때부터 김 교무의 형제, 친척이 됐다. 아프면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와 도움을 청하는 그들이 형제, 친척이 아니고 다른 그 무엇이겠는가.

76년부터 8년 동안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던 김 교무는 자신을 아프리카의 시혜자로 여기지 않는다. “아프리카인들의 삶 속에는 특유의 맑은 영성이 있어요.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얻고 느끼는 게 많습니다.”

1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는 아프리카 유치원생들의 재롱이 담긴 영상물이 소개되며, 2부에는 WBC서울소년소녀합창단, 전동인(첼리스트) 등이 출연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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