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미국 - 1천만원짜리 약 먹을래, 아니면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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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동남아시아 에이즈(AIDS) 대국 중의 하나인 태국. 이 나라는 지난해 미국과 FTA 협상을 체결하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미국의 요구에 곤욕을 치렀다. 미국은 ‘제네릭 약품(일명 카피약) 사용 금지 조항’을 태국 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태국 의료계는 에이즈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의 가격이 1년에 무려 1만 달러 (약 1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값싼 인도산 ‘카피약’을 사용해왔다. 만약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6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태국 내 에이즈 환자들은 사실상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태국이 이처럼 값싼 ‘카피약’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1년 체결된 ‘도하선언’ 덕분이었다. 당시 카타르 도하에 모인 141개국은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권 유예조치에 합의했다. 당시 미국 또한 ‘에이즈 대국’인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주도한 ‘도하선언’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하게 된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입김에 눌린 미국 정부가 ‘도하선언’ 무력화에 나서게 된다. 바로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서다. 1년에 14만원(한화)만 가지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제3세계 에이즈 감염자들은 미국을 등에 업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로 인해 1000만원을 지불하든가, 아니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FTA 협상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운명 또한 태국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수용된 ‘이의신청기구 설립’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한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을 무력화 시킬 것이 뻔하고, 신약과 혁신적인 신약의 개념을 일치시킬 경우 의약품 가격은 무려 20%나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는 의료파탄 몰고 올 주범”

무엇보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기간 연장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궁극적으로는 가격 또한 상승되는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문제 이외에도 국내 제약 산업은 관세폐지를 통해 들어오는 상용약품의 파도에 밀리고, 외국산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으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대몰락’의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국회에서 보건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27일 “한미FTA에서 우리 정부는 3개 분야를 요구했는데, 그 중 2개 정도가 ‘협력한다’는 수준으로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특허권 강화 등 모두 17개 분야를 세밀하게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제약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우리 건강보험의 총 재정이 18조원 수준인데, 예상되는 피해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현 의원의 말대로라면 한미FTA는 의료파탄을 몰고 올 주범인 셈이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을 감시해야 할 국회의 전문성은 너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만난 한 의원은 “지금 국회에서 한미FTA에 대해 단식을 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 들 중에 한미FTA의 세부조항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없다”며 “내용은 없고 투쟁만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아직도 원점에서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멈춰서고, 국회는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한미FTA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려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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