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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효과 있나? 없나?

과외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지난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는 위헌’이란 판정을 내린 뒤의 일이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과외를 둘러싼 논란들은 각종 TV토론 프로그램을 석권하고 매일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며 교육 관계자들을 논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대목에서 묻고 싶은 것. “그런데 정작 과외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서영아·최영재기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사 실 ‘과외망국론’이 인구에 회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외 문제가 한번 들썩거리니 과외와 관련한 흘러간 옛노래들이 고장난 축음기 돌아가듯 반복돼 나온다. 고액과외니 족집게과외, 빈부갈등 심화 우려, 공교육 위기논란, 과열과외를 막기 위한 각종 조치가 그것들이다.

“할 사람들은 이미 다 하고 있는데…”

그러나 이번만큼은 언론과 정부당국의 호들갑에 대해 “새삼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할 사람들은 이미 모두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얘기다. 그만큼 현실과 여론이 따로 굴러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70%, 일반계 고교생의 55.5%가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과외가 늘어나는 이유로 수능(56.4%) 내신성적반영(67.9%) 수행평가도입(37.3%) 특기·적성교육(47.1%) 등을 들고 있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교육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등급제로 전환하며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가는 특별전형이 늘어난다’는 교육부의 2002학년도 대학입시안 발표에도 수능과외·수행평가과외·경시대회 대비반·내신과외 등 변종이 생겨나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한국의 교육개혁 과정은 ‘과외를 없애려는 전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제도는 광복 이후부터 98년 발표된 2002년 대입시안에 이르기까지 13번이나 바뀌었다. 멀미가 날 정도로 변화하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처방법은 과외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과외를 하는 이유는 단적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무조건 성적 올리기가 교육적인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일단 제쳐두자면, 과외 효과에 대해 따져볼 만한 시점이다. 과외는 성적에, 나아가 학업능력 향상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걸까.

교사·학생은 “효과 없다”학부모는 “효과 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들은 과외를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학업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란 우리 사회의 통념과 궤를 같이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구정고 김진성 교장(한국교육정책연구회 회장)은 “보충수업의 효과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학생 78%, 교사 70%는 보충수업이 별효과가 없다고 답한 데 비해 학부모들은 95%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며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효과가 없다는데 구경꾼은 효과가 있다고 하는 웃지 못할 결과”라고 말한다.

아무튼 과외 효과에 대한 논란은 대부분 감성적 차원에 머물렀고 개인적 경험이나 주변 얘기에 바탕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음 두 학부모의 사례만 보더라도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과외효과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살다온 고교 2학년생 학부모 이성자씨는 “외국에서 과외는 나쁜 것이 아니다. 아이가 특정분야를 따라가지 못하면 학부모가 교사와 상담해 선생을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귀국한 뒤 수학을 못 따라가던 아이가 학원에 보내자 두 달 만에 꼴등수준에서 1등으로 올라갔다. 학원 가면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이 겪은 과외효과를 밝혔다. 그는 “교육부나 언론에서 과외가 효과가 없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곧이 곧대로 들을 학부모는 없다”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반면 수학이 고민거리였던 중3 자녀를 보다못해 겨울방학 40일간 고액 과외시킨 학부모의 경험담은 전혀 다르다.

“처음엔 아이가 ‘다르긴 다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중학교 수학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고. 그런데 그 내용들을 완전히 소화하기 전에 과외기간 40일이 끝나버렸어요. 과외 교사는 40일이 지난 뒤 ‘기본적인 것은 모두 아이의 머리 속에 넣어줬다. 이제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개학하자마자 학교공부와 학원 종합반을 따라다니다보니 그때 정리한 것은 끝내 들여다보지 못하고 끝나더군요.”

그는 큰맘 먹고 시도했던 고액과외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아이만 희생됐다’고 결론내렸다.

과외 효과에 대해서는 현장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학력평가연구소 실장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은 어떤 형태로든 과외가 거의 필요없지만, 중간쯤 되는 아이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게 과외를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족집게처럼 찍어주는 과외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영어·수학·국어 정도는 과외로 성적을 올릴 수 있지만, 수능이나 내신 때문이라면 돈 들여가며 유명 교사에게 과외교습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영어나 수학 과목의 경우 대학 고학년생이나 대학원생이 효과적인 반면, 국어는 교과내용이 자주 바뀌므로 교과 내용을 기억하는 대학 1학년생 정도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법을 배워라”

반면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책을 낸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의 말은 좀 다르다. “정말 괜찮은 과외선생을 만나게 되면 학생이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의 한 학부모가 고교에 막 진학한 자녀에게 고액과외를 시켰다. 영어 교사는 책 선정부터 특이하게 했는데, 갓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에게 처음부터 고난도 참고서를 선택해준 것이다.” 이 참고서 저 참고서를 조금씩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핵심참고서 하나 이해 못하고 고2, 고3이 되는 친구들에 비해 처음부터 고난도의 참고서를 선택한 과외교사는 학생이 대학입시를 볼 때까지 기본 참고서는 한 권만 보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수학 선생도 특이했다. 한번은 자기 집에서 숙식까지 제공하며 2박3일을 꼬박 수학공부만 시켰다. 그 오랜 시간 강의만 하는 게 아니고 문제를 내주고 스스로 풀어보게 하거나 두세 시간 자습도 하게 했다. 오랫동안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수학에 재미를 붙여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집중력만 유지된다면 한 과목을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

네 명의 자녀 중 세 명을 서울대에 진학시킨 한두현씨는 “학원이고 과외고 습관이 되면 공부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일정기간만 하는 과외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가령 일정기간 뚜렷한 목적을 정해놓고 하는 과외나 학습부진아의 부진과목 보충과외, 학습방법을 모르거나 학업에 관심이 없거나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김대유 정책연구국장은 다른 이유로 과외의 효과를 인정한다. 지금의 열악한 공교육 현실을 볼 때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학력관리에 더 낫다는 역설적 얘기다. “50~60명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가르치는 학교보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 10여 명을 놓고 공부하는 학원 쪽이 더 능률적인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김효성(강남·서초 교육시민 모임 부회장. 43)씨는 절충안을 선택한 경우. 부모가 집에서 중2학년생 아들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이다. 교육방송으로 자습하게 하고 엄마가 수학 사회 과학 미술을, 아빠가 영어 국어 논술을 가르친다. “공교육 정상화가 궁극의 과제지만 당장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행히 그의 아들은 상위 3%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한다고 한다.

과외효과는 ‘환상효과’

과외 효과는 어디까지 연구돼 있을까. 지금까지 과외에 대한 연구는 비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 과외 효과에 대한 연구는 흔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 몇몇 조사연구 결과는 일반의 통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을 시사해준다.

1992년 현대사회연구소가 서울시내 인문계 고교생을 대상으로 과외 효과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적에 별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0.7%, ‘더 떨어졌다’는 응답이 5.4%로 66.1%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서원대 교육학과 손경애 교수는 “과외 비용이나 형태보다는 동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과외에 얼마의 돈을 쏟아붓건, 일 대 일 과외를 하건 집단과외를 하건 과외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났지만, 스스로 원해 과외를 시작한 학생의 경우는 효과가 상당히 나타났다는 것.

서울 구정고 김진성 교장도 98년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과외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 과외를 하고 난 뒤 성적향상도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그가 과외를 하는 학생들에게 ‘과외가 학업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를 묻자 재학생 66.6%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과외를 마친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성적에 변화 없다’는 응답이 55.7%, 더 떨어졌다는 응답이 4.4%로 60.1%가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교육연구소 조사결과는 신입생 중 과외수업이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25.8%에 불과했다고 한다.

교육부 99년 조사결과도 입시 및 보습학원 과외와 개인 및 그룹과외 비율이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서울지역의 대학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과외 효과를 부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들이 말해주는 것은 과외는 학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손경애 교수는 이를 ‘과외의 환상효과’라 요약한다.

단국대 사범대 이해명 학장이 94년부터 96년까지 전국 중고생 3354여 명을 대상으로 행한 학업성적의 결정구조에 대한 연구는 좀더 정교하게 ‘과외 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의 연구방법에서 특이한 점은 막연하게 학생들에게 효과를 묻지 않고, 실제 3년 동안 나타난 학업성적을 토대로 학생의 지능·노력·과외·가정환경·학교환경·사회환경 등 6개 변인 가운데 학업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계량적으로 조사했다는 점이다. 중학생의 경우 3년간의 모의 연합고사 성적, 고등학생의 경우 3년간의 모의 수능시험 성적을 추적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타고난 지능이다. 중학생의 경우 성적의 41.8%, 고등학생의 경우 46.9%가 지능에 의해 결정된다. 이중 중학생의 경우 지능과 노력이, 고등학생은 지능과 학교환경이 성적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능 차이는 학습방법의 차이로 나타난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지능이 높은 학생들은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무조건 달달 외운다거나 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중학생은 가정환경, 고교생은 학교환경이 성적 좌우

세간의 관심을 끈 과외효과 면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과외는 성적과 거의 관계가 없으며 중학생에게는 일정한 효과가 있지만 고교생에게는 거의 없다. 중학생의 경우도 약 3% 미만에서만 과외 효과가 있었다. 이 경우도 지능이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경우는 과외의 효과가 없고, 평균 지능(아이큐 90~109)의 학생들에서만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그나마 부모의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에만 효과가 있었다. 그냥 과외 수업만 받는 게 아니라, 부모나 가족의 자극이나 지도가 따라줘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가정환경인데, 부모가 가정에서 토론하고 공부하는 습관, 대화에서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는 등의 환경을 말한다. 이러한 가정환경이 10대 청소년의 지능과 학업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반면 과외는 학원과외건 개인교습이건 효과 면에서 다를 바 없었다. 고액과외나 족집게 과외도 마찬가지다.

고등학생들의 성적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학습 분위기였다. 다시 말해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성과 좋은 교사가 고등학생들의 성적에 관건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동급생간 경쟁분위기가 높아 학습여건이 잘 조성된 편인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경우가 돋보였다. 강남의 일반고와 학생들의 평균 지능지수가 비슷하더라도 수능 평균점수는 30여 점이나 차이가 난 것.

“잠시 정신 안 차리면 1등이 꼴등돼 버리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거죠.”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대개 과외에 의존하지 않고, 혹 과외를 하더라도 생활리듬 조절을 위해 하는 정도로, 과외의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손경애 교수는 “과외 효과에 대한 논의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데, 교육 효과는 한 사람의 평생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라 말한다. 설사 반짝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대 전자학과 교수에게 들은 이야긴데, 그 과 입학생 중 40% 이상이 서울 강남 출신 학생이었다고 한다. 이 학생들은 과외를 많이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에는 성적이 좋고 지적으로도 세련된 듯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계를 드러냈고,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대학원 과정에서는 혼자 공부해 진학한 학생들보다 한참 떨어지더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경우도 과외 효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반짝효과, 장기적 피해

한두현씨도 “과외공부도 비효율적으로 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 원리를 이해시키기보다 답만 알려주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수업은 단기간에 성적이 오를 수도 있지만 곧 성적이 정체되거나 떨어진다”고 보는 쪽. 과외를 습관적으로 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과의 균형이 깨지고 성취감을 잃게 되며 자꾸 같은 수업을 반복하다 보면 공부에 싫증을 느끼게 되고 학교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을 소홀히 하는 버릇이 생기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실장은 “학생에 따라 과외가 맞는 학생이 있고 소용이 없는 학생이 있다. 단체식 주입식 수업에 맞는 학생이 있고, 소규모 그룹식 강의가 맞는 학생도 있고 일 대 일 과외가 어울리는 학생도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과외 효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과외를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게 요즘 학생과 학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학부모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과외를 시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더 깊이 익히게 하려고(32.7%)’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서(20.11 %)’ ‘특기 적성교육을 위해 (16.2%)’ ‘남들이 다 시키니까(5.5)’ 순으로 꼽았다. 과외비는 월소득의 10% 미만을 지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총소득의 20%가 넘는 가구도 4가구 중 1가구였다. 월 1000만 이상의 고소득층 가운데 월소득의 절반 이상을 과외비로 쓰는 학부모도 2.1%나 됐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4~5개씩 과외를 하는 현실이다. 이제 보내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느 학원을 보낼 것인가를 따지고 줄서기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전직교사이자 학원강사인 소설 ‘윈터스쿨’의 작가 이석범씨는 “과외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심리적 비용”이라 규정한 바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웃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학원비를 아예 ‘안심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효과가 있건 없건, 안하고는 못배긴다

구정고 김진성 교장은 과외를 하는 이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요약한다. ‘과외를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와 ‘남들이 다 과외를 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하는 불안심리,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대학에 낙방하면 내 책임이 아닌 네 책임’이란 부모의 핑퐁심리가 그것이다.

대학 신입생과 고1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김기현씨의 예를 보자.

“나름의 소신으로 큰아이는 과외를 시키지 않고 버텼죠. 결국 외국어고를 지망했던 아이가 일반고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학생이 된 요즘도 ‘엄마가 과외만 시켜줬어도 원하는 고등학교, 대학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원망해요.”

그는 큰아이의 선례를 교훈 삼아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과외를 시켰다. 워낙 강경한 과외 반대론자였기 때문에 창피해서 친구들에게 말도 못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보내봤다는 것. 그런데 웬걸, 초등학교 때 큰아이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둘째는 중학교에 올라가 성적이 많이 올랐다. 과외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씨의 얘기를 더 들어보면 결론은 다르게 나온다. 그렇게 반짝 성적이 오르던 아이는 고1이 된 요즘 본래 자기 성적권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공부습관을 잃어버린 학생들의 문제도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도 “최근 재학생들이 학원에서 과외수업을 받는 것은 스스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지만 공부 습관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요즘 고 1~2학년들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없다. 인문고 1~2학년생들이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갈 데가 없다. 이들은 동네에 있는 소규모 보습학원에 가는데 이것이 일종의 과외다. 보충수업 폐지 이후 동네마다 보습학원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는 학부모의 노파심도 작용한다. 그는 “내 아들도 고1인데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도 동네 보습학원에 보내고 있다. 방과 후 갈 데가 없어 그냥 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불안하다”고 고백한다. 아이들도 학습습관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 마냥 혼자 있으면 불안해한다. 그래서 교육부가 보충수업을 폐지한 이후 동네 보습학원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동네 보습학원은 단순 암기식으로 수업하는 곳이 대부분. 학원에서도 문제풀이를 시키니까 내신성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효과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아이들이 학원이라도 가면 그나마 놀지는 않으니까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특히나 대학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은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입시제도는 광복 이후 13차례나 바뀌었다. 바뀐 입시제도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교육부가 최근 사교육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2002년 대학입시 개선안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38.4%, 교사의 38.8%가 과외를 부추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원이라도 가면 놀지는 않겠지"”

전교조 김대유 국장도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 자체가 과외를 시키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학벌과 학연을 특히 중시하는 우리 실정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빠지게 된다. 특히 2002년 무시험 전형제가 발표되고 나서부터는 경시대회 입상 경력으로도 대학입학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경시대회용 과외가 따로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게임 과외, 바둑과외, 면접과외, 독서지도 과외까지 등장할 판”이라 지적한다.

학생들 중에는 또 다른 이유로 과외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일반고 3학년인 박소현양의 말이다.

“과외를 해야 성적이 오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수목적고도 아닌 일반고를 다니면서 과외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학교 수업이 중하위권 아이들을 위주로 진행되니까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하고, 못하는 친구들은 수업도 못 따라가기 일쑤예요. 실제로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일반고가 특수목적고보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학력 수준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과외 자체가 도움이 되어서라기보다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기 위해 과외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과외문제는 난마처럼 얽힌 사회문제의 압축판이다. 지난 5월3일 민주당 과외간담회에서 해결책의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로 귀착됐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야만 과외열풍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온 전교조는 “과외 근절문제는 교육부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소용없다.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부실한 학교 시설과 환경 개선, 입시제도 개선, 교원의 질적 향상 등 세 가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재정 확충이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한편에서는 창의력 교육을 위해서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교육전문가가 적지 않다. “지금의 고교평준화체제는 영재를 둔재로 만드는 하향평준화 방식”이라 지적하는 이해명 교수는 “교육 목표는 단계마다 달라야 한다. 초등학생 연령대에는 전인교육을 위해 평준화된 교육을 해야 하지만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학력의 기초를 닦아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 단계에서 창의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에서 평등의 개념은 기회의 평등이어야지 결과의 평등이어서는 안 되며, 잘하는 학생들에겐 합당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하는 법도 과외할 겁니까?”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는 수능시험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수능시험을 처음 시작할 때 교육부는 수능에 대비해서 공부를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것이 수능시험의 취지였다. 학교수업을 열심히 하면 응용력과 사고력이 길러져 시험을 저절로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타나는 현상은 반복학습에 대한 선호다.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 반복을 많이 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지적한다.

수능시험의 경우 재수를 하면 재학생보다 15점에서 30~40점 정도 점수가 오르기 때문에 재수생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 재수생 수는 재작년 23만3000명에서 지난해 24만8000명, 올해는 3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 구정고 김진성 교장은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과외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이 자율적인 공부와 문제해결 능력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너 집에 가서 공부해라’ 하면 ‘누구하고요?’라고 묻는 현실입니다. 성인들을 위한 고시촌도 영락없는 과외의 연장이죠. 이렇게 성장한 세대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간다고 생각하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습니다”며 개탄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은 이렇다. “부부싸움하다 막히면 과외로 풀 겁니까?” 신동아/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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